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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마침내 2023년, 새롭게 쓰인 그 이야기

[커튼콜+] "내 이야기는 내가 쓴다" - 연극《Untitled F*ck M*ss S**gon》 (글 : 황정원 작가)

스프 커튼콜+ 림킴 'Yellow' 뮤직비디오 캡쳐
림킴의 노래 'Yellow'가 최근 한 경연 프로그램에서 사용되며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큼지막한 노란색 글씨로 누를 황(黃) 자 두 개를 화면에 박으며 시작하는 'Yellow'의 뮤직비디오에는 온갖 '동양적' 요소들이 섞여 있다. 림킴은 한국의 부채춤, 인도풍 의상, 중국 무술을 연상시키는 동작을 뒤죽박죽 모아 서양이 만들어 낸 동양의 이미지가 얼마나 허황됐는지 가차 없이 비꼰다. 국적 불명의 무대 가운데서 림킴은 단호하게 말한다.

"나는 그냥 나로 살아갈 뿐… 씨X 내 자리는 내가 결정해 (I'm just being me… I choose my own fucking seat)"

출처: Royal Exchange Theatre 공식 홈페이지
최근 영국에서 비슷한 맥락의 연극이 성황리에 상연되고 있다. <무제 빌*먹을 미ㅅ 사*공 (untitled f*ck m*ss s**gon)>은 1906년에서 시작한다. 오페라 <나비 부인>이 미국에서 초연된 해이다. 기모노 차림으로 등장한 킴은 조신하고 순종적이다. 딸을 미국행 티켓쯤으로 여기는 어머니에게 등 떠밀려 미군 클라크와 나름의 결혼식을 올리고, 그는 곧 고국으로 떠난다. 킴은 혼자 아이를 키우며 지고지순하게 남편을 기다리지만 4년 후 돌아온 그의 옆에는 미국인 아내가 서 있다. 킴은 아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선사하기 위해 클라크 부부에게 아이를 맡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어지는 무대는 1949년. 뮤지컬 <남태평양>이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해이다. 남태평양 어딘가의 섬이 배경이지만 약간의 향토성이 더해질 뿐, 이야기는 바뀌지 않아 킴은 다시 한번 아이를 위해 자결한다. 1953년, 미국 드라마 M*A*S*H의 배경이 되는 6.25 전쟁 말미의 한국이다. 반복되는 삶에 데자뷔를 느낀 킴은 자신의 운명을 바꾸려 저항하기 시작한다. 아이를 빼앗기지 않으려 도망 다니는 킴을 붙잡고 클라크가 묻는다.

"우리 아들에게 최고의 삶을 주고 싶지 않아?"

킴은 굴하지 않고 맞받아친다.

"마음을 바꿨어. 그 아이는 그냥 여기서 나랑 평균 이하의 삶을 살면 돼."

그러나 결국 킴은 아이를 빼앗기고 자신의 관자놀이에 권총을 겨눈다.

1975년, 뮤지컬 <미스 사이공> 속 베트남. 이야기는 또다시 반복된다. 이어 극은 빨리감기처럼 전개된다. 시대와 지역이 바뀌고 킴 또한 반복되는 자신의 운명을 점점 각성해 가지만 그와 무관하게 결말은 결국 그녀의 자살이다.

그리고 마침내 2023년. 내레이터가 말한다.

"이제 씨X 2023년이다. 그래서 뭔가 바뀌었을까? 한번 보자."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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