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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지정제 건축선'이 아직도…

<앵커>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는 건축법에 따라 정해진 선의 안쪽으로만 건물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정해진 선을 '건축선'이라고 하는데,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건축선 일부가 여전히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박찬범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용산구 다세대 주택 밀집지역에 건물을 올리려던 A 씨.

준비 과정에서 대지 위에 도로 모양 경계선이 지나는 걸 알게 됐습니다.

현재 도로 모양과도 딴 판이어서 이 경계선을 확인해보니 일제시대인 1934년 조선총독부가 설정한 이른바 '지정제 건축선'이었습니다.

[A 씨 : 지금 이런 선(지정제건축선)들 때문에 지금 그 도시 계획하고 상충되고 실질적으로 그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방해가 된다….]

설정한 지 90년이나 돼 현재 도로 상황과도 맞지 않는 지정제 건축선이 아직 남아 있는 건, 1962년 건축법을 만들 때 이 지정제 건축선을 승계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마을 주민 : 그러니까 집을 지을 때 여기까지 지었어야 되는데 못 지었어요.]

이처럼 일제시대 생긴 지정제 건축선은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땅 뿐만이 아니라 공용 도로까지 관통해 지나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90년 전 만든 일제시대 건축선이 전국에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알 수 없고, 문제가 돼 없애려면 그때그때 지자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

서울 서대문구의 이 건물도 지난 1997년 심의를 거쳐 지정제 건축선을 일부 해제하고 지었습니다.

[A 씨 : 이게 시민의 몫인지, 관할 구청 또는 서울시의 몫인지… 이게 왜 일개 시민한테….]

이런 낭비와 불편을 줄이려면 현실과 동떨어진 일제시대 건축선을 현재 상황에 맞게 조정할 필요가 있단 의견이 나옵니다.

[김학용/국민의힘 의원(국회 국토위) : 시대에 맞이 않은 일이고, 정부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합니다. 반드시 폐지하고 건축법으로 통합을 해서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국토부는 이에 대해 현행법으로도 효력이 인정되는 지정제 건축선을 일괄 폐지하면 건축 행정에 큰 혼란이 일어날 거라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최대웅·윤 형, 영상편집 : 위원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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