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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외로움, 알고도 쉽게 못 고치는 가혹한 질병이다

[뉴욕타임스 칼럼] We Know the Cure for Loneliness. So Why Do We Suffer?, By Nicholas Kristof

스프 nyt 외로움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이번 글은 런던에서 보내왔다.
 

외로움은 영혼을 짓밟는다. 연구자들은 외로움이 개인의 영혼에 남기는 상처보다 우리 사회에 끼치는 피해가 훨씬 더 크다는 사실을 발견해 왔다. 외로움은 뇌졸중, 심장병, 치매, 갖은 염증과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 외로움은 문자 그대로 마음을 아프게 하는 병인데, 외로움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으면, 보는 이의 가슴도 미어진다.

외로움은 하루에 담배 15개비를 피는 것만큼 치명적이며, 매일 술을 6잔씩 먹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 내 주장이 아니라 미국 의무총감인 비벡 머시 박사가 했던 말이다. 외로움은 비만보다 건강에 더 나쁘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친구가 없다고 느끼는지, 소외감을 느끼는지 등을 묻는 보편적인 척도를 이용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절반 이상은 외로움을 겪는다.

그러나 외로움에는 비교적 확실한 해결책이 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더 돈독히 맺고,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이다. 영국은 이 방면에서 확실한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지난 2018년에 정부 산하에 외로움부를 신설해 다양한 정책을 폈다. 영국 외로움부는 자연 산책, 함께 배우는 작곡 연습, 우리 동네 환경 미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 수백만 명이 서로 만나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는 민관 협력사업을 지원하고 관장한다.

국방부나 외교부와 비교했을 때 과연 외로움부라는 부처와 장관이 정말 필요한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러나 영국 정부가 거둔 성과에 다른 나라들도 주목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지난 2021년 외로움부를 신설했고, 스웨덴 정부는 기존 사회복지부를 통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 밖에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외로움부가 하는 일을 정부가 맡아 달라는 요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연구자들의 주장이 맞다면, 사회적 고립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서구 사회에서 매년 테러 공격이나 살인으로 죽는 사람의 숫자보다 훨씬 많다. 그로 인해 사회는 보건과 관련해 막대한 비용을 치러야 한다.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면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비용이다. 148개 연구를 종합해 분석한 메타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인 관계를 강화하고 외로움을 줄이는 건 개인의 향후 7년간 생존 확률을 50%나 높여준다.

이 글은 수많은 사람이 소외되고 뒤처진 미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찰해 보는 연재물의 네 번째 글이다. 내가 직접 목격한 고통스러운 문제를 고발하는 글로 연재를 시작했다. 오레곤주 얌힐이란 동네에서 내가 어렸을 때 타고 다녔던 6번 스쿨버스를 탄 어린이의 1/4 이상은 마약, 알코올 중독, 자살을 비롯한 소위 절망의 죽음으로 목숨을 잃었다.

이 끔찍한 질병은 사회적 고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나는 오랜 친구들이 서로 마약을 나눠 주사하고, 술에 찌들어 살게 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이들은 지역 사회와 단절돼 있고, 중독과 거기서 비롯된 범죄 전력으로 인해 세상으로부터 낙인찍히고, 결과적으로 더 고립된다.

대공황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혔지만, 이때 사람들의 사망률은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감소했다. 왜 1930년대에는 절망의 죽음이 없었을까? 나는 1930년대만 해도 교회, 남성 사교 클럽, 여성 협회, 브리지 클럽, 볼링 동호회, 친척에 이르기까지 지금보다 공동체나 지역사회 단체가 건재했던 게 분명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공동체와 다양한 단체들은 실업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그로 인한 굴욕감과 고통을 상당 부분 보듬어줬을 것이다. 실제로 이런 단체들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다양한 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공동체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단체들은 점점 사라졌고, 이제 우리는 홀로 남았다. 아마 수많은 사람이 외롭게 죽어가는 고독사가 늘어난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스프 nyt 외로움
한 번 무너진 인간관계를 다시 쌓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마약 중독이 신뢰와 사회적 자본을 송두리째 앗아가 사람들을 다시 하나로 묶는 데 큰 걸림돌이 되는 상황을 지켜본 적이 있다.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선 가장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을 돕는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주변의 상황을 하나씩 개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연재로 실은 글에서도 참고할 만한 해법을 제시했다.

사회적 고립은 대단히 특이한 질병이다. 치료법이 만천하에 알려져 있고, 시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닌데, 좀처럼 고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21세기 들어 점점 더 원자화되고 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빽빽한 빌딩숲 속 고층 아파트에 사는 우리는 근방에 온통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매일 허전함과 상실감, 우울함을 느끼며 산다.

영국 외로움부의 스튜어트 앤드루 장관은 내게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외로움을 둘러싼 낙인이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홀로 남겨져 외롭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당혹스러워하고,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를 주저한다. 그래서 앤드루 장관은 자신이 어렸을 때 겪었던 고립감에 관해 더 적극적으로,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다닌다.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10대 때 알게 됐어요. 저는 웨일스 시골 마을에서 자랐는데, 한없이 외로웠습니다. 저 말고 다른 사람 중에 게이를 한 명도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상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외로움을 치료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거창하지도 않고, 첨단 기술이나 많은 예산이 필요한 일도 아니다. 사실 아주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오래된 방법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밥을 먹고, 다 같이 모여 파티를 열고 서로 돕는 일에 자원해 나서는 거다.

2018년 창설된 영국 외로움부는 외로움을 극복하는 정책에 총 1억 달러가량을 썼다. 예산은 대개 지방 정부나 지역 사회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사업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노동자, 서민 계층이 모여 사는 런던 액튼 구역에 방문했을 때 주민센터에서 마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점심을 같이 먹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모인 이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였고, 영어가 서툰 외국인, 이민자도 많았다. 이들에게 이런 자리는 집 밖으로 나와 친구를 사귈 좋은 기회다.

"지역 사회를 활성화하는 데 모든 걸 걸었죠."

마을 사람이 함께 먹는 점심 행사를 기획한 비영리단체 푸드사이클의 소피 테베츠가 말했다. 푸드사이클이 진행하는 마을 점심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한 자원봉사자 숫자만 5천 명이 넘는다.

액튼 점심 식사 준비를 돕던 자원봉사자 나이젤 록 씨는 "서로 다른 세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록 씨는 올해 71세로, 은퇴 후 자원봉사를 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그런데 한 번 해보고 행사가 마음에 들었는지, 앞으로 매주 올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같이 일도 하고, 서로 이야기 나누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요."

전통적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 이렇게 지역사회의 연대를 다지는 일은 교회 등 지역의 종교 단체가 맡아 왔다. 하지만 주말이면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의 숫자가 줄어들면서 커다란 공백이 생겼다. 여전히 교회 건물, 부지에는 안 쓰는 공간이 넓다. 이제는 세속적인 시민단체, 지역사회 기관들이 교회의 공간을 활용해 행사를 연다. 종교적 색채는 옅어지거나 아예 빠졌지만, 이런 행사들은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고 연결되는 데 필요한 물리적인 토대로 손색이 없다.

지난 5월, 찰스 국왕의 대관식에 맞춰 영국 정부는 이날을 "큰 도움의 날"로 정하고, 사람들이 함께 모여 서로 돕고 자원봉사 하는 날로 삼자고 독려했다. 아주 놀랍게도 무려 600만 명이 여기에 동참했다. 사람들의 반응이 워낙 좋아서 이 행사는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을지도 모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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