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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유럽연구소는 유럽 진출 '고속도로'…국제 협력 선봉 설 것

KIST 유럽연구소는 유럽 진출 '고속도로'…국제 협력 선봉 설 것

연내 한국 스타트업 15곳 독일로, 독일 기업 한국 진출 문의도 이어져


"박정희 대통령이 독일의 아우토반을 보고 한국에 와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을 때, 독일에서는 '먹을것도 없는 나라가 고속도로를 만드냐'고 웃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도 그런 말을 하지 않습니다. KIST유럽연구소도 과학기술계의 '고속도로'입니다"

16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유럽 과학기술학술대회(EKC) 행사장에서 만난 김수현 KIST 유럽 연구소장은 "세계에서 기술 패권 전쟁이 심화될수록 오히려 네트워킹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며 " 과학기술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996년 설립돼 올해로 27년을 맞은 KIST 유럽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해외 소재 정부 출연연구소다.

프라운호퍼와 막스플랑크를 포함해 16개의 연구 기관이 입주해 있는 독일 잘란트 주 자르브뤼켄 시 내 잘란트 대학 R&D 클러스터에 위치해있다.

김 소장은 "KIST유럽은 아직 한국 과학기술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던 시기에 글로벌 연구개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결단으로 세운 곳"이라며 "오래전의 선견지명이 지금 하나둘 씩 꽃을 피우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IBK기업은행, 독일 잘란트 주 경제진흥공사와 함께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하는 국내 스타트업 유럽 진출 프로그램이다.

별도의 심사과정을 거쳐 선발된 15개의 스타트업이 내달 중 독일로 향한다.

이 중 5개 기업이 최종 선정돼 본격 유럽 스타트업 설립 절차를 밟게 될 예정이다.

그는 "현지에서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유럽 기관들과 오래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KIST 유럽연구소가 자연스럽게 유럽 현지에 녹아들어갔고, 이러한 활동이 한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됐다고 본다"며 "그 덕에 국내 스타트업 진출 과정에서 잘란트 주 경제진흥공사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업들이 독일 현지에 진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생긴다는 소식이 지역에 퍼지자 현지 기업들의 문의도 이어졌다.

김 소장은 "최근 몇몇 독일 기업이 역으로 우리가 너희를 통해 한국에 진출할 수 있겠냐고 연락을 해 왔다"며 "현 정권에서 국제 협력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데, 이미 인프라를 구축해 놓은 덕에 이를 잘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의 한류 열풍도 'K R&D'를 유럽에 알리는 데 큰 몫을 한다.

김 소장은 "KIST 유럽이 위치한 자르브뤼켄은 인구가 20만명뿐인 작은 도시인데도 한국어 강좌가 4개나 개설됐다"며 "BTS , 한국 드라마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구, 기업 진출 협력의 물꼬를 트기도 몰라보게 쉬워졌다"고 언급했다.

독일에서 2년 7개월간 KIST유럽연구소를 이끌어 온 김 소장은 독일의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langsam, aber, sicher)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일이 늦어져 불편하더라도 완벽하게 해 뒤탈이 없게 하는 독일인들의 성향을 보여주는 말이고 독일을 상징하는 표현이기는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성향 때문에 배터리 등의 첨단 기술에서 뒤쳐진 데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과 독일이 협업하는 과정을 거치며 두 국가의 성향을 합쳐 '빨리빨리, 그러나 확실하게' 기술주권을 확보 해 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고 덧붙였다.

(사진=뮌헨(독일) 한국과학기자협회 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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