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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사' 고래, 몸속에 사람 100배 환경호르몬 축적"

<앵커>

바닷가에, 죽은 채 떠내려온 고래들이 종종 발견되곤 합니다. 외상도 질병도 없는 경우가 꽤 많아서 왜 죽었는지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에서 죽은 고래 몸속에 상당한 양의 환경호르몬이 축적돼 있단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임태우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3월 전북 부안 바닷가에서 수염고래의 일종인 보리고래가 죽은 채 발견됐습니다.

깊은 바다에서 서식하는 희귀종이라 왜 죽었는지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고, 국내에선 처음으로 정밀부검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외상이나 질병 흔적이 없어 미제로 남았습니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 바닷가로 떠밀려온 고래는 연평균 180마리.

부검한 개체 중 40%는 이렇게 '의문사'로 처리됐습니다.

[이경리/고래연구센터 박사 : 이 해역은 그들에게 익숙하거나 흔하게 올라오는 코스가 아닌데, 그렇다면 어디서 길을 잃었고 왜 길을 잃었을까, 원인을 찾는 데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고래의 의문사에 대한 연구가 활발한데,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게 환경호르몬입니다.

한양대 연구팀이 국내에서 발견된 고래 사체 50여 구를 조사한 결과, 살충제 성분인 DDT는 체액 1그램당 1만 나노그램, 난연제 성분인 폴리브롬화 비닐은 1천 나노그램 안팎이 검출됐습니다.

한국인과 비교하면 DDT는 최소 10배, 폴리브롬화 비닐은 100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특히 폴리브롬화 비닐 축적량은 다른 나라 연구 결과보다 많았습니다.

[문효방/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 환경호르몬이 체내에 축적되는 과정에서 고래와 인간 사이에 깊은 유사성이 발견됐습니다.]

인하대 연구팀이 죽은 고래들을 해부했더니 호흡기나 소화기 외에도 근육과 간, 뇌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침투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런 환경호르몬 등은 고래 개체 수 20% 안팎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고래처럼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입니다.

(영상취재 : 전경배, 영상편집 : 이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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