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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고 반성"…조선인 대학살 담긴 14m 그림 공개

<앵커>

이틀 뒤인 9월 1일은 일본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날은 우리에게는 조선인 대학살이라는 가슴 아픈 역사이기도 합니다. 당시 대지진으로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수많은 조선인이 목숨을 잃었는데, 처참했던 그때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 공개됐습니다.

도쿄 박상진 특파원입니다.

<기자>

화재 속에서 일본인 군인들이 흰옷을 입은 조선인들에게 칼을 휘두릅니다.

죽창에 찔린 채 길바닥에 쓰러진 사람들.

폭행당해 숨진 사람들의 시신이 짐처럼 쌓여있습니다.

길이만 14m에 달하는 이 두루마리에는 지난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군과 자경단이 조선인들을 무차별적으로 학살하는 모습이 영화 필름처럼 생생하게 담겨 있습니다.

후쿠시마의 초등학교 교사였던 키코쿠라는 인물이 대지진 2년 뒤인 1925년 그림을 완성했고, 한 일본 교수가 인터넷 경매로 입수해 이번 간토 대학살 100년을 맞아 공개했습니다.

[토다/고려박물관 관계자 : 후손들이 그림을 보고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반성하라는 의미의 글이 써 있습니다.]

과거의 참상을 진지하게 바라본 일본인들은 고개를 숙입니다.

[미츠하시/관람객 : 당시를 떠올리면서 두 번 다시 이런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조선인 학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역대 도쿄도 지사가 보내오던 추도문도 현 고이케 지사가 취임하고 2017년부터는 끊겼습니다.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거나 '방화를 저질렀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군경과 자경단에 의해 재일조선인 6천여 명이 무참히 살해됐습니다.

다음 달 1일 도쿄에서는 간토대지진 100주년 추념식이 열립니다.

화합과 치유를 위해서는 100년 전 조선인들의 무고한 희생을 올바로 인식하는 것이 먼저라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한철민·문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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