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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고진 사망 후 몸 낮춘 체첸 수장…"목숨 바쳐 푸틴 명령 이행"

프리고진 사망 후 몸 낮춘 체첸 수장…"목숨 바쳐 푸틴 명령 이행"
▲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와 푸틴 대통령

러시아의 바그너 용병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의문의 항공기 추락 사고로 숨진 이후 한때 그와 함께 러시아군 수뇌부를 비판했던 체첸 자치공화국 수장 람잔 카디로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서약하며 한껏 몸을 낮췄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오늘(1일) 러시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카디로프는 프리고진의 장례식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 텔레그램 채널에 "나는 러시아 최고총사령관의 보병이며, 조국과 그것의 이익에 속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여기서 러시아 최고총사령관은 푸틴 대통령을, 조국은 러시아를 가리키는 걸로 풀이됩니다.

이어 "나는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의 어떤 명령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심지어 그 결과가 죽음일지라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카디로프는 프리고진에 이어 자신도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을 수 있다는 서방 언론 보도를 언급하며 "우리 대통령에게 나보다 더 충성스러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 수명보다 빨리 죽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절대적 충성심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자신의 암살 가능성에 대한 서방 언론 보도는 러시아 내부에 반목을 조장하려는 시도라고 일축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푸틴 대통령에게 두 번이나 목숨을 신세 졌다고 덧붙였으나, 더 이상의 상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카디로프는 푸틴 대통령과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하려는 듯 몇 달 전 푸틴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텔레그램에 게시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 타임스는 프리고진 사망 후 한때 크렘린궁과 국방부 등에 비판적이었던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강경파들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을 의심받는 행동을 자제하려 애쓰는 가운데 이번 카디로프의 '충성 서약'이 나왔다고 지적했습니다.

46세의 카디로프는 지난 2004년 피살된 부친 아흐마트 카디로프 전 체첸공화국 대통령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 혼란에 휩싸인 러시아 내 이슬람 자치공화국 체첸을 통치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크렘린궁에 충성하는 대가로 공화국 내에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인권 탄압 논란을 일으켜 왔습니다.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는 곧바로 악명 높은 체첸 내 국가근위대 부대를 전장에 파견해 러시아군을 지원했습니다.

프리고진이 자신이 이끌던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을 우크라이나전 최전선에 투입한 것과 비슷한 행보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후 러시아 국방부와 고위 장성들이 전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등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 바그너 용병단이 러시아군 지휘부에 맞서 일으킨 무장반란이 '일일천하'로 끝난 뒤 카디로프는 프리고진과 거리를 두며 민첩하게 크렘린 쪽으로 돌아섰습니다.

(사진=카디로프 텔레그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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