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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쇼] 이창민 "신림동 성폭행이 '묻지마'? 한국, 명확한 개념조차 없다"

- 일본 경찰, 1981년 '토리마 범죄' 정의 내려
- ①공공장소 ②범행동기 불명 ③흉기로 위해
- 신림 성폭행은 성적 동기…'묻지마'에서 보통 제외
- 日 토리마 범죄, 매년 평균 6~7회 발생
- 경기침체와 무관…엄벌에도 획기적 감소 안돼
- 핵심 키워드는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
- 2030 남성 위주, 무직·비정규직 등 비중 높고
- 저학력, 등교거부, 친구·애인 없는 경우가 다수
- 아키하바라 사건 이후 모방 성행, 한국과 유사
- 日, 범행예고 상시감시 등 대응책 세우는데
- 한국은 아직 개념 정의도 못해 통계·대책 미비


■ 방송 : SBS 김태현의 정치쇼 (FM 103.5 MHz 7:00 ~ 09:00)
■ 일자 : 2023년 8월 18일(금)
■ 진행 : 백성문 변호사 (김태현 변호사 휴가로 대신 진행)
■ 출연 :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백성문 : 정치가 짚어야 할 아젠다를 던지는 정치쇼 아젠다, 연속기획으로 한국의 조커들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도 자전거를 탄 채로 중학생에게 흉기를 휘두른 20대가 검거되는 일이 있었고요. 또 어제는 대낮 서울시내 공원에서 한 남성이 알지 못하는 여성에 대해 성폭행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묻지마 범죄는 왜 일어나고 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도리마 범죄로 통계내고 있는 일본 사례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와 전화로 연결해서 이야기를 나눠볼게요. 현재 일본에 계시는데요. 교수님 나오셨나요?

▶이창민 : 네, 안녕하십니까. 한국외대 이창민입니다.

▷백성문 : 요즘 진짜 왜 이렇게 흉악한 범죄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건지 불안한데요. 어제 신림동 등산로에서 여성이 성폭행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생명이 위독한 상태라고 하는데요. 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일면식조차 없었다고 해요. 이것도 묻지마 범죄인가요?

▶이창민 : 저도 어제 뉴스를 보고 관련 사실을 접했습니다마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묻지마 범죄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라든지 합의된 정의 이런 것이 없고요. 다만 참고할 수 있는 게 2014년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묻지마 범죄자의 특성 이해 및 대응방안 연구>라는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보면 성폭력 범죄는 가해자 입장에서 성적 만족이라는 1차적 동기가 뚜렷하죠. 그래서 보통 묻지마 범죄는 동기가 불분명한 사건들을 가리키기 때문에 이번 같은 성범죄는 묻지마 범죄에서는 제외를 하고 있습니다.

▷백성문 : 성범죄는요.

▶이창민 : 네.

▷백성문 : 그러면 일본에서는 묻지마 범죄에 대해서 이걸 도리마 범죄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묻지마 살인이랑 비슷한 거죠? 정확히 어떤 뜻인가요?

▶이창민 : 먼저 도리마라는 게 일본어로 사실 토리마 이렇게 발음이 조금 다른데요. 토리라는 게 지나간다, 통과한다. 일본어로 이런 뜻이고요. 마는 악마 할 때 그 마 자인데요. 이게 어떤 사람한테 빙의해서 일면식도 없는 다른 사람한테 위해를 가하는 일본에 옛날부터 내려오는 요괴 이름이에요, 토리라는 게. 그래서 이게 예전부터 일본 언론을 중심으로 이유 없이 불특정인한테 위해를 가하는 사람한테 토리마가 씌였다는 이런 뜻으로 도리마 범죄 이렇게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는데요. 지금부터 한 40년 전쯤인 1981년에 일본 경찰청에서 처음으로 도리마 범죄에 대한 개념 정의를 내립니다. 거기 중요한 네 가지 요소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범행이 이뤄져야 하고 두 번째는 범행동기가 명확하지 않아야 되고, 불명확해야 되고요. 세 번째는 피해자가 불특정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흉기를 사용하는 등의 위해를 가해야 하는 그런 범죄인데 이런 정의에 따라서 일본 같은 경우도 성범죄는 따로 도리마 범죄에는 포함하지 않고 있습니다.

▷백성문 : 도리마 범죄가 우리가 통상 얘기하는 묻지마 범죄라고 하는 것하고 많이 닮아 있는 건 사실이네요?

▶이창민 : 네. 맞습니다.

▷백성문 : 일단 우리나라에서는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범죄라고 얘기를 하는데 아직 정확하게 개념 정립이 안 됐고 통계도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다 이렇게 봐야 되는 건가요?

