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항저우 AG에 고위급 인사 보낼지 주목

북한이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시안게임 개막식이 예정된 오늘(23일) 오전까지도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에서는 고위급 파견과 관련된 보도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아시안게임 참석과 관련해서는 김일국 체육상을 단장으로 하는 올림픽위원회(NOC) 대표단이 지난 19일 평양에서 출발했다고 이튿날 보도한 것이 마지막입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혈맹 국가로 여기는 중국 개최 대회에 고위급대표단을 보낼 것으로 예상됐던 터라, 북중간 이상 기류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마지막으로 국제대회에 참석했던 2018년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리룡남 당시 내각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대회에 부총리가 갔으니 중국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나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파견될 거라는 관측이 나왔었습니다.

특히 고위급 대표단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한다면 코로나19로 막혔던 북중 간 고위급 교류가 재개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이른바 전승절(정전협정기념일·7월 27일)과 정권수립일(9월 9일)에 잇따라 경축 대표단을 보낸 데 대한 화답 차원에서도 고위급이 가리라는 예상에 무게가 실렸습니다.

북한이 예상을 뒤엎고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은 데 대해 최근 북중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노골화하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착하는 북한과 밀착하는 데 부담스러워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비공식적으로 자제의 메시지를 던졌는데, 북한이 이를 압박으로 받아들여 불편해한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과 러시아는 중국과 '북중러' 연대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정작 중국은 미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이들과의 삼각연대에 연연해 하지는 않는 분위기입니다.

중국이 이번 북러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간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는 모습도 이런 배경에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이 자국에서 열리는 스포츠 행사에 집중하고자 북한 고위급의 방중을 원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북중간의 정치적 행사에 시선이 쏠리면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받는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될 수 있다는 등의 이유 때문입니다.

다만, 북한이 폐막식에 맞춰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당시 최룡해(당시 노동당 부위원장), 황병서(당시 군 총정치국장), 김양건(당시 당 통일전선부장) 등 이른바 실세 3인방이 깜짝 방남한 바 있습니다.

고위급은 아니지만 중국통인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이 폐막식에 맞춰 중국을 방문해 북러정상회담 결과와 의의 등을 중국 측에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