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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상사의 끝없는 '구애 갑질', 그런데 정작 '최종 보스'는 따로 있었다

[대나무슾] (글 : 김세정 노무사)

스프 대나무슾(갑갑한 오피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라고 하여 ‘평등권’을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슬프게도, 근로기준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지 않다. 근로기준법 제11조는 이 법의 적용 범위를 상시 5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 하고, 5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할 때는 일부만 적용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사업장 규모에 따라 차등적으로 법이 적용되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규정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근로시간, 연장근로의 제한, 연장·야간 및 휴일 근로에 따른 가산 수당에 관한 규정은 적용되지 않는다. 연차유급휴가도 적용되지 않는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할 수 있고, 해고 사유를 서면으로 전달하지 않아도 되며, 노동자는 부당하게 해고되더라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할 수 없다. 놀랍게도 직장 내 괴롭힘 규정 역시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과장해서 말하면,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돈도 안 주고 한도 끝도 없이 일을 시킬 수 있고, 휴식을 통한 건강권을 보장하지 않아도 되며, 마음대로 자를 수 있고, 또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다는 뜻이다. 언론에서 5인 미만이 어떻고 하는 이야기가 자주 보도되니 차등적용 자체는 아는 사람이 많겠지만, 당연하게 생각되는 것조차 제외되고 있다는 사실까지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2023년 6월 직장갑질 119가 2020년 1월부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로부터 제보받은 이메일 사례 216건을 분석한 결과,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겪은 갑질은 해고·임금 체불이 147건(68%)으로 가장 많았고, 직장 내 괴롭힘이 100건(46.2%)을 뒤를 이었다(중복집계). (▶  관련 기사)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제보의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회사나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더라도 5인 미만 사업장이니 조사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거나, 괴롭힘을 통해 자진 퇴사를 유도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사례가 많았다. 괴롭힘은 사업장 규모를 구별하지 않고 발생하지만, 괴롭힘 금지 규정은 사업장과 소속 노동자를 구별한다.

 

상급자의 끝없는 구애갑질

스프 대나무슾(갑갑한 오피스)
C 씨가 일했던 곳은 5인 미만 사업장이었다. C 씨는 몇 년 동안 상급자로부터 성추행과 강압적 구애 피해를 당했다. 상급자는 여러 번 단둘이 저녁을 먹자고 제안했었다. 지속적인 강요에 못 이겨 저녁 식사를 한 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상급자는 C 씨의 손을 강제로 잡았다. C 씨는 싫다고 했지만, '데이트하자', '모텔에 가자'는 말이 서슴없이 튀어나왔다. 집에 도착해서는 C 씨를 강제로 끌어안고 볼에 입을 맞추기까지 했다.

C 씨는 대표이사에게 피해 사실을 보고했다. 대표이사는 상급자가 무능하기도 하여 이 사건을 계기로 해고하려고 하니, C 씨에게 고용노동부 진정과 경찰 고소를 하라고 부추겼다. (직장 내 괴롭힘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지만,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직장 내 성희롱은 상시 근로자 수에 따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고용노동부 신고가 가능하다.) 자신이 모두 책임지겠다는 대표이사의 말을 믿고 C 씨는 용기내 경찰에 고소했다.

가해자가 해고되는 것으로 사건이 마무리되었다면 C 씨가 상담을 요청할 일도 없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상급자와 친한 임원이 일련의 과정을 못마땅해하자, 대표이사의 태도는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대표이사는 상급자가 불쌍하다며 C 씨에게 고소 취하와 합의를 종용했다. 그러고는 상급자를 위로금을 주는 조건으로 해고가 아닌 자진 퇴사하게 하였고, 이직 사유를 허위로 신고하여 구직급여(실업급여)를 수급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동시에 C 씨에 대한 괴롭힘이 시작되었다. 새로 온 상급자는 온갖 트집을 잡으며 C 씨를 괴롭혔고, C 씨가 견디다 못해 자발적으로 퇴사하도록 압박했다. 대표이사는 한술 더 떠 고소 취하와 합의를 했으면 이럴 일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어느 날 대표이사는 C 씨에게 근무시간과 임금이 터무니없이 줄어드는 근로조건에 동의하라고 했다. C 씨는 거부하였고, 대표이사는 기다렸다는 듯이 해고 통지서를 내밀었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고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니 억울하면 법적으로 해 보든가”라며 비아냥거렸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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