▶이창민 : 작년 9월이죠. 우리 경찰청에서 묻지마 범죄를 이상동기범죄라고 명명을 했는데 그동안 논의는 계속 지속돼 왔습니다마는 용어의 개념에 대한 어떤 확실한 컨센서스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고요. 일본에서는 반면 우리보다 40년 정도 앞서서 방금 말씀드린 그런 네 가지 특성을 가지는 범죄에 대해서 개념 정의를 하고 그때부터 통계 수집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81년부터 통계가 발표가 되면서 지금까지 이렇게 통계를 보면 매년 연평균 6, 7번 정도 도리마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백성문 : 일단 이렇게 통계를 내보는 이유가 정확하게 분석을 하고 되도록이면 이런 묻지마 범죄, 도리마 범죄를 줄이고자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까 일본은 81년부터 통계를 보면 연평균 6, 7건 꾸준히. 그러니까 늘지도 줄지도 않았다 이런 것 같아요.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창민 : 제가 사실 전공이 경제학이라서 처음에는 경기가 안 좋아지면 도리마 범죄가 늘어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뚜렷하게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좀 어렵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게 2008년인데 그때 사실은 도리마 살인이 한 14건 발생해서 평상시 한 2배 정도 늘어나거든요.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경기침체 때마다 도리마 살인이 늘어났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그래서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분산이 크지도 않고 평균적으로 일본에서 매해 6, 7명 정도 살인사건이 일어나는데 이건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그동안 40년 동안 도리마 살인을 줄이기 위해서 정책도 열심히 연구하고 일본은 또 사형 집행까지도 하거든요, 도리마 살인사건 범인에 대해서. 굉장히 엄하게 처벌을 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큰 폭으로 늘지 않았다고 해석을 할 수도 있겠지만.

▷백성문 : 늘지 않았다, 오히려.

▶이창민 : 그렇죠. 그런데 또 한편으로 보면 지난 40년 동안 그렇게 연구도 많이 하고 이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획기적으로 줄어든 것도 아니기 때문에.

▷백성문 : 왜 줄이지도 못했나.

▶이창민 : 그렇죠. 그래서 아직도 일본에서 이게 논쟁이 계속 지속되고 있는데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이 은둔형 외톨이나 인격장애가 있다고 해서 이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인 범죄군으로 볼 수도 없고요. 또 경기가 안 좋으면 도리마 범죄가 창궐한다, 이렇게 단순히 결론을 내릴 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백성문 : 그러면 지금 말씀하셨던 것처럼 경기변동과는 그렇게 완벽한 상관관계가 인정되기 어렵다고 하시고 그럼 어떤 요인이 가장 클까요?

▶이창민 : 일단 제가 경기변동하고는 큰 상관관계가 보이지 않는다고는 했습니다마는 여러 케이스 스터디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키워드가 2개 있거든요.

▷백성문 : 뭔가요?

▶이창민 : 그게 하나는 경제적 궁핍이고요. 또 하나는 사회적 고립입니다. 일본의 도리마 살인사건 중에서 가장 유명한 사건이 2008년 6월 8일에 발생한 아키하바라 도리마 사건인데요. 그 사건에서 범인이 2톤 트럭을 몰고 아키하바라 행인에게 돌진을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처음에는 교통사고가 난 줄 알고 도와주려고 막 몰려들었는데 범인이 차에서 내려서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르면서 결국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했거든요.

▷백성문 : 서현역 사건하고 비슷하네요.

▶이창민 : 그런데 그 사건에서 범인이 두 가지 특징이 있었는데 하나는 경제적 궁핍을 겪고 있었어요. 범인이 당시에 파견노동자라고 해서 말하자면 비정규직 노동자였는데 공교롭게도 범행 직전에 해고가 되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범인이 재판에서는 해고당한 게 직접적인 범행동기는 아니다라고 얘기는 했습니다마는 어쨌든 범인은 계속 제대로 된 직장을 못 구하면서 여러 직장을 전전하면서 계속 경제적 궁핍을 겪으면서 사회에 대한 불만이 커져나갔다, 커져갔다 이렇게 분석이 나와 있고 또 한 가지는 고립인데 범인이 학교생활에서도 친구들하고 관계가 별로 원만하지 못했어요. 그리고 직장 가서도 계속 동료들하고 갈등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범행 직전까지 이성친구는 물론이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나 직장동료가 1명도 없는 상태에서 오로지 인터넷 게시판에 글 쓰는 것으로 사회하고 소통을 했거든요. 결국 이런 경제적 궁핍 그다음에 사회적 고립, 이런 키워드는 2013년에 법무성에서 무차별살상 사범에 관한 연구결과에도 잘 정리가 돼 있는데요. 거기 보면 도리마 살인 범죄자의 특징이 몇 가지 정리가 돼 있습니다. 20~30대 남성이 제일 많았고요. 범행 당시에 무직이 80% 그리고 일을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12%, 그러게 92%의 사람들이 사실상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고 있던.

▷백성문 : 경제적 문제네요.

▶이창민 : 그렇죠. 그게 있었고요. 그다음에 교육수준을 보면 중졸이 63.5% 그다음에 고졸이 19.2%입니다. 그러니까 저학력자 내지는 일본에서는 부등교라고 얘기하는데 등교거부죠. 등교거부 등으로 학업을 중단한 사례가 많았어요. 그다음에 대부분이 배우자가 없고 또 만나는 이성이 없었고 또 친밀한 친구가 없다고 답한 사람이 90% 이상, 그러니까 굉장히 심리적으로 정서적으로 고립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백성문 : 일단 이번에 우리나라에서도 계속 서현역 사건도 그렇고 신림동 사건도 그렇고 그 이후에 인터넷에 유사한 글을 올리는 사람들, 이런 것들 많잖아요. 혹시 말씀하셨듯이 2008년 아키하바라 사건 이후에 모방범죄도 좀 있었나요?

