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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R&D 예산이 삭감됐다는데 무슨 일이야?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R&D 예산

✏️ 마부뉴스 세 줄 요약

· 2024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R&D 사업이 3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습니다. 마부뉴스가 정부 예산안 사업 중 R&D 예산만 따로 분석해 봤습니다.

·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예산이 삭감되었습니다. 특히 과학, 기술 분야를 담당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산하 기관의 하락폭이 큽니다.

· 국가R&D사업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사업들도 무더기 삭감조치 되었습니다. 우수 등급을 맞은 경우엔 차년도 예산에 증액을 고려한다는 국가R&D사업평가의 취지와는 다른 편성입니다.

· 기후대응기금 산하의 R&D 사업의 삭감이 이뤄졌습니다. 전체 85개의 사업 중 10개를 제외한 75개 사업에 대해 예산 삭감이 이뤄졌습니다.
스프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가을장마가 찾아오면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까지도 많은 비가 이어지는 지역도 있다고 하니 다들 조심하길 바랄게요.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건 예산안입니다. 내용 자체가 조금은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고, 많은 양의 정보가 담겨 있을 수 있어서 미리 양해를 구하려고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부뉴스가 예산을 선택한 건, 예산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한 해 살림이니 한 번쯤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이 이야기를 해보면 좋지 않을까 해서입니다. 허투루 편성한 건 없는지, 또 왜 지금 예산안을 두고 난리인건지를 얘기해 보려는 거죠. 그래서 마부뉴스가 오늘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R&D 예산이 삭감됐다는데…무슨 일이야?
 

R&D 예산이 줄어들었다

내년도 대한민국 정부의 예산안이 발표되었죠. 9월 1일에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었고,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예산 심사가 이뤄질 예정입니다.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기획재정부에선 2024년 정부 예산안을 소개하면서 고강도로 긴축재정을 운영하겠다고 말했어요.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늘어난 나랏빚을 줄이기 위해 내년도 예산 규모를 크게 늘리지 않았다는 거죠. 2024년 정부가 세운 예산은 656.9조 원. 올해 대비 2.8% 증가한 규모입니다. 2.8%의 증가율은 최근 20년 내에서 역대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여러 예산 항목 중 가장 이슈가 된 건 R&D 사업 예산이었어요. R&D는 Research & Develompent의 줄임말로 연구개발을 의미합니다. 기초연구, 응용연구 영역부터 연구한 지식을 바탕으로 제품화 같은 개발 업무까지 망라하는 단어죠. 과학기술뿐 아니라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의 지식을 연구하고, 새롭게 응용하는 활동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정부는 그동안 꾸준히 R&D 투자를 많이 해오고 늘려왔는데도 불구하고 R&D 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칼을 꺼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많이 깎였을까요? 데이터로 살펴볼게요. 아래 그래프는 대한민국의 R&D 예산을 주욱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1964년부터 2024년까지 총 61년의 정부 연구개발 예산을 확인할 수 있죠.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2023년에서 2024년으로 푹 꺼진 게 보이죠? 2024년 R&D 예산은 25조 9,152억 원으로 올해 예산(31조 778억 원)보다 16.6% 감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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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1년간의 정부 연구개발 예산에서 감소했던 건 이번을 포함해 딱 2번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있었던 때는 1991년이죠. 당시 R&D 예산은 8,241억 원이었는데, 이 액수는 1990년 때보다 10.6% 줄어든 금액이었어요. IMF로 국가가 힘들 때에도, 또 2007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R&D 예산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만일 정부안대로 예산이 삭감된다면 1991년에 이어 33년 만에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될 겁니다.

사실 이번 R&D 예산 삭감 계획은 예상치 못한 발표였어요. 작년에 발표한 정부의 계획을 보면 삭감 계획이 아니었거든요. 우리나라는 재정을 효율적으로 또 건강하게 운영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단위의 계획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국가재정운용계획이라는 건데, 작년에 윤석열 정권이 발표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는 R&D 예산을 연평균 3.7% 증가하겠다고 말했었죠. 당시 보고서에는 글로벌 경제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R&D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적혀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도 이러한 기조로 내년도 R&D 사업 예산안을 작성했어요. 그게 올 6월 중순까지의 상황입니다. 그런데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R&D 카르텔 이야기를 꺼내면서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했어요. 과기부에서는 R&D 예산에 대한 구조조정을 긴급하게 실시했고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를 걷어낼 새로운 예산 배분, 조정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곤 8월 말에 발표했죠. 새로운 예산안이 나오는 데 까지 걸린 시간은 딱 2달. 단 2달 만에 만들어진 R&D 예산안은 정말로 효율적인 배분이 이뤄진 걸까요?

