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대홍수로 피해도시 데르나 인구 6분의 1 사망 가능성

열대성 폭풍으로 댐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대홍수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본 리비아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의 사망자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 1만 1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실종자도 1만 명을 넘어 사망자 수가 최대 2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곳곳에 널린 시신 수습도 벅차 수인성 질병 등으로 인한 2차 피해 우려도 제기됩니다.

리비아 참사 대응을 위해 이미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에서 1천만 달러 지출을 승인한 유엔은 추가로 7천만 달러가 넘는 긴급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습니다.

현지 시간 15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리비아 적신월사는 어제까지 데르나에서 1만 1천300명이 숨지고 추가로 1만 100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습니다.

리비아 동부 정부가 집계한 이전까지 사망자 수치 6천 명에서 대폭 증가한 수치로 구조·수색과 시신 수습 작업이 진행되면서 규모는 더 늘 수도 있을 전망입니다.

데르나의 압둘메남 알가이티 시장은 지난 13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1만 8천 명에서 최대 2만 명이 될 수 있다고 추산했습니다.

데르나의 인구가 12만 5천 명 안팎이란 점을 고려하면 주민 6명 중 1명꼴로 목숨을 잃는 셈이 됩니다.

데르나에서는 지난 10일 열대성 폭풍 다니엘이 동반한 폭우로 하천 상류의 댐 두 개가 잇따라 붕괴하면서 도시의 20% 이상이 물살에 휩쓸리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동부 정부의 보건부 장관은 이번 폭풍으로 바이다, 수사, 움라자즈, 마르지 등 리비아 동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170여 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습니다.

알자지라 방송 등에 따르면 댐 2곳이 무너지면서 7ｍ 높이의 물살이 휩쓴 데르나의 피해 지역은 '대재앙'을 겪은 처참한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건물이 통째로 쓸려간 곳에는 앙상한 철골만 남아 있고, 일부가 휩쓸린 건물들은 흉물로 남아 있습니다.

거리는 온통 진흙에 덮여 있고 뿌리째 뽑혀 떠내려온 나무와 뒤집힌 차량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습니다.

곳곳에서 끝없이 시신이 발견되면서 현지 병원에는 보관할 장소가 없어 복도와 건물 밖 도로에는 주검이 널려 있습니다.

옷과 신발, 장난감, 가구 등이 어지럽게 흩어진 해변에서도 바다에 쓸려갔던 주민들의 시신이 수십 구씩 떠밀려오고 있습니다.

살아남은 주민들은 대충 천으로 덮은 채 방치된 시신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필사적으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동부 정부는 어제까지 5천 구 넘는 시신을 수습해 이 중 3천 구 이상을 집단 매장했다고 밝혔지만 더 많은 시신이 추가로 발견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현지 보건 당국은 "시신이 부패하면서 수인성 질병 등 2차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습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가장 큰 피해를 본 리비아 주민 25만 명의 긴급 지원을 위해 7천140만 달러, 우리 돈 약 949억 원을 요청했다고 dpa 통신 등이 전했습니다.

OCHA는 긴급호소문에서 "리비아에서 이번 홍수의 직접 영향을 받은 주민이 88만 4천 명에 달하며 앞으로 3개월 동안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번 홍수로 데르나에서만 최소 3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유엔은 앞서 홍수 대응을 위해 중앙긴급대응기금(CERF) 1천만 달러, 우리 돈 약 132억 원 지출을 승인한 바 있습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는 어제 리비아 현지에 6천 개의 시신 가방과 의료, 식량 및 기타 물품을 지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홍수로 이재민이 된 5천여 가구에 식량 지원을 시작했고, 세계보건기구(WHO)도 비상기금 200만 달러(약 26억 원)의 현지 집행을 승인했습니다.

이 밖에 이집트와 튀니지, 알제리, 요르단, 쿠웨이트, 이탈리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영국, 미국, 스페인, 독일, 루마니아, 핀란드 등 개별 국가의 지원도 잇따랐습니다.

우리 정부도 지원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