▶이창민 : 이 아키하바라 사건이 사실 모방범죄라는 측면에서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사건인데요. 범인이 인터넷으로 중계를 하면서 범행현장까지 이동을 해요. 가면서 지금부터 아키하바라에 가서 사람을 죽이겠다. 먼저 차로 돌진해서 죽이고 그다음에 칼을 쓰겠다 이렇게 세세하게 범행방법에 대해서도 중계를 하고 가는 도중에 계속 자기의 감정이나 이런 것들을 글을 계속 올립니다. 외롭다, 피곤하다, 친구가 없다 이런 걸 올리고요. 그러면 12시 10분쯤 되면 이제 시간이 됐다고 하고 12시 반에 범행이 일어나는데 처음에는 이 문자중계가 장난인 줄 알았어요. 그래서 장난으로 누가 올렸겠거니 했는데 실제로 이게 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나중에 이 범죄 이후에 굉장히 많이 모방범죄가 성행하면서 인터넷에 범행 예고글이 수십 건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3주 동안 30명이 검거가 됐는데 대부분이 10대하고 20대 장난으로 밝혀졌죠.

▷백성문 : 비슷하네요, 우리나라하고.

▶이창민 : 한국하고 비슷한 상황이 사실 있었습니다.

▷백성문 : 그러면 일본은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했었나요, 그때?

▶이창민 : 일단 인터넷 범행예고가 굉장히 유행하면서 일본 경찰청에서 상시감시체제 그다음에 이걸 발견하게 되면 민첩하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갖춰졌고요. 그다음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주말에 차 없는 거리 이런 것 하면 횡단보도 앞에 연석이 없이 이렇게 도로가 차도하고 같이 붙어 있는, 낮아지는 곳이 있잖아요. 거기에 말뚝을 다 세웠습니다. 이 말뚝이 뭐냐 하면 차량 진입을 막는.

▷백성문 : 못 들어오게.

▶이창민 : 그런 말뚝을 박고 또 그 아키하바라 사건 이후에 도검소지 규제가 강화되면서 지금 일본은 현재 5.5cm 이상 되는 칼날은 소지할 수가 없게 돼 있거든요, 법적으로. 이렇게 돼 있고 그다음에 이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볼 수 없는 건데 일본에서는 백화점이라든지 쇼핑몰, 지하철역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이는 데서 범죄 모의대응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도리마 범죄가 발생했을 때 신고를 어디에 하고 범인은 어떻게 제압하고 행인을 어떻게 피난 유도를 할지, 부상자 구호를 어떻게 할지 이런 것을 연습하는데 도쿄올림픽 하기 직전에 굉장히 많이 이걸 했었고요. 그다음에 신칸센, 우리로 치면 KTX인데 최근에는 달리는 열차 안에서 도리마 사건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실제로 달리는 열차 안에서 범죄 모의대응훈련을 지금 실시하고 있습니다.

▷백성문 : 지금 사실 우리나라도 큰 문제인데요. 우리 정부가 앞으로 일본의 사례들을 기초로 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우리 정부에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실까요?

▶이창민 : 일단 사실은 개념을 정의해야 우리가 통계를 만들 수 있고요. 그다음에 통계를 만들어야 대책을 세울 수 있거든요. 그런데 아까 말씀하셨듯이 우리 같은 경우는 작년에 겨우 이상동기범죄라는 개념정의를 시작했습니다. 이상동기범죄라는 말은 했지만 사실은 명확한 어떤 개념에 대해서 설명이 나와 있지도 않고 그러니까 우리가 빨리 후속작업으로 통계수집을 시작해야 되고 어서 통계가 나와야 대책을 수립할 수 있고요. 그래서 이 작업을 빨리 시작해야 되고 또 한 가지는 일본에서는 보면 지금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서 알게 된 게 등교거부 학생들이 나중에 결국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크고 결국에는 경제적 궁핍과 사회적 고립을 겪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등교거부 학생들을 위한 대책이 많이 나오고 있거든요. 그래서 우리도 각 학급, 각 학교에 상담전문교사들을 배치하고 있는데 지금 배치율을 보면 한 32.3%밖에 안 됩니다, 초중고에. 그러니까 70% 가까이 학교에 아직 상담교사가 1명도 없고 또 있다 하더라도 학생 수가 500~1000명이 넘어가면 선생님 한 분이 다 심리케어를 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이렇게 우리가 할 수 있는 부분부터 빨리빨리 방안, 대책을 세워봐야 되지 않나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

▷백성문 :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이창민 : 감사합니다.

▷백성문 :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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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김태현의 정치쇼 ]

김태현의 정치쇼 (시간 수정/오전 7시~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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