무엇이 줄어들었을까... R&D 예산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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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을 분석하기 위해선 예산 데이터를 살펴봐야겠죠? 기획재정부의 재정정보공개시스템인 열린재정에서는 2024년 정부 예산안의 세부사업별 예산편성현황을 살펴볼 수 있어요. 가령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R&D 세부사업인 <개인정보기술표준개발지원(R&D)>이 2023년에 국회에서 확정된 예산이 얼마인지, 또 올해 정부는 이 사업에 얼마만큼의 예산을 편성했는지를 알 수 있는 거죠. 과거 예산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에 해당 사업의 예산이 증액되었는지, 감액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마부뉴스는 세부사업별 예산편성 자료에서 사업 이름에 R&D가 포함되어 있는 사업들을 1차적으로 골라냈어요. 다만 R&D라는 이름이 들어있지 않더라도 R&D 사업으로 볼 수 있는 녀석들이 있어서, 요 놈들을 체크하기 위해 NTIS 시스템을 이용했어요. NTIS는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로 국가 R&D 지식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포털입니다. 여기에선 각 연도별로 국가 R&D 사업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기획재정부의 예산 자료와 NTIS의 R&D 자료, 이렇게 크게 2가지 데이터를 두고 분석한 결과 3가지의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었어요. 지금부터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1. 출연연 예산이 삭감되었다

첫 번째 키워드는 출연연 예산입니다. 출연연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말하는데, 풀어서 설명하자면 "정부의 출연금이 들어가는 연구기관"이라고 볼 수 있죠. 출연금이라는 단어가 생소하죠? 여기서 출연은 무대나 TV에 배우가 등장하는 걸 의미하는 단어가 아니라, 내 돈을 빼서 다른 곳에 지원하는 단어를 뜻합니다. 즉 정부 출연금이란 정부의 곳간에서 빼서 제공해 주는 돈이죠. 정리해 보면 출연연은 정부의 돈이 지원되는 연구기관이라고 이해하면 될 겁니다.

우리나라엔 크게 두 영역의 출연연이 있어요. 하나는 경제인문사회연구소 소관의 연구기관들이고, 또 하나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의 기관들이죠.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앞의 기관들은 경제, 인문, 사회 영역을 연구하고, 뒤의 기관들은 과학과 기술 영역을 담당하고 있어요. 마부뉴스가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24개 기관(산하기관 제외)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기관을 분석해 보니 출연연 예산이 상당히 많이 줄어든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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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를 보면 2023년 예산과 비교했을 때 내년 예산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49곳의 출연연 중 8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관련 예산이 삭감됐어요. 49곳 전체 예산은 2023년 대비 2,978억 1,400만 원 감소. 원의 크기는 전년 대비 얼마나 예산액이 변화했는지를 나타낸 건데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의 기관들의 원의 크기가 크죠?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예산이 감액된 연구기관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으로 분석됐는데, 작년 예산보다 192억 7,500만 원 줄어들었어요.

올해 예산과 비교했을 때 내년 예산이 가장 큰 비율로 줄어든 연구기관은 안전성평가연구소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대비 24.1%나 줄어들었죠. 반면 가장 예산이 많이 늘어난 연구기관은 산업연구원으로 올해보다 11.4% 늘어났어요. 참고로 증액된 8곳 모두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소속 기관입니다.

출연연 예산이 줄어들면 새로 연구원을 뽑기도 어렵고, 또 출연연과 연계되어 있는 연구비 축소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출연연 예산이 줄어들면 연구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우려하고 있어요. 특히 과학, 기술 분야의 연구기관의 예산이 크게 줄어든 만큼 이공계 연구진들의 타격이 클 수 있을 겁니다.

2. '우수' 사업 예산도 삭감되었다

두 번째 키워드는 '우수' 사업 예산의 삭감입니다. 뭔가 문장이 이상하지 않나요? 우수한 평가를 받은 사업이라면 더 장려해서 예산을 늘려줘야 맞을 것 같은데, 삭감이라니… 하나하나 분석해 볼게요. 우선 여기서 말하는 '우수' 사업 평가는 어디서 받은 건지부터 살펴보도록 할게요.

우리나라엔 국가 R&D사업평가라는 것이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 활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기 위해 사업들을 평가하는 거죠. 단순히 평가로만 그치는 게 아니라 평가한 결과를 다시 이듬해 예산 편성에도 반영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연구개발 투자의 효과도 높이고, 연구진들의 책임도 강화하자는 목적인 거죠.

R&D사업평가는 먼저 각각의 부처에서 자체평가를 거칩니다. 그다음엔 과기부의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들여다봅니다. 각 부처의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적절성 점검을 진행하는 거죠. 깐깐하게 평가하면서도 부처의 자율성을 보장해 주고 있습니다. 자체평가계획을 잘 준수한 부처에게는 상위점검 대상에서 제외하는 당근도 제시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나온 평가 결과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예산 편성에 연계가 됩니다. 가령 우수, 적절 등급을 받은 사업의 예산은 증액을 검토하고, 미흡하거나 부적절한 등급을 받은 사업은 예산을 깎아버리는 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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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사업평가 결과가 내년도 예산에 잘 반영되었을까요? 위의 그래프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23년 R&D 사업 중에 각 부처별 자체평가 '우수' 등급을 받고, 2차로 적절성 평가도 '적절'하다는 인증을 받은 23개 사업을 분석해 봤어요. 제도의 취지대로라면 이 23개 사업은 내년도 예산에서 증액 대상이 될 겁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 23개 사업 중 21개의 예산이 삭감됐어요. 많게는 507억 원에서 적게는 6억 3,600만 원 깎여버렸죠. 국가 R&D사업평가 제도가 무색할 정도로 무더기 삭감이 이뤄진 겁니다. 증액된 사업은 단 2개뿐이었고요.

사업평가 제도와는 다른 예산 편성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예산 편성의 원칙인 R&D 카르텔 혁파가 제대로 작동해서 삭감된 거라면 국가 R&D 사업평가 제도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일 테고요, 그 반대라면 국가 R&D사업평가와는 별개로 내년도 R&D 예산의 삭감이 이뤄진 셈일 텐데 말입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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