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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비만치료제와 항우울제는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까

[뉴욕타임스 칼럼] What Obesity Drugs and Antidepressants Have in Common, By Aaron E. Carroll

스프 NYT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애런 캐럴은 인디애나대학교 보건국장이다. 캐롤은 의료 정책에 관한 글을 주로 쓴다.
 

우리는 내가 먹는 약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한다. 여러 차례 임상 실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검증된 약일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과는 달리 어떤 약이 잘 듣기는 하지만 왜 잘 듣는지는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최근 나는 정신 건강과 비만치료제 관련해서 골치 아픈 문제에 직면했다. 둘 다 원인과 치료에 대해 과학이 완벽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면에서 오명과 낙인으로 얼룩진 질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우울증과 불안증을 상담으로만 다스려 왔다. 정신질환 치료제에 대한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꺼렸다. 예를 들어,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는 뇌의 뉴런 주위에 떠다니는 세로토닌을 더 많이 남긴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지만, 왜, 어떤 원리로 그렇게 작동하는지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왜 어떤 사람에게는 이 약이 잘 듣고,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지도 아직 딱히 설명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약은 사실 불필요한 약이라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내가 마음을 굳게 먹으면 약물 치료는 필요 없을 거라는 생각도 있었다. 그러나 2021년에 큰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휴가 중에 공황 발작이 찾아왔고 산에서 크게 넘어지는 사고를 겪었다. 당시에 헬기로 병원까지 이송됐고, 아내와 친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내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다.

의사는 내게 역사가 길고 널리 사용되는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인 설트랄린을 추천했다. 나는 약에 대해 회의적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내 의심은 완전히 빗나갔다. 설트랄린은 내 기분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고 주변 사람들 대부분 내가 달라진 것을 알아차릴 정도였다. 나는 더 긍정적이고 친절하며 적극적인 사람이 되었다. 나는 왜 내가 그렇게나 오랫동안 약물치료를 거부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해 보니 (사실이 아닌 것을 알지만) 약을 먹는 것이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내 불안증이 통제 불가 수준으로 악화된 정확한 메커니즘은 내가 (물론 다른 사람도) 알 수 없지만, 내 상태를 호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약을 먹는 건 목발을 짚거나 지름길을 타는 것 같은, 일종의 반칙 혹은 편법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특히 내가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이 약물이 왜 어떤 사람에게는 듣고 어떤 사람에게는 잘 듣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비만 치료제 신약을 두고도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고 있다. 나는 평생 몸무게와 씨름해 왔다. 평생 과체중이었다가 최근 몇 년 사이에 BMI 기준 비만으로 넘어오게 됐다. 나는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건강도 괜찮은 편이지만, 몸무게 문제로 몹시 괴롭다는 사실만은 부인할 수 없다. 내가 어느 정도 자기 통제력은 물론,  식습관도 꽤 건강한 편에 속한다는 점도 나를 곤혹스럽게 한다.

다이어트란 다이어트는 모두 해봤지만, 그 어떤 것도 별로 효과가 없었다. 늘 4~5kg 정도를 빼면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가 다시 슬금슬금 몸무게가 도로 늘어나 원래대로 돌아오곤 했다.

나는 먹는 것에 신경을 쓰는 편이라 아직은 몸무게 때문에 다른 건강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그러나 조금만 방심하면 바로 문제가 생길 것을 잘 안다. 나의 아버지는 고도비만이었다. 고도비만은 삶의 질과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이 있었고, 몇 년 전 돌아가셨을 때도 그런 문제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 모든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어떤 사람들이 죽도록 노력하는데도 살을 빼지 못하는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의지력 부족을 의심한다. 나는 역시 의사이셨던 아버지께 제발 살을 빼라고 말씀드렸지만,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몸무게를 줄이지 못하셨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나도 다른 사람들처럼 이를 아버지의 실패로 여겼고, 의지 부족으로 여겼다.

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살을 빼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너무 실망해서 정신 건강에 영향을 받을 정도였다. 나는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여겼고, 이런 마음은 자기혐오와 분노로 이어졌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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