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윤동주 묘 찾아내 절 올린 日 교수…연구자료 2만 점 한국에 기증

한국문학 연구에 평생을 헌신한 고 오무라 마스오(1933~2023) 일본 와세다대 명예교수의 생전 소장 자료 2만여 점이 한국에 기증됩니다.

국립한국문학관에 따르면, 지난 1월 별세한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유족이 그의 소장자료 2만여 점을 기증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남북한과 재일 조선인까지 폭넓은 한국 문학 연구에 힘쓴 일본인 연구자 오무라 마스오 교수는 특히 윤동주 연구로 이름을 알렸습니다.

그는 한중 수교를 맺기 전인 1985년 중국 룽징에 방치돼 있던 윤동주 시인의 묘지를 찾아냈으며, 윤동주 생가 터와 그가 다녔던 광명중학의 학적부, 송몽규 생가 등을 직접 확인해 쓴 논문 역시 유명합니다.

오무라 교수는 지난 1999년 한국 교수들과 공동으로 '윤동주 자필시고집'을 출판했으며 해당 자료는 현재까지 윤동주 연구를 위한 기초 자료로 쓰이고 있습니다.


생전 "일본인 학자로서 한국인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보완하겠다"라고 밝힌 오무라 교수는 식민지, 분단, 정치적 이유 등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한국문학사 연구의 빈틈을 채우고, 국제적 시야를 통해 그 지평을 넓혔습니다.

그는 연구 이외에도 동료 학자들을 모아 윤동주 시인이 순국한 후쿠오카 형무소 부지에 그를 기리는 시비를 세웠으며, 이 같은 노력이 알려져 2018년 한국문학번역상을, 지난해 한국학 관련 분야에서 업적을 쌓은 석학에게 수여되는 연세대 용재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오무라 마스오 교수의 한국 문학에 대한 헌신은 사후에도 이어졌습니다.

"사후에 한국에 자료를 기증하겠다"는 오무라 교수의 유지를 따라 그의 유족은 와세다대를 비롯한 일본 학계의 자료 기증 요청을 거절하고 지난 7월 국립한국문학관 문정희 관장을 만나 기증 의사를 밝혔습니다.

기증 자료에는 오무라 교수가 한국을 방문하여 연구한 자료들, 한·일 연구자들과 주고받은 서신,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문학 관련 자료, 중국에서 수집한 한국문학 자료 등이 포함됐습니다.


문정희 관장은 "2022년 11월에 용재상 수상을 위해 한국에 오신 오무라 마스오 선생을 만났을 때만 해도 더 오래 사실 줄 알았다. 병이 깊은 몸으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오셨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 그의 한국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실감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오무라 교수의 치바 자택 서고의 모습을 기록하기 위한 아카이브를 제작한 후, 그의 기증 자료를 국내로 이관할 예정입니다.

(사진=연합뉴스, 국립한국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