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국가경제 다 말아먹었다"며 총리 비판한 김정은, 의도는?

[N코리아 정식] 김덕훈 총리에 대한 책임전가인가, 북한 내의 권력투쟁인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김덕훈 총리를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바닷물을 막고 있던 제방이 무너지면서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한 평안남도 간석지를 시찰한 자리에서입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 최고지도자가 간부들의 잘못을 비판한 적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내각의 총책임자를 공개적으로 강도 높게 비판했다는 점에서 그 의도와 맥락을 짚어볼 부분이 있습니다.

평안남도 안석간석지를 시찰한 김정은

김정은, 김덕훈 총리와 내각 신랄하게 비판

북한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평안남도의 안석 간석지에서는 제방 붕괴로 논벼를 심은 270여 정보를 포함해 모두 560여 정보의 간석지 구역이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배수구조물 설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제방이 무너졌다는 것인데, 제방에서 물이 새는 것을 사전에 발견하고도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이번 피해가 간부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에 의한 인재라고 규정하면서 김덕훈 총리와 내각을 정조준했습니다.
"아래 단위들의 그릇된 일본새(일하는 태도)도 문제이지만 간석지건설국이 이러한 건설을 자의대로 승인하고 망탕(되는대로 마구) 할 때까지 내각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행정경제규율이 얼마나 문란한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실례로 된다고"

"지금 내각에 사업체계가 올바로 세워져있지 않으며, 실속 없는 일꾼들이 동원되어 유명무실하게 틀고 앉아 산하단위들에 대한 지도도 제바로(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최근 몇 년 어간에 김덕훈 내각의 행정경제규율이 점점 더 극심하게 문란해졌고 그 결과 건달뱅이들이 무책임한 일본새(일하는 태도)로 국가경제사업을 다 말아먹고 있다고"

- 김정은 안석간석지 현지지도, 조선중앙통신 22일

주목할 점은 김정은이 김덕훈 개인의 업무태도를 몇 번이나 지적했다는 것입니다.
"일꾼들의 무책임성과 무규율성이 난무하게 된 데는 내각 총리의 무맥(힘이 없어서 맥을 못 추는)한 사업태도와 비뚤어진 관점에도 단단히 문제가 있다고"

"(총리가) 그나마 너절하게 조직한 사업마저도 료해(파악)해보면 피해상황을 대하는 그(총리)의 해이성과 비적극성을 잘 알 수가 있는데 나라의 경제사령부를 이끄는 총리답지 않고 인민생활을 책임진 안주인답지 못한 사고와 행동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고, 내각 총리의 무책임한 사업태도와 사상관점을 당적으로 똑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 김정은 안석간석지 현지지도, 조선중앙통신 22일

김덕훈이 이렇게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에게 신랄하게 비판받은 이상 문책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와 김덕훈 총리
통일부는 이에 대해 "북한의 핵개발로 인한 대북 제재와 국경 봉쇄조치 등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초래된 경제 악화의 책임을 내각에 전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경제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경제난의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미루려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에 의해 준비된 작품?

그런데,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먼저, 이번 제방 붕괴와 침수 피해 복구 과정에서의 문제를 김정은이 어떻게 알게 되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정확한 보고과정은 알 수 없지만, 김정은의 질책 내용을 보면 김정은이 내각 관계자들의 문제 있는 행동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보고받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어떻게 되어 내각과 성, 중앙기관의 책임일꾼들은 현장에 얼굴도 내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내각 총리는 관조적인 태도로 현장을 한두 번 돌아보고 가서는 부총리를 내보내는 것으로 그치고, 현장에 나온 부총리라는 사람은 연유(기름) 공급원 노릇이나 하였으며, 주인으로서 공사를 직접 지휘해야 할 간석지건설국장은 자기는 크게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돌아가겠다고 당위원회에 제기하다가 비판을 받고도 거의나 기업소 사무실에서 맴돌며 허송세월한 것마저 배수문공사용으로 국가로부터 공급받은 많은 연유를 떼내어 몰래 은닉해 놓는 행위까지 하였다는데"

- 김정은 안석간석지 현지지도, 조선중앙통신 22일

이상의 내용을 보면 누군가가 총리, 부총리, 간석지건설국장의 행동들을 세밀히 주시하다 김정은에게 보고서를 올렸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내각의 주요 간부들이 이런 식으로 일하고 있다는 것을 최고지도자인 김정은에게 보고하기 위해 세밀히 관찰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김덕훈 총리와 내각에 대한 김정은의 이번 질책은 누군가에 의해 치밀하게 준비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김정은의 이번 질책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문책이 김덕훈 총리 선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김정은이 '김덕훈 내각의 규율이 극심하게 문란'해졌으며 '지금 내각에 사업체계가 올바로 세워져있지 않다'고 지적한 만큼, 내각 관료들의 대대적 문책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앞으로 내각 관료들에 대한 대대적 문책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당분간 내각이라는 조직은 힘을 발휘하기 어렵게 됩니다.

이번 사건이 내각이라는 세력의 힘이 빠지는 것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이번 사건은 단순한 문책이 아니라 북한 내 권력기관 간의 위상 변동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내 어떤 특정 세력이 권력투쟁의 차원에서 김덕훈 총리를 필두로 하는 내각이라는 조직을 공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스프 배너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