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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구글 반독점 소송', 우리의 미래를 바꿀 것인가

[뉴욕타임스 칼럼] The Google Trial Is Going to Rewrite Our Future, By Tim Wu

NYT 뉴욕타임스 썸네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팀 우 교수는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 교수다. 최근 저서로는 "대기업의 저주: 새로운 도금 시대의 반독점 규제"가 있다. 그는 2021년부터 올해까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경쟁 및 기술 정책 특별 자문으로 일했다.
 

지난주 구글에 미국 정부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의 공판이 시작됐다. 모든 소송은 과거의 일에 대한 법리적 잘잘못을 가리는 일이다. 이번 소송도 표면적으로는 구글이 지난 20년간 다른 회사들과 어떤 계약을 맺었고, 시장에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국 대 구글" 공소장에 명시된 기소 내용을 보면,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삼성이나 애플 등 스마트폰 제조 업체와 인터넷 기업에 수십억 달러를 주고 경쟁자들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 발을 붙이지 못하게 진입장벽을 쌓은 것을 불공정 경쟁 행위이자, 반독점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 이번 재판은 연방거래위원회가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에 제기한 반독점 소송과 마찬가지로 지난 일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일보다 우리의 미래에 끼칠 지대한 영향 때문에 더 중요하다. 이번 판결은 향후 상업적 인공지능 기술이나 아직은 상상하기 어려운 새로운 기술을 포함해 다양한 부문에서 테크 기업들이 벌일 치열한 경쟁의 원칙과 기준을 정함으로써 경쟁 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는 지난 반독점 소송의 역사를 보더라도 거듭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지배적인 독점 사업자의 영향력을 줄인다고 해서 당면한 문제(이번 구글 소송의 경우 검색 시장의 독점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독점 사업자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닫혀 있던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하면, 산업 전체가 새로 활기를 띠고 생각지도 못한 데서 혁신이 일어나곤 한다. 배심원 없이 치러지는 이번 재판의 담당 판사는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아밋 메타 판사다. 올바른 판결을 내린다면, 메타 판사는 넓은 의미에서 모든 테크 업계, 나아가 미국 경제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1984년 법원이 반독점 소송 끝에 미국의 독점 통신 사업자였던 AT&T를 분할하기로 한 결정을 생각해 보자. 당시 검찰은 AT&T가 비싸게 책정한 장거리 통화료를 낮추고, 소비자들의 선택지를 늘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검찰이 딱히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쩌면 훨씬 더 중요한 일이 일어났다. AT&T가 여러 개 회사로 분할되면서 통신선을 비롯한 통신 인프라도 더는 AT&T가 독점적으로 관리하지 않게 되자, 소비자들에게 통신선으로 모뎀을 연결해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회사들이 생겨났다. 이는 1990년대 인터넷 기업들의 등장과 혁신으로 이어졌다.

아니면 1960년대 메인프레임 컴퓨팅 시장에서 IBM의 지위와 이를 둘러싼 논란을 떠올려 보자. 당시 IBM을 향한 민간, 공공 분야의 반독점 소송이 줄을 이었다. 사람들은 IBM이 이른바 "베이퍼웨어(vaporware)" 전략을 택할까 우려했다. 즉, IBM이 컴퓨터 관련 시장을 장악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에서 모두 독점적 지위에 오르면, 아직 개발이 끝나지 않았거나 개발할 역량이 없는 제품을 출시하겠다는 발표만으로 독점을 유지하며 막대한 이윤을 싹 쓸어 갈 거란 우려였다. 실제로 IBM의 경쟁사였던 콘트롤 데이터 코포레이션(Control Data Corporation)은 이때 문을 닫았다.

오늘날 돌이켜보면, 이 소송과 판결이 후대에 미친 더 중요한 영향은 따로 있다. IBM은 패소할 경우 회사가 강제로 분할될 까 두려워 스스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사업을 분리했다. 그 덕분에 오늘날 소프트웨어 산업은 모두가 알다시피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또한, 개인용 컴퓨터가 한창 본격적으로 개발되던 시점에 나온 판결은 IBM을 위축시켰고, 이때 생긴 틈을 타고 창업해 성공한 기업들이 우리가 아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다.

지나간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법원이 구글에 내릴 판결이 인터넷, 컴퓨터 시장에 정확히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지금으로선 누구도 알 수 없다. 기술이 진화하고 발전하는 경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독점 기업은 너무 많은 것을 독차지하며 혁신을 가로막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들이 가진 것을 나누게 하고, 이들을 독점적 지위에서 물러나게 할 수만 있다면 사회적으로 더 좋은 결과가 날 것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구글이 창업한 뒤 성장한 역사가 아주 좋은 사례다. 구글은 스타트업으로 첫걸음을 뗄 때부터 훌륭한 제품을 선보였다. 그러나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쟁 환경을 바로잡아준 덕을 많이 본 것도 사실이다. 초창기 구글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 브라우저에 철저히 의존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점유율이 95%에 육박했으니, 당연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에 자체 검색 엔진을 탑재해 운영하고 있었다. 이 검색 엔진은 처음엔 MSN 검색으로 불렸고, 뒤에 이름을 빙(Bing)으로 바꿨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법무부와 기나긴 반독점 소송 끝에 회사가 쪼개질 뻔한 위기까지 겪으면서 여러 사업 부문이 위축된 상태였다. 이 점이 구글에는 천만다행이었고, 마침내 구글은 경쟁 끝에 빙을 누르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물론 구글의 검색 엔진 성능이 더 좋아서 소비자에게 선택받은 게 주효했지만, 압도적인 위세를 떨치던 1990년대의 독점 사업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아니라 규제당국의 감독과 집요한 요구에 시달리느라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한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했던 것도 무시 못 할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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