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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됐으니 13억 내놔"…캄보디아서 사업가 상대 '셋업 범죄'

"체포됐으니 13억 내놔"…캄보디아서 사업가 상대 '셋업 범죄'
▲ 은행에서 현금으로 범죄수익금 중 일부를 현금으로 송금하는 피의자

동남아 현지에서 범죄에 연루돼 체포되는 것처럼 연출한 뒤 수사를 막아주겠다며 한인 사업가에게 13억 원을 뜯어낸 일당이 붙잡혔습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국제범죄수사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박 모(63) 씨와 권 모(57) 씨 등 4명을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오늘(20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7월 4일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60대 사업가 A 씨에게 "성매매 혐의 수사를 무마하려면 미화 1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협박해 13억 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습니다.

박 씨는 평소 골프 모임에서 알고 지내던 A 씨를 범행 대상으로 골라 지난 4월부터 계획을 세웠습니다.

함께 라운딩하며 친분을 쌓은 뒤 6박 7일 골프여행을 가자고 제안해 6월 30일 캄보디아로 출국했습니다.

현지에서 10년 넘게 마사지 업소를 운영하는 한인 브로커 주 모(51) 씨를 통해 '체포조'를 미리 섭외했습니다.

범행 당일 라운딩을 마치고 들른 주유소에 현지 경찰관으로 추정되는 체포조 6명이 들이닥쳤습니다.

박 씨는 A 씨에게 "성매매로 체포된 것 같다. 현지에서 징역형을 살 수 있다"고 했습니다.

A 씨가 의심하지 않도록 일행 중 권 씨도 함께 체포되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이들은 실제 현지 경찰서로 끌려가 5시간가량 대기했습니다.

권 씨는 먼저 13억 원을 주고 풀려난 것처럼 연기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체포조가 제시한 국내 계좌로 13억 원을 세 차례에 걸쳐 송금했습니다.

박 씨 등은 귀국한 뒤 은행 43곳을 돌아다니며 13억 원을 전부 인출해 나눠 가졌습니다.

A 씨가 의심하자 함께 부담하겠다며 5억 원을 돌려주고 신고를 막으려 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의 범죄수익금을 세탁해준 김 모(50) 씨 등 3명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습니다.

브로커 주 씨에 대해서는 여권 무효화 조치하고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요청해 적색수배를 내렸습니다.

경찰은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없는 사람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해 범죄자로 몰아간 뒤 돈을 뜯어내는 전형적 '셋업(Set up) 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셋업 범죄는 피해자 본인도 범죄에 연루됐다고 생각해 피해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노린다"며 "형사처벌을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사진=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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