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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국민 음료' 커피마저 덜 마신다…청년층 주머니 사정 특히 빠듯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오늘(22일)은 커피 이야기네요. 소비가 얼어붙어도 커피 소비는 꺾이지 않는다 이런 말이 있었는데 최근에는 커피 산업까지 주춤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요.

<기자>

지난해까지만 해도 커피 수입량은 사상 처음으로 20만 톤을 돌파했습니다. 커피전문점 같은 카페의 수는 처음으로 10만 곳을 넘었고요.

이게 얼마나 많은 거냐면, 전국의 제과점과 패스트푸드점, 그리고 술집을 모두 합쳐도 커피가게 수만큼 안 되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10년 넘게 꺾일 줄 모르던 커피 산업의 성장세에도 조금 분위기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달까지 올해 우리 커피 수입량 10만 9천800톤 정도입니다.

처음으로 연간 수입량 20만 톤을 돌파한 지난해랑 비교하면 3.9% 줄어든 겁니다. 수입액, 돈으로 따지면 9.5%, 10% 가까이 줄었습니다.

양의 감소폭과 수입액 감소폭이 이렇게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난해랑 비교하면 국제적으로 커피 가격이 꽤 내려왔기 때문입니다.

커피는 지난해 가격이 치솟았던 대표적인 원자재 중에 하나입니다. 이상기후 때문에 최대 생산지인 브라질 지역의 작황도 좋지 않았고요.

또 커피는 보통 배로 실어오는데 운임 수준이 워낙 기록적으로 치솟기도 했었습니다.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도 커피 수입량이 처음으로 연간 20만 톤을 돌파했다는 게 그만큼 커피의 뜨거웠던 인기를 보여주는 거죠.

그렇게 비싼데도 많이 사들였던 겁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커피콩 가격도 지난해보다는 진정세고, 운임도 좀 안정됐는데요.

정작 커피 수입량은 더 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고 있습니다.

<앵커>

수입량은 이렇게 줄어든 건데 실제로 사람들이 커피 마시는 것도 줄이고 있는 건가요?

<기자>

확실한 건 시간이 좀 지나 봐야 알겠지만 커피마저 역성장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정체 국면으로 접어든 것 아니냐 이런 정황은 조금 보입니다.

지난해는 한 달에 커피가게가 1천400개씩 새로 생겼습니다. 반대로 폐업하는 가게는 1천50개 정도였고요.

재작년의 개업은 사실 더 활발해서 한 달 평균 1천500개 정도 새로 커피 가게가 생겼고, 반면에 폐업하는 가게 수는 930개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보면 새로 생기는 커피 가게 수는 한 달 평균 1천230개 정도로 적어졌는데 폐업하는 가게 수는 좀 더 늘어서 1천100개 가까이까지 됩니다.

이제 개업과 폐업이 좀 비슷해졌습니다. 한 마디로 신규 창업은 확실히 줄어들고 있고, 폐업은 슬금슬금 늘고 있다는 겁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특히 커피전문점은 코로나 기간에 특히 각광받았던 점이 있죠.

쉽게 테이크아웃이 가능하다 보니까 방역이 강해지면서 외식업 타격이 컸을 때도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성업할 수 있었고요.

아예 소규모의 중저가 테이크아웃 전문점이 늘어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일상을 확실히 회복하면서 이런 가게들의 수요가 다른 데로도 분산되는 경향이 좀 나올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또 최근 2년간 워낙 커피 시장 성장세가 활발했다 보니까 3년 연속 그 정도로 성장할 순 없다, 일종의 역기저효과가 나타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난 2018년 이후로 해마다 9천 톤에서 1만 5천 톤 안팎씩 꾸준히 늘어나던 커피 수입이 이대로 올해 감소한다고 하면요.

확실히 이제는 가장 좋아하시는 커피마저도 맘 놓고 마시지 못하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볼 수밖에는 없을 겁니다.


<앵커>

물가가 너무 높아서 요즘 외식을 덜 하는 분위기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커피도 좀 영향을 받을 것 같습니다.

<기자>

최근에 모든 연령대 주머니가 빠듯한 가운데서도 특히 20대의 소비 타격이 좀 크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신한카드가 올해 2분기의 외식 분위기가 어떤가, 사람들이 쓴 카드 사용액 빅데이터로 집계해 봤더니요.

모든 연령대가 1분기보다 한 번 외식하러 나갈 때 쓰는 돈을 줄이고 있는데 특히 20대에서 그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지난해보다는 사람들이 돈을 외식에 더 많이 쓰고 있기는 하지만 그거는 1년간 외식 물가 오른 정도를 생각하면 사실상 외식을 줄이고 있는 수준인 거고요.

나가서 먹더라도 1분기보다 더 저렴한 걸 찾아다니는 모습이 보인다는 겁니다.

이 조사에서는 커피를 따로 발라내서 보진 않았지만 이렇게 밖에서 뭘 사 먹는 게 점점 더 부담스러워지는 분위기에 커피만 피해 갈 수는 없겠죠.

특히 커피를 더 즐겨 마시는 청년층, 20대가 외식비용을 아끼는 모습이 더 두드러지는 만큼 커피 한 잔 더 마셔도 되나, 어디서 얼마짜리를 마셔야 될까 고민을 많이 하는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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