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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중 국방장관, 건강 이유 회의 불참"…미 당국자 "부패로 조사"

"실종 중 국방장관, 건강 이유 회의 불참"…미 당국자 "부패로 조사"
▲ 리상푸 중국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

2주 넘게 공식 석상에서 사라진 리상푸(65) 중국 국방부장이 지난주로 예정됐던 베트남 국방부 수뇌부와의 만남에도 '건강 문제'를 이유로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리 부장이 이미 직을 잃고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당국자들의 언급도 나왔습니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복수의 베트남 당국자를 인용해 이달 7일에서 8일까지 베트남 주최로 열릴 예정이던 연례 국방 협력 회의가 갑자기 연기됐다고 보도했습니다.

베트남 당국자들은 중국 측이 리 부장의 '건강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베트남 측에 알린 뒤 회의가 연기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중국의 국무원 신문판공실과 국방부는 베트남 행사에 관해 즉각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중국 주재 베트남대사관도 보도전까지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국 당국자는 미국이 리 부장의 베트남 회의 취소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15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미국 당국자들은 리 부장이 이미 해임됐고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리 부장을 상대로 한 조사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통신은 전했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리 부장이 부패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으며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당국자는 리 부장에 앞서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직들이 잇따라 모습을 감춘 데는 부패 등 혐의가 이유가 됐다면서 "리 부장도 본격적인 수사를 받고 있고 해임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방위산업계와 연관된 당국자들 역시 리 부장이 군수품 조달사업 책임자였을 당시와 관련된 부패 혐의가 문제가 됐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올해 3월 국방부장에 임명된 리 부장은 중앙군사위원회 장비발전부장 재임 당시인 지난 2018년 러시아로부터 Su-35 전투기 10대와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을 불법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중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국방부 수장 자리에 올렸습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올해 중반 들어 외교, 경제, 글로벌 이슈 등의 대화 채널을 속속 되살리는 가운데도 유독 군사 채널의 복원이 늦어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리 부장 등 중국군 지도부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드는 관측이 나올 만큼 리 부장은 미중 갈등을 상징하는 인물 중 하나였습니다.

리 부장은 최근까지도 외국 고위 인사나 다자 회의에 참석해 대미 강경 발언을 쏟아냈지만 지난달 29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아프리카 평화안보포럼 기조연설 이후 관영 언론에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문을 제기한 것은 미국 외교당국이었습니다.

버락 오바마 전 미 행정부에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일본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8일 주일대사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시진핑 주석의 내각 라인업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닮았다"고 꼬집었습니다.

또 "처음에는 친강 외교부장, 그리고 로켓군 사령관이 실종된 뒤 이어 이제 리상푸 국방부장이 2주 동안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썼습니다.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는 무인도 별장에 초대받은 8명의 남녀 등 10명이 폭풍우로 섬을 떠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 명씩 살해당하지만, 누가 범인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실세로 꼽혔던 친강 전 외교부장과 중국군의 핵심인 로켓군 고위직들이 사라지고 다른 인사가 그 자리를 대신한 데 이어 리 부장도 같은 길을 걷는 게 아니냐는 분석으로 해석됩니다.

중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리 부장의 상황에 대해 침묵하고 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브리핑에서 리상푸 부장 관련 질문에 대해 "나는 당신이 언급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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