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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새벽마다 반복되는 긴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첫날, 불안한 공동어시장

[취재파일] '새벽마다 반복되는 긴장'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첫날, 불안한 공동어시장

부산공동어시장은 국내 최대의 수산물 위판장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새벽녘, 조업을 마친 배들이 선착장으로 들어오면서 위판장의 하루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수만 마리의 고등어들이 경매를 위해 운반 차량으로 옮겨지고, 기다리던 작업자들은 쪼그려 앉아 고등어를 크기 순서대로 분류합니다.

수십 년간 반복되어 온 일상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심상치 않습니다. 일본이 24일부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서 수산물을 터전으로 삼고 평생 살아온 수산업계는 말 그대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홍승연 취재파일

"물건 중에서 전갱이 저희가 조금 샘플링해도 되겠습니까?"


경매 준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새벽 2시 30분쯤,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가 적힌 옷을 입고 방사능 검사 요원들이 어시장에 도착합니다. 검사 요원들은 매일 새벽 어시장에서 이제 막 조업을 마치고 경매 준비 작업 중인 수산물의 시료를 채취해 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시료로 사용될 수산물을 꼼꼼히 살펴본 뒤 무작위로 몇 마리를 골라 비닐봉지에 옮겨 담습니다. 단단하게 밀봉한 뒤 준비해 온 아이스박스 속에 집어넣는 손길이 분주합니다.
 

"가식부위라고 하죠. 먹는 부위가 1kg는 나와야 하기 때문에 저희가 3kg에서 4kg 정도 가져가고 있습니다." - 이무근 대한수산질병관리사회 검사 요원


홍승연 취재파일

검사하는 수산물의 종류는 전문가가 선정하는데, 보통 그날 어획량이 많은 것 중에 골라집니다. 검사 첫날인 24일은 고등어와 전갱이, 눈볼대의 시료를 채취했습니다.

검사 요원들이 자리를 떠나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2시간. 시료 대상으로 선정된 어민도, 어시장 직원들도 연신 한숨을 내쉽니다.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검출되면 즉시 위판이 중단되기 때문에 어시장에 있는 모두에게 가장 초조한 시간입니다.

 

"(시료를 채취해 가니) 당황스럽죠. 당장은 방사능이 안 나오니 문제인데 흘려보내고 검출되면 문제가 될 거 아닙니까.
(일본이 바다로) 방사능 오염수를 방출한다는 것 자체에서 소비심리가 위축되니까 시장이 죽어버리죠." - 어민


새벽 4시 30분쯤, 연신 핸드폰을 바라보던 어시장 직원에게 방사능 검사 결과를 알리는 연락이 도착합니다.

홍승연 취재파일
"금일 위판된 수산물의 방사능 검사 결과는 적합함을 알려드립니다."

이렇게 새벽 시간 방사능 검사를 모두 마친 뒤, 수산물들은 새벽 6시 첫 경매에 부쳐져 전국으로 유통됩니다.

만에 하나 방사능이 검출되더라도 유통 전에 모두 차단할 수 있게 하겠다며, 이런 방사능 검사는 매일 새벽 전국 43개 공판장에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어업인과 수산인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거든요. (원래) 1주일에 한 번 정도 방사능 검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매일매일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 재래시장이나 백화점 등에 물건을 납품할 때 방사능 검사가 완료된 거냐고 물어봅니다." - 박극제 부산공동어시장 대표


매일 새벽 어시장에서 벌어지는 방사능과의 싸움.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시민들, 특히 바다와 생업을 함께 하는 사람들의 위기는 상상 이상입니다.

홍승연 취재파일

매일 새벽 작업을 하면서도 '오늘은 경매가 가능할지' 마음을 졸이고, 손님도 거의 다니지 않는 조용한 거리를 보며 눈물짓습니다.

"벌써 손님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어요. 이제 방류하면 더 수산물을 안 먹지 않겠어요? 우리들이 대체 무슨 죄가 있습니까."

상인들은 모두 입을 모아 '수산업계의 심각한 위기'라고 말합니다. 방류는 이미 시작됐고, 정부는 일본이 약속을 어길 경우 방류 중단과 국제 사회 제소를 불사하겠다고 했지만, 시민들의 불안함과 수산업계의 고통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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