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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버스터] 폴란드, K-방산 퍼레이드…트럼프의 못다 이룬 꿈

나토 최전선 폴란드, 동병상련? 그리고 시가 행진을 둘러싼 논쟁들

안녕하세요. 외교 안보 뉴스를 정밀 타격하듯 풀어드리는 벙커버스터입니다. 저는 SBS 외교안보팀 김아영입니다. 지난 편에선 75주년 국군의 날을 앞두고 10년 만에 다시 열리는 시가 행진의 성격을 짚어봤습니다. 이번 편은 예고해드린 대로 좀 먼 나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유럽에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입니다.
 

(1) 나토 최전선 폴란드…K방산 퍼레이드?

폴란드 국군의 날은 8월 15일입니다. 볼셰비키군이 유럽으로 진군하는 걸 막아낸 바르샤바 전투를 기억하는 국경일이죠. 그런데 요즘 폴란드 주변 정세, 불안합니다. 나토 최전선에 위치해 있는 폴란드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동맹인 벨라루스와 동시에 국경을 접하고 있는 나라죠. 안보 위협 탓에 국방비에 대거 자산을 투입했고 올해 국군의 날 행사는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로 열렸습니다. 미국산 에이브람스 탱크, 하이마스 다연장로켓포, 패트리엇미사일뿐 아니라 K2 전차, K9 자주포가 공개됐고, 역시 우리 무기인 FA-50 2대는 처음으로 대중 앞에서 유럽의 하늘을 날았습니다.
 
이중구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국방비를 많이 늘려서 당장 살 수 있는 무기들을 한국이라든지 다양한 나라로부터 수입했기 때문에 늘린 국방비로 국방력을 얼마나 가졌는지를 국민들에게 증명시켜줘야 되는 시기적인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한국과 폴란드를 두고 역사상 수많은 외침을 겪은 처지가 동병상련이란 얘기를 하기도 합니다. 신냉전 이야기가 나오는 와중에 나토 최전선에 있는 폴란드와 북한과 군사분계선을 마주한 우리가 한 달 간격으로 대규모 퍼레이드에 나선 것은 참 공교로운 일입니다.
 

(2) 트럼프의 못 다 이룬 꿈…연출 고수 김정은

누군가에게는 못 다 이룬 꿈입니다. 파리 샹젤리제에서 프랑스 혁명 기념일 퍼레이드를 보고 감탄해 마지않았던 이 사람.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2017년)
혁명기념일 손님으로 왔는데, 정말 최고의 퍼레이드 중 하나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입니다. 2018년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을 맞아 워싱턴에서 퍼레이드를 열자고 했지만 소원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워싱턴 시가 견적서를 내놨는데 백악관 추산보다 3배 이상 많은 9천200만 달러, 1천35억 원이 적혀 있었던 거죠. 돈 문제로 신경전을 벌이다 결국 백지화됐는데 아무리 독단적인 트럼프라도 넘을 수 없는 미국 국내 여론이라는 게 작동했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퍼레이드의 최고 연출자, 김정은 총비서라는 데 큰 이견은 없을 겁니다. 동원력의 '끝판왕' 격인 열병식을 올해만 벌써 3차례 했습니다. 주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과시하기 위한 자리지만 최근 민간 열병식에선 생수 차량 안에 잠복하고, 방사포를 장착한 트럭을 시멘트 운반용으로 위장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죠.
 
조선중앙TV (지난 9월)
원수들의 머리 위에 불벼락 들씌울 복수의 포신을 높이 들고 나갑니다.

중국을 비롯해 북한과 한창 밀착 중인 러시아 역시 열병식을 꽤 거창하게 여는 나라입니다. 러시아 열병식 붉은 광장에선 매년 5월이면 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나치 독일에 승리한 것을 기념해 행진이 시작되죠.
 
이중구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제 무력을 과시함으로써 당의 힘, 그리고 지도자의 힘을 과시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절대 왕정 시대에 왕의 힘을 보여주는 거랑 아주 흡사하다고 볼 수가 있어요.

이들의 열병식에선 다리를 높이 올리는 이른바 거위 걸음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한 치의 흐트러짐도 허용하지 않는 게 특징이죠. 전체주의적 특성이 드러나는 것인데 위압적이기보단 우스꽝스럽게 비춰지는 면도 있는데요. 우리 시가 행진에서의 걸음은 이들처럼 과하게 경직된 모습은 아닐 겁니다.
 

(3) 국군 사기 진작 vs 보이는 게 곧 국방력?

퍼레이드를 어떤 형태로 치르든지, 그것이 곧 그 나라의 군사력, 국방력을 의미하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세계 최강 군대라는 미국은 퍼레이드에 부정적인 반면, 북한은 열과 성을 다하죠. 약할수록 더 많이 보여주고 실제 능력을 부풀리는 게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첨단 무기가 즐비한 요즘 같은 때에 오와 열을 맞추는 퍼레이드가 도대체 효과가 있느냐는 질문도 던질 수 있습니다. 반면 군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는 여전히 가끔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북한이 대남용인 전술핵 개발을 운운하고 남북이 적대 관계로 돌아선 상황에서 시가 행진 찬성 쪽에 힘이 싣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죠.
 
이중구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이번에 상당히 높았던 건 좀 이례적이라고 보여지고요. 어떻게 보면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에 대해서 수세적으로 위협을 받는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우리가 우리 힘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겠다고 하는….

시가 행진이 열리지 않았던 국군의 날 70주년. 시가 행진이 부활한 올해 75주년. 지난 5년 한반도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격동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변화는 진행 중입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고립된 러시아와 밀착 중이고 김정은은 극동 지역 우주기지는 물론 러시아의 전략 무기들까지 살피고 돌아갔습니다. 그 후과는 조만간 우리에게 돌아올 겁니다. 한국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정상회의를 할 수 있었고 세 나라 관계는 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됐습니다. 다시 냉전 시기로 돌아간 듯한 구도 속에 열리는 군의 시가 행진. 조만간 서울 한복판에서 나올 장면들과 메시지에 전보다 훨씬 많은 관심이 모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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