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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인데도 출근하다 참변…내가 아는 가장 착한 아이"

"방학인데도 출근하다 참변…내가 아는 가장 착한 아이"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사건으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받다가 끝내 숨진 초등학교 교사 A 씨가 방학 중 학교로 출근하는 길에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20일 유족과 지인들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17일 오후 2시 교내에서 예정된 연수 업무를 위해 평소 자주 이용하던 등산로로 출근 중이었습니다.

A 씨는 방학 기간을 이용해 5일간 진행되는 교직원 연수 기획·운영 업무를 맡았고, 지난 17일이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고 합니다.

A 씨가 근무하는 학교는 사건이 발생한 야산에서 직선거리로 약 1㎞ 떨어져 있습니다.

야산과 등산로로 연결된 생태공원 둘레길은 인근 학교 학생들도 체험학습을 하려고 자주 찾는 장소라고 지인들이 전했습니다.

빈소에서 만난 대학 동기 김 모 씨는 "원래 성실한 친구다. 아침 8시 30분에 근무를 시작하더라도 1시간씩 일찍 가는 아이라서 그날도 빨리 출근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김 씨는 "방학 중에 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게 모두 꺼리는 일인데 본인이 맡아서 한 거였다"며 "정말로 선량한 친구가 일하러 가다가 그렇게 됐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전날 밤 빈소를 찾아 유족을 위로했습니다.

그는 조문을 마치고 나와 "유족 말씀을 들으니 어느 정도 공무상 재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교육청 소속 노무사와 사실관계를 확인해 (공무상 재해가 인정되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A 씨는 약 10년간 교사 생활을 했습니다.

유족과 지인들은 A 씨가 학교 안팎에서 궂은일에 먼저 나서는 책임감 강하고 선량한 성격이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A 씨의 오빠는 "남들이 하지 않으려는 보직을 자기가 하겠다고 나선 아이다. 스무살 때부터 집에 손을 벌리지 않았다. 사치도 안 부리고 월급을 모아 내년에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며 울먹였습니다.

A 씨의 사촌 언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착한 아이였다. 싫은 소리도 못 하고 힘든 일도 맡아서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함께 동호회 활동을 한 현 모(49)씨는 "코로나로 격리됐을 때 몰래 도시락을 가져다 주면 그것도 미안하다며 나한테 선물 쿠폰을 보내던 아이"라며 애통해했습니다.

같은 동호회원 윤 모(47)씨는 "대회를 하면 미리 계획해 발표자료까지 만들고 솔선수범했던 아이"라고 전했습니다.

A 씨의 빈소는 사흘간 치료받은 서울시내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습니다.

빈소 앞에는 대학 동기들이 보낸 근조 화환이 놓였습니다.

비보를 접한 지인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며 달려와 작별인사를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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