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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한은, 기준금리 3.5% 유지…5연속 동결 왜?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 다섯 번 동결했네요. 3.5%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거죠?

<기자>

올해 1월 이후로 유지해 온 3.5%, 계속 갑니다. 사실 이번에는 한 번 올려도 이상하지는 않을 환경이었습니다.

일단 지난달 말에 미국이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우리와의 금리차가 역대 최대폭으로 역전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1금융권의 제일 큰 은행이라면, 우리나라는 잘 나가는 우량 저축은행쯤 되는 경제입니다.

아무리 우리가 우량 저축은행이라고 해도, 1금융권의 제일 큰 은행이 저축은행보다 이자를 2% 포인트나 더 준다고 하면 세상의 돈이 그쪽으로 몰려가려고 할 수밖에 없겠죠.

실제로 미국이 그야말로 무제한으로 달러를 풀던 2021년 초만 해도 1천100원이면 1달러를 샀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요.

그런데 지금은 1천300원은 넘게 있어야 1달러를 삽니다. 특히 환율이 좀 진정되다가 지난달 말에 미국이 금리를 올린 이후로 다시 치솟고 있습니다.

그만큼 달러에 대한 수요가 더 많아졌고, 우리 돈은 약해졌다는 겁니다.

가계부채도 문제입니다. 우리 GDP 국내총생산 규모보다 가계빚 규모가 더 큽니다.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가계빚이 축소되는가 했는데 최근에 다시 늘면서 은행권 가계대출은 또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021년 8월 이후로 계속해서 올랐던 금리가 이제는 떨어질 때가 됐다는 기대가 퍼진 게 가장 큰 이유입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금리를 올린다고 해도 이상하지는 않은 환경이었는데, 금통위는 다시 한번 동결을 택했습니다.

<앵커>

금리를 일단 이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겠다. 이런 결정이겠죠. 배경도 좀 짚어주시죠.

<기자>

역시 가장 큰 이유는 경기에 대한 불안입니다. 한국은행이 어제(24일)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까지 같이 내놨는데요.

일단 올해에 대해서는 1.4%, 이미 굉장히 낮습니다. 이 전망을 계속 유지했지만 내년에 대해서는 5월에 했던 전망보다 0.1% 포인트를 깎았습니다.

최근에 우리 경제를 둘러싸고 또 하나 불거진 게 중국 리스크입니다. 중국의 지난 40년 동안의 눈부신 경제 성장, 잔치는 끝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죠.

중국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냐면 그동안 중국이 미국 위치를 넘보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압박 정책을 구사했던 미국이 상무장관을 이번 주말에 중국에 급파하고요.

잠정적인 블랙리스트에 올렸던 27개 중국 기업들을 리스트에서 해제해 주고, 그러니까 중국이 너무 힘들어져서 글로벌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까 봐 중국을 관리하는 태세로 전환했을 정도입니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동안 중국에 크게 의존하던 수출을 다른 곳으로 많이 다변화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중국이 이 정도로 힘들면 수출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0.1% 포인트를 깎았다는 게 한국은행의 설명입니다.

소비도 계속 부진합니다. 2분기의 우리 국민 가계지출 1년 전보다 좀 늘은 걸로 나오긴 했는데요.

물가가 비싸져서 돈을 많이 쓰는 걸로 보일 뿐입니다. 들여다보면 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데도 돈은 더 쓰고 있는 겁니다.

이를테면 외식을 덜하는데 밥값이 비싸서 외식비는 지난해보다 더 쓰고 있는 그런 상태인 거죠.

게다가 지난달 초에 건전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불안해진 시민들이 줄지어 예·적금을 해지하는 해프닝이 빚어졌던 새마을금고 사태 같은 것도 고금리 환경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부동산 대출 부실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습니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일단은 금리를 이 정도에서 유지하자, 더 올리지는 말자는 선택이 나온 걸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여러 이유 속에서 일단 유지된 건데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둔 거죠.

<기자>

그런 부분을 강조했습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지금보다 더 높은 3.75%까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고 한국은행 총재가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지난 10년간 익숙했던 그런 저금리는 앞으로는 힘들 거라고도 강조했습니다.

[이창용/한국은행 총재 : 금융 비용 이런 것들이 한동안 지난 10년처럼 거의 0%,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과연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다 고려하셔서 부동산에 투자를 하셔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설사 기준금리는 지금이 이번 사이클의 정점이라고 해도 시장 금리는 또 출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내내 기준금리는 똑같았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4월과 5월에 저점을 찍었다가 다시 상승했죠.

다만 최근에 미국이나 우리나 시장금리가 상승세를 타다가 멈추는 이 정도에서 당분간 유지되려는 모습이 조금씩 나오고 있어서요.

우리의 이자 부담은 당장은 지금 정도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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