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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에 읽어볼까? 호메로스《오뒷세이아》[북적북적]

연휴에 읽어볼까? 호메로스《오뒷세이아》[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96: 연휴에 읽어볼까? 호메로스《오뒷세이아》

'오뒷세이아', 영어로는 '오디세이(Odessey)'는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말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클래식 오디세이', '오르간 오디세이'처럼 연주회나 프로그램 이름으로도 자주 쓰인다. 요즘엔 각종 게임에서도 '오디세이'라는 제목이 흔히 눈에 띄고, 심지어 자동차, 컴퓨터 모니터, 골프채 같은 제품에도 '오디세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긴 여정'을 뜻하는 대명사처럼 쓰이고 있는 '오디세이'는 호메로스(기원전 9~8세기)의 서사시이다. '오뒷세우스'라는 그리스 영웅이 10년 간의 트로이 전쟁을 마치고 우여곡절 끝에 귀향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트로이 전쟁'이라 하면 아킬레우스나 헥토르가 먼저 떠오르는 분이 많겠지만, 오뒷세우스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아킬레우스와 함께 그리스군으로 참전했던 오뒷세우스는 전세를 뒤집고 그리스를 승리로 이끈 '트로이 목마'를 고안하기도 했다. 지략이 뛰어난 것으로는 인간계에서 그를 능가할 자가 없다고도 한다.

그러나 전쟁을 끝내고 마침내 고향 '이타케'로 돌아가는 오뒷세우스의 여정이 10년이나 걸릴 거라는 걸, 올림푸스의 신들은 알았을까. 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의 귀향은 이렇게 길고 고됐던 것일까. 또 어떤 이야기이기에 지금까지도 큰 영향을 주며 살아남은 것일까.

오늘 <북적북적>은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김기영 옮김, 민음사)를 맛보기로 읽고 소개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제목을 다 아는 책일수록 오히려 읽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굳이 안 읽어도 아는 얘기인 것 같거나 막상 읽자니 각종 신들과 수많은 등장 인물에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럴수록 일단 시작하면 빠져들어 잘 읽히는 경우가 많다. '진작 읽을 걸' 하고 말이다. 오늘 <북적북적>이 그런 시간이길 바란다. 마침 다음 주는 추석 연휴이고 이제 아침 저녁으로 제법 시원하니 긴 책을 읽기에 맞춤인 때 아닐까.

《오뒷세이아》의 그리스어 원전 번역본은 국내에 딱 두 가지뿐이다. 천병희 번역가의 《오뒷세이아》(숲 출판사) 한 가지였다가, 지난 해 민음사의 '인문학 클래식' 시리즈의 첫 책으로 김기영 번역가의 《오뒷세이아》가 출간됐다. 오늘 <북적북적>에서는 낭독을 허락한 민음사의 《오뒷세이아》를 낭독한다.
한 사내에 대해 나에게 노래하소서, 무사 여신이여.
응변에 능한 자로 그는 많이도 떠돌았구나,
트로야의 신성한 도시를 정복하고 나서.
많은 사람의 도시를 보았고 그들의 성향을 알았지만
바다에서, 제 마음속 두루 수많은 고통을 겪으며
자기 목숨을 구하고 전우들의 귀향을 얻으려 했거늘.
그렇게 애썼으나 전우들을 구하지는 못했구나,
(중략)
살아남은 자는 모두 가파른 파멸을 피하고
전쟁과 바다에서 도망쳐 이미 집에 돌아와 있었다.
오직 그는, 귀향과 아내를 열망하는 오뒷세우스는,
요정이며 여주인인 가장 고귀한 여신 칼륍소가
우묵한 동굴에 붙잡고 제 신랑으로 삼고자 욕망했다.
해들이 돌고 돌아 정말로 그해가 돌아오자
신들은 실을 잣듯이 그가 이타케 집으로 귀향하도록
정해놓았으나, 그곳에서 그리고 전우들 사이에서
고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모든 신들이 그를 동정했으나
오직 포세이돈은, 신을 닮은 오뒷세우스에게
분노를 그치지 않았다
《오뒷세이아》 中

《오뒷세이아》는 이렇게 시가의 여신인 '무사 여신'에게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를 청해 듣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오늘 <북적북적>에서는 오뒷세우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단단히 밉보여, 귀향이 틀어지게 되는 중요한 부분과 여신 칼륍소와 키르케, 뱃사람을 홀려서 목숨을 빼앗는 세이렌의 일화를 읽어본다. 또 고향 이타케에 남은 아내 페넬로페와 아버지 오뒷세우스를 찾아나서는 아들 텔레마코스의 이야기도 살펴본다.

특히 요즘 자주 쓰이는 '멘토'라는 말도 바로 《오뒷세이아》 속 인물의 이름이다. 오뒷세우스의 절친인 '멘토르'라는 인물이 왜 요즘 우리가 도움이 되고 조언도 주는 길잡이 같은 인물로 부르게 되었는지, 그 이유도 오늘 방송에서 들으실 수 있다.

김기영 번역가는 이 책의 해설에서 《오뒷세이아》는 오뒷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오는 귀향이기도 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재생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귀환과 재생이라는 원형적인 주제를 형상화했기 때문에 이렇게 오랜 시간 고전으로 남아서 후대에 많은 영감을 준 것이라고. 또 오뒷세우스는 매우 다면적인 캐릭터로, 명예와 명성을 중시하는 일리아스적인 영웅에서 분노와 충동을 조절하는 인물로 발전했다고 한다.

그 옛날 이 이야기는 당시 사람들에게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재미를 주었을 것이다. 액션과 로맨스, 스릴러와 판타지의 종합판이니 말이다. <북적북적> 청취자 분들도 이번 추석 연휴, 몸은 멀리 가지 않더라도 이 책과 함께 오래전 그리스로 흥미진진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껴보시길 바란다.

* <민음사>의 낭독 허락을 받았습니다.
* 편집: 강소진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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