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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8월에 폭염과 산불과 스키장이 공존하는 그곳, 캘리포니아

[뉴욕타임스 칼럼] It’s August. Californians Are Still Skiing. Don’t Ask., By Daniel Duane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니엘 듀앤은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작가다. 저서로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서퍼로 보낸 1년(Caught Inside: A Surfer’s Year on the California Coast.)”이 있다.
 

지난 주말 나는 안개 자욱한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차가운 바닷물 위에서 서핑을 즐기려고 두터운 겨울용 서핑복을 챙겼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사는 내 사촌은 실내 암벽 등반을 했다. 섭씨 46도가 넘는 폭염을 피하려면 다른 수가 없었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사람들 상당수는 분홍, 노란색 산화아연 연고를 코에 열심히 바르고, 단단한 플라스틱 스키 부츠를 신고, 매머드산 리프트에 올라탔다. 눈 쌓인 정상에 오른 이들은 스키를 타고 활강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아마도 지금이 8월이란 사실 때문일 거다.

오랫동안 가뭄에 시달리던 캘리포니아에는 지난겨울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마치 대기가 태평양의 습기를 죄다 빨아들인 다음 수천 킬로미터에 걸쳐 엄청난 양의 물을 뿌려대는 듯했다. 겨울이라 하늘은 차가웠고, 물은 얼어 눈이 되어 내렸다. 그렇게 시에라네바다 산맥 일대에 많은 눈이 내렸고, 일부 지역에는 예년보다 300%나 많은 눈이 쌓이기도 했다. 주택이 무너지고, 도로가 눈에 덮였으며, 산간 지방의 작은 마을들이 고립되는 등 피해도 컸다. 심지어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잠시 문을 닫은 스키장도 있었다.

눈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녹지 않고 쌓여 있다. 타호 호수 근처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키장 두 곳은 미국 독립기념일에도 여전히 스키 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보통 7월 4일이면, 온 산에 눈은 녹고 야생화가 만발해 스키는 탈 수 없었을 때다. 타호 호수에서 남쪽으로 210km 떨어진 매머드산 정상에는 지난겨울 2m 넘는 눈이 내렸고, 8월에 접어들어서야 스키를 타기에는 눈이 부족해졌다.

기후 과학자들은 그동안 지구 온난화 말고도 이른바 기후 조절 장애, 즉 우리에게 익숙한 기후 현상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반대로 계절을 무색게 할 만큼 낯선 기후 현상이 빈번히 나타나는 이상기후를 경고해 왔다. 이상기후는 앞으로도 계속, 더 자주 나타날 테고, 다음에 언제, 어떤 이상한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새로운 현상에 적응하려 굳이 애쓰지 않아도 된다. 변화무쌍한 날씨가 새로운 기후 표준이 된 셈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익숙했던 기후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이렇게 더운 여름날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은 한편으론 뜻밖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수년간 매머드산 스키장 안전요원으로 일한 내 친구 켈리 캐시만은 지난겨울 내린 눈과 얼음 때문에 하마터면 집도, 직장도 다 잃을 뻔했다. 켈리는 현재 매머드산 근처에 있는 준마운틴 스키장에서 안전 관리 업무를 하고 있다. 그는 산속에 있는 자기 소유 모텔에서 온수도 안 나오는 가운데 며칠 밤을 혼자 보내기도 했고, 산 정상부를 스키로 누비며 스키 타러 온 사람들에게 눈사태가 덮치지 않도록 미리 폭발물을 던져 일부러 (사람 없는 쪽으로) 눈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샌프란시스코에는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우리 집 나무 문은 습기 때문에 부풀고 뒤틀려 잘 닫히지도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식당 이자카야 린타로는 홍수로 허리춤까지 잠길 만큼 물이 찼고, 폭우로 하수도가 넘쳐나 하수구들은 간헐천처럼 물을 뿜어댔다.

대형 폭풍우가 멈추고 나서 초여름을 향해 가는 중에도 이상기후는 끊이지 않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샌디에이고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해변은 6월까지 줄곧 흐리고 쌀쌀했다. 계절과 지역을 터무니없이 벗어난 듯한 날씨는 내가 사촌을 보러 주말에 피닉스에 놀러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피닉스의 햇볕, 하늘은 북아메리카보다 아라비아반도 날씨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릴 법했다. 이런 일이 하도 잦아서 더는 놀랍지도 않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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