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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번째 생일에 남편 곁 한국에 잠든 호주 참전용사 아내

100번째 생일에 남편 곁 한국에 잠든 호주 참전용사 아내
▲ 그린 중령과 아내 올윈 그린 여사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 전사자의 아내가 100번째 생일을 맞이한 오늘(21일) 70년 만에 남편 곁에 잠들었습니다.

오늘 오전 부산 유엔기념공원에서 6·25 전쟁 당시 호주 육군 제3대대의 첫 지휘관으로 참전한 고 찰스 그린 중령의 아내 올윈 그린 여사의 합장식이 열렸습니다.

그린 여사는 2019년 11월 27일 96세 나이로 별세했습니다.

그는 남편이 있는 유엔기념공원에 합장해달라는 유언을 남겼으나 코로나19 상황으로 미뤄지다 그의 100번째 생일에 마침내 뜻을 이루게 됐습니다.

그는 살아생전 남편을 그리워하며 13년간의 집필 기간을 거쳐 1993년 '그대 이름은 여전히 찰리'라는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책에는 남편이 남긴 편지와 기록, 참전용사와의 인터뷰, 역사적 사료 등이 담겨 있습니다.

1919년 태어나 1950년 11월 1일 전사한 그린 중령은 호주 전투사에서 전설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1945년 26세 나이로 호주군 최연소 지휘관에 올랐습니다.

1950년 6월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왕립호주연대 제3대대 지휘관으로 9월 28일 부산에 도착했으며 1950년 10월 30일 전투를 마치고 휴식 중 날아든 포탄에 크게 다치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다음날 전사했습니다.

그는 1943년 1월 결혼해 1948년 8월에 외동딸 안시아를 낳았습니다.

그린 여사는 평생 남편을 그리워하며 재혼하지 않았고 딸을 키우며 홀로 지냈습니다.

어머니 유해 합장하는 딸 안시아

합장식에는 올윈 그린 여사가 남편 곁에 합장될 때 모든 가족이 함께하길 바란다는 유언에 따라 딸 안시아 부부와 손자 부부, 증손자 등 직계가족 10명이 참석했습니다.

사이먼 스튜어트 호주 육군참모총장, 캐서린 레이퍼 주한호주대사, 윤종진 국가보훈부 차관, 박종환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 폴 라카메라 유엔군 사령관 등도 참석했습니다.

어머니의 유해를 아버지 옆에 합장한 외동딸 안시아 씨는 인터뷰에서 "어머니가 정말 그립지만, 남편 곁에 묻히고 싶다는 어머니의 평생 염원에 따라 한국에 모시게 됐다"며 "두 분이 같이 있을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하고 한국에 영면할 수 있는 것에 영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인들의 끊임없는 감사 표현은 남편을 잃었던 나의 어머니에게 힘이 되어주었다"며 "어머니는 아버지를 평생 그리워하며 호주에서 여러 참전용사 관련 활동으로 한국전쟁을 널리 알리신 분"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린 여사 합장으로 현재 유엔기념공원에 합장된 부부는 총 12쌍입니다.

유엔기념공원에는 총 11개국 2천320명의 유엔군이 영면하고 있습니다.

(사진=유엔기념공원 관리처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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