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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여성 투톱 '밀수'는 웃고, 천만 감독의 '더 문'은 울었다

[주즐레] 올 여름 흥행 희비 속에 한국 영화 위기론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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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치열함을 자랑했던 2023년 여름 극장가의 흥행 성적표가 윤곽을 드러냈다. 외화를 포함해 적게는 7파전, 많게는 9파전까지 전개됐던 흥행 경쟁에서 2~3편만이 간신히 미소지을 모양새다. 

특히 한국 영화는 7말 8초 시장에 일주일 간격으로 대작 4편을 선보였으나 흥행 희비가 극명하게 갈렸다. 첫 번째 주자인 '밀수'만이 손익분기점을 돌파했고, 두 번째로 나섰던 '비공식작전'과 '더 문'은 손익분기점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하며 사실상 흥행에 참패했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밀수'급의 기세로 8월 극장가에서 선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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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연휴에 동시 출격했던 후발주자 '달짝지근해:7510'과 '보호자'는 할리우드산 강적 '오펜하이머'와 만나 개봉 첫날부터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성수기 관객이 정점을 찍고 빠지기 시작한 8월 셋째 주인데다 경쟁작이 공룡급이라 반등을 이루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 영화 6편의 희비가 살벌하게 갈린 가운데 '한국 영화 위기론'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천만 감독과 스타 배우의 이름값에 의존해 기획과 제작, 연출, 각본에 있어 안일했던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국내 넘버원 투자배급사였던 CJ ENM은 2년 연속 여름 시장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어 창사이래 가장 큰 위기 상황에 빠졌다.
 

'밀수'의 성공과 '콘유'의 선전이 의미하는 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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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는 개봉 3주 만에 손익분기점(약 400만 명)을 돌파해 국산 텐트폴 대전에서 1위 깃발을 꽂았다. 상영 4주 차에 접어든 현재 435만 명의 누적 관객을 기록하고 있어 500만 돌파도 가능하다.

류승완 감독은 2021년 영화 '모가디슈'로 여름 시장에서 흥행 1위를 기록한 데 이어 2년 만에 또 한 번 관객 사냥에 성공했다.

업계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영화계에서는 '밀수'를 올여름 최고 기대작으로 꼽았고, 관객의 인지 선호도도 가장 높았다. 류승완 감독의 연출 내공과 배우들의 호연, 바다를 배경으로 한 수중 액션까지 더해져 관객들의 마음을 낚았다.

'밀수'는 제작비 200억 대의 여성 투톱 영화가 극장 흥행에 성공한 첫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이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감은 캐스팅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김혜수, 염정아라는 호감 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우고 조인성, 박정민, 고민시, 김종수 등 매력적인 배우들을 조연으로 포진시킨 전에 없던 조합이었다. "여성 주연 영화는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흥행 성적으로 깨버린 '밀수'의 성공은 기획의 다양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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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초반 돌풍도 놀랍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언론시사회 이후 "완성도는 뛰어나지만 여름 대작 치고는 너무 어둡다"는 평가와 함께 흥행에 물음표가 켜졌던 작품이다. 그러나 개봉 3일 만에 100만, 7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동원하며 본전 회수(약 410만 명)를 위한 반환점을 돌았다.

최근 한국 영화에서 '한국형'이라는 수식어는 독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할리우드 히트작의 하위 호환 버전 혹은 맥락 없는 신파와 묻지마 액션으로 점철된 한국 영화의 특징을 포함하는 표현이었다.

그러나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한국형 디스토피아'로서의 개성과 완성도를 챙겼다. 한국형 디스토피아는 세상의 멸망 같은 물리적 재앙만큼이나 사회적 재난 요소를 부각한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부를 향한 욕망과 계급의 계단을 상징하는 '아파트'라는 공간을 무대로 집단 이기주의와 악의 평범성의 담론까지 끌어냈다. 극 후반부까지 장르극으로서의 긴장감과 이야기의 밀도를 유지하며 "여름 시장에서 어둡고 진지한 영화는 안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렸다.
 

천만 감독의 실패...기술의 진화와 이야기의 퇴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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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극장가의 가장 충격적인 뉴스는 김용화 감독의 부진이다. 5년 만에 신작 '더 문'으로 여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개봉 3주 차까지 50만 명의 관객을 모으는 데 그쳤다. 제작비 290억 원이 투입된 '더 문'의 손익분기점은 약 600만 명이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손익분기점은커녕 100만 돌파도 어렵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더 문'은 '신과 함께' 시리즈로 쌍 천만 흥행 신화를 쓰고 덱스터 스튜디오로 한국 VFX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김용화 감독의 신작이었다. 한국 영화에서는 기획된 바 없는 달 탐사 소재의 영화였고, 진화한 VFX 기술로 우주와 달의 시각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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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드라마였다. 차가운 이성으로 만들어졌어야 할 SF 영화에 드라마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신파 코드를 넣은 것이 패착이었다. 개연성 없는 갈등 구성과 맥락 없는 눈물 호소로 인해 영화의 전체 완성도가 흔들렸다. 

'더 문'은 CJ ENM이 투자배급한 영화다. 지난해 여름,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가 흥행에 실패하며 큰 충격을 받았던 CJ는 2년 연속 천만 감독의 영화가 흥행에 참패하는 심각한 외상을 입었다. 

이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CJ의 투자기획 파트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천만 감독에 대한 무한 신뢰가 2년 연속 흥행 참패를 불러왔다는 시각이다.

CJ ENM은 올 초 대규모 조직 개편을 통해 기획제작, 투자, 배급팀을 통합 및 축소했다. 특히 3개의 투자팀을 한 개로 축소하는 개편을 단행하며 영화 사업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더 문'의 큰 실패로 인해 그 변화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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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식작전'의 부진 역시 충격적이다. 영화 '터널'과 시리즈 '킹덤'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성훈 감독과 하정우, 주지훈이라는 충무로 최고의 배우를 기용했지만 100만 돌파에 그쳤다. 손익분기점(약 500만 명) 돌파는 요원하다. 성수기 시장에서 내실 있는 흥행을 거둬온 쇼박스가 여름 텐트폴 시장에서 일일 박스오피스 1위를 찍지 못한 것은 처음이다.

'모가디슈', '교섭'에 이은 세 번째 중동 배경의 실화 영화라는 진부함을 끝내 극복하지 못했다. 

이상하리만치 입소문이 퍼지지 않는 것도 원인이었다. '비공식작전'의 경우 동 시기에 공개된 4편의 대작 중 실관람객 평점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관객 수 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결국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고 영화를 선택하게 하는 동력이 영화나 배우에게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안 봐도 본 듯한' 식상함과 '큰 흠은 없지만 새로움도 없는' 무난함이 경쟁에서 쳐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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