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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내 살릴 마지막 방법"…간절함에 간 하나씩 떼어준 부자

"엄마·아내 살릴 마지막 방법"…간절함에 간 하나씩 떼어준 부자
▲ 고명자(67) 씨가 화이트보드에 적은 글

"저 역시 고령이라 병원에서 간 이식 수술이 위험하다며 만류하더라고요. 그래도 아내를 살릴 마지막 방법은 이것뿐이었어요."

"아들, 엄마가 미안해….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

퇴직 경찰관과 그의 아들이 자가면역성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아내이자 어머니인 60대 여성에게 간을 하나씩 떼어준 사연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지난 7월 25일 서울 아산병원 수술방.

서규병(68) 씨와 아들 서현석(39) 씨 그리고 아내 고명자(67) 씨가 한 공간에 모였습니다.

10년 전부터 병환으로 앓아누운 고 씨는 오랜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탓에 더 이상의 치료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기 간이라도 떼어줘야겠다고 생각한 서 씨는 병원에서 의료진을 수개월 설득했습니다.

고령인 탓에 자칫 수술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들 현석 씨 역시 절제가 가능한 정도가 일반적인 공여자의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두 명의 공여자에게 간을 제공받아 이식하는 '2:1 이식' 방식으로 각각 한쪽의 간을 떼어 고 씨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서 씨는 이를 위해 퇴직 후 다니던 직장까지 떠났습니다.

서규병(68) 씨와 아내 고명자(67) 씨 (사진=서규병(68) 씨 제공, 연합뉴스)

수술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서 씨 역시 적지 않은 나이인 탓에 아들보다도 2시간 30분가량 더 늦게 깨어났습니다.

고 씨도 회복이 늦어져 3주 동안 중환자실 생활을 이어가야 했습니다.

서 씨 부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고 씨의 모습을 유리창 밖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건강을 회복한 고 씨가 일반병실로 자리를 옮기자 이들 가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습니다.

아들과 남편의 간으로 생활하게 된 고 씨는 아침마다 수술 자국을 매만지곤 합니다.

기관절개술을 한 탓에 말을 할 수 없는 그는 화이트보드에 삐뚤삐뚤한 손 글씨로 "소중한 간을 줘서 매일 한 번씩 만지고 있다", "나는 괜찮아", "아들, 엄마가 미안해….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라고 적었습니다.

한편 이들 부자는 독립운동과 한국전쟁에서 조국을 지킨 할아버지 서성섭 씨의 아들이자 손자로 알려졌습니다.

서 씨 역시 강원경찰청을 비롯해 춘천경찰서, 화천경찰서 등에서 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해왔습니다.

"간은 재생이 되잖아요. 아내를 그냥 저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아들과 함께 간 이식을 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른 시일 내로 건강도, 일상도 회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사진=서규병(68) 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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