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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떠 있는 금속 조각 하나(LK-99)가 과학자들의 심장을 뛰게 하는 이유

[뉴욕타임스 칼럼] Why a Floating Speck of Metal Sent Scientists' Hearts Racing, By Andrew Cote

스프 NYT 칼럼
 
*앤드루 코트는 고밀도 물질 물리학 실험실과 입자가속기에서 초전도체 관련 연구를 해온 공학 물리학자다. 코트는 핵융합에 쓰이는 초전도 자석 시스템을 고안한 바 있다.
 

지난 3주간 우리는 재료 과학 분야의 성배, 즉 상온 초전도체의 새로운 후보가 극적으로 부상했다가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7월 22일, 한국의 한 연구팀은 LK-99라는 화합물에 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 발견이 "인류에 새 시대를 열어줄 완전히 새로운 역사적 순간"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에서 활발한 물리학 토론이 이어지고 관련 연구가 쏟아져 나왔지만, 2주 만에 소동은 가라앉았다. LK-99는 실패작으로 보인다.

LK-99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과학적인 현상인 동시에 사회적인 현상이라 할 만했다. 게시판과 채팅방, 레딧(Reddit)과 X(옛 트위터) 상에서 이루어진 토론의 규모는 한국 연구진의 주장을 재현하거나 반박하기 위해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돌리기 시작한 연구진의 관심을 끌 만했다. 잠시였지만 초전도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는 수많은 사람이 재료 과학의 한 틈새 영역에 갑자기 매료되어, 거의 물을 일이 없는 심오한 질문에 답을 찾고 있었다. 인류가 새로운 황금기에 접어든 것일까?

전력이 송전선을 통과하게 되면 일부는 폐열로 손실된다. 이는 자연의 법칙에 의해 부과되는 피할 수 없는 세금과도 같다. 초전도체는 완벽한 효율로 먼 거리까지 전기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적적인 잠재력을 지닌다. 초전도체를 저렴하게 생산하고 영하 수백 도가 아닌 상온에서 작동하는 법을 알아낸다면, 경제 혁명과 환경 보호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강력한 자기장과 공중 부양이 가능해지므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전자장치와 컴퓨터, 교통수단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안타깝게도 현재 알려진 초전도체는 영하 10도에서 약 190만 기압의 압력을 가해야만 작동한다. 일상적인 압력에서 재료가 초전도성을 띠려면 온도가 대략 영하 150도까지 낮아져야 한다. 그래서 지금껏 초전도체는 의료 영상이나 실험 물리학과 같이 극저온 공학을 활용할 가치가 있는 분야로 사용이 제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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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특성은 전자가 일반 금속을 통과하는 방식과 초전도체를 통과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구리 등 다른 전기 전도성 물질의 경우, 전류라는 공을 파칭코 기계 안에 집어넣어 아래로 떨어지는 동안 계속해서 못이 공을 튕긴다고 상상해 보자. 공이 튕길 때마다 공에서 못으로 약간의 에너지가 전달되는데 이것이 바로 열세(heat tax)다. 초전도체에서는 전류가 트랙을 통과하는 구슬처럼 부드럽게 미끄러지며 이동한다. 따라서 열도, 에너지 손실도 발생하지 않는다.
 

친환경 전력망

친환경 전력망
상온 초전도체는 에너지 생산과 송전, 분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전력망용으로 생산되는 에너지의 8~15%가 송전 도중 폐열로 손실된다. 미국의 경우 이는 원자력 발전소 수십 개에서 생산하는 전력과 맞먹는다. 송전선의 높은 전압을 가정에 적합한 수준으로 낮추는 변압기와 회전 에너지를 전력으로 변환하는 발전기에 상온 초전도체를 적용한다면, 낭비되는 전력의 30~40%를 추가로 절약하는 동시에 이 장비를 만드는 단계에서부터 재료를 덜 쓰면서 더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초전도 송전선을 통해 재생 에너지 역시 거의 손실 없이 장거리로 전송할 수 있다. 서부 해안 사막의 대규모 태양열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으로 겨우내 동부 해안 도시에 연료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초전도 기반 에너지 저장 장치는 공업용 배터리를 완전히 대체하여 재생 에너지를 대규모로 쓰는 데 필요한 주요 과제 하나를 해결해 줄 것이다. 이런 저장 시스템은 전류를 끝없이 순환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며, 사실상 손실이 거의 없으므로, 아주 작은 전력으로 순환을 이어갈 수 있다. 기존 배터리를 충전하고 방전할 때 손실되는 에너지가 약 20%인 반면, 초전도 저장 시스템에서는 손실률이 5% 정도에 불과하다.
 

더 저렴한 고성능 MRI


더 저렴한 고성능 MRI
저온 초전도체는 오늘날 MRI 기계와 같이 강력한 자기장이 필요한 분야에 쓰인다. 이러한 기계의 비용은 자석을 극저온으로 냉각하는 데 필요한 액체 헬륨 때문에 비싸다. MRI 기계를 하나 작동하려면 약 500갤런의 헬륨이 필요하다. 제한적이고 변동이 심한 헬륨의 공급 가격 때문에 MRI 검사 비용이 올라가면, MRI가 필요한 환자들도 MRI 촬영을 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MRI 스캔의 해상도 한계는 자기장 강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초전도체는 매우 강한 자기장을 생성할 수 있다. 극저온 냉각 없이 작동하는 좀 더 저렴한 기계가 제시되었지만, 초전도체 없이는 해상도가 훨씬 낮아 작지만 치명적인 건강 정보를 감지하는 능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상온 초전도체는 이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보다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으며, 해상도가 높은 비침습 의료 영상은 진단 의료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다. MRI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빈곤국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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