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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조건 '항거 곤란'…대법원에서 40년 만에 폐기

<앵커>

대법원이 강제추행죄 판단 기준을 40년 만에 완화하는 판결을 내놨습니다. 지금까지는 저항하기 어려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강제추행으로 인정했었는데, 이런 기준이 더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자세한 내용 하정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지난 2014년 8월, A 씨는 사촌 동생 B 양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한 번만 안아줄 수 있느냐고 말하며 B 양을 침대에 쓰러뜨리고 신체 부위를 만졌다는 혐의였습니다.

1심 법원은 A 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했는데, 2심 법원은 이를 뒤집었습니다.

A 씨의 말과 물리적인 힘의 행사 정도가 B 양이 저항하기 곤란할 정도는 아니었다며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강제추행죄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성립하는데, 그 기준을 '상대방에게 저항하기 곤란한 정도'로 설정해둔 과거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결과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대법원이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원심을 깨고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항거 곤란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강제추행죄를 인정하는 것은 강제추행죄를 '정조에 관한 죄'로 분류하던 옛 잔재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폭행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한 불법적인 행동, 협박은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을 정도면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시대가 바뀐 만큼 1983년에 설정된 기존 법리를 폐기하고 새 기준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명수/대법원장 : 강제추행죄의 보호법익이 정조가 아닌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인 점과 부합하지 않습니다. 종래의 판례 법리는 그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했다고….]

강제추행죄의 판단 기준이 대폭 완화되면서 앞으로 일선 법원에서 처벌 범위가 훨씬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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