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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쇠락하는 미 해군, 왜?…배워야 할 점

[월드리포트] 쇠락하는 미 해군, 왜?…배워야 할 점
▲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

2차 세계 대전 이후 명실상부 한 세계 최강으로 군림했던 미 해군의 위상이 전 같지 않습니다. 이미 수상함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누르고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물론 10만 톤급 규모로 항공기 80여 대를 탑재하는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이나 이지스 전투 체계를 갖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등 무기의 질과 실전 경험 면에서 중국 해군은 아직 미 해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게 정설입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추격 속도라면 종합적인 전력 면에서 언제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을지 알 수 없습니다.

미, 올해 함정 건조에만 42조 원


미국도 이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해군에 막대한 투자를 아까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해군 함정 건조 예산만 320억 달러, 우리 돈 42조 원에 달합니다. 밀려드는 일감에 미시시피 주에 있는 헌팅턴 잉걸스 조선소는 수천 명을 추가 고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조선소에서 생산하는 알레이버크급 미사일 구축함은 적 잠수함 추적 · 파괴, 대함 공격, 순항 미사일을 이용한 육상 목표물 타격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미 해군 주력함입니다.
이지스 구축함서 발사되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미 해군이 이미 73척을 운용 중인데 대당 20억 달러, 약 2조 6천억 원에 16척을 추가 발주했습니다. 문제는 함정의 효용성입니다. 지금까지 '신의 방패' 이지스함으로 불리며 항공모함과 함께 미 해군의 힘을 상징했지만 이 구축함 역시 다른 전통적 함정처럼 점차 현대전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가 실시한 반복적 워게임 결과, 특히 타이완 문제로 중국과 충돌할 경우 더욱 취약한 걸로 나타났습니다.

미 싱크탱크인 랜드 연구소 측은 반복된 워게임에서 타이완 유사 시 많은 미 해군 함정들이 중국의 대함 미사일 체계에 큰 피해를 입는 걸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대규모 인명 피해와 장비 손실은 물론 작전 목표 달성마저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함정 피해를 줄이기 위해 원거리 공격을 대안으로 택할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미 해군 수상 함대는 분쟁 지역 작전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무인 함정' 대안 될까


방법은 없는 걸까요? 군 관계자들을 취재한 뉴욕타임스는 '무인 함정' 전력화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는 미 해군 제5함대를 들었습니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많은 전투 자산이 아시아로 이동하면서 페르시아만과 인도양 일부를 포괄하는 5함대는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습니다. 당연히 전통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했고 무인 보트나 수중 드론 같은 대안을 실험했습니다.
A Triton Ocean Aero
예상하셨겠지만 이런 무인 장비들은 정교한 카메라와 감지 장치 등을 달고 더 넓은 지역을 더 빠르게 누볐습니다. 적대 국가의 대함 미사일 위협에 따른 인명 피해 우려도 없었습니다. 먹고 마시고 자야 하는 사람이 없으니 당연히 보급 문제도 없었습니다. 개발 과정에서 기존 거대 방산 업체들은 비용 초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해당 사업을 맡은 팀은 오히려 해군 선박 건조 경험이 없는 혁신 기업들로 눈을 돌려 성과를 만들어냈습니다. 비록 초기 단계이나 가능성을 확인했음에도 미 당국의 대응은 그리 빠르지 않아 보입니다. 관련 투자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기존 함정에 쏟아붓는 돈에 비하면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일자리, 고정관념, 전통…군 혁신 앞에 놓은 것들


이유가 뭘까요? 당면한 해군 임무 수행에는 이상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표와 직결된' 일자리를 외면할 수 없는 정치권과 이익 창출이 중요한 경제계가 만들어 낸 현재의 조달 정책이 이런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습니다. 조선소를 지역구로 둔 의원이 선박 건조를 독려하거나, 조선업계가 거액의 기부금으로 의원들에게 로비를 하는 것 등등이 그런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국회의사당
여기에 더해 기존 전술과 개념에 익숙한 지휘관들의 고정관념, 전통 파괴에 대한 거부감과 기존 함대에 대한 자신감 등도 혁신의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미 공군의 전폭적 지원 아래 제작된 영화 '탑건 매버릭'에서도 '유인 조종사 시대는 끝났다'라는 한 지휘관의 주장을 반박하듯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 또한 이런 군내 감성과 무관치 않아 보입니다.)

해군에서 더 이상 전통 함정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또 보수적이어야 할 군 조직에서 지나치게 급격한 변화는 위험하다는 지적 또한 새겨야 합니다. 다만 변화는 그 시기에 맞춰 누가 얼마나 앞서 가느냐가 중요합니다. 항공모함 운용으로 태평양 전쟁 초반 승기를 잡았던 일본제국 해군이 '거함거포' 주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전술을 고집하다 패망을 재촉한 것도 그런 사례입니다.

미국의 진통에서 배워야 할 것들


업계에서 나도는 이야기로 아직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KF-21의 5세대 전투기 개량 사업은 없을 거란 말도 있습니다. 굳이 스텔스기를 만들어 위험한 전장 한 가운데 들여보내기보다 KF-21이 안전한 거리에서 무인기 여러 대를 운용해 적진 깊숙이 침투시키는 것이 비용이나 효율성 면에서 더 낫다는 겁니다. 굳이 비싼 돈 들여 5세대 스텔스 전투기를 만들기보다 무인기 투자에 더 집중하자는 취지인데 군 당국의 생각이 어떤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해군의 경우, 항모 도입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경항모에서 중항모로 바뀌었지만 항모 소요 제기는 여전합니다. 합동화력함 도입 이야기도 있습니다. 다만 항모에 대해서는 전략적 필요성보다 해군의 욕심 때문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습니다. 무인 장비가 정답은 아니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그 효용성을 가장 톡톡히 입증한 게 무인 장비인 건 사실입니다. 어느 분야에 얼만큼의 자원을 배분해 우리 역량을 키울지 고민해 봐야할 시점입니다. 초강대국 미국이 겪고 있는 진통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 또한 명확합니다.

(사진=미 해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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