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커가 돌아왔다"…인천·평택항 활기 찾고 명동 '들썩'

6년여 만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전면 허용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항공기와 여객선을 타고 한국에 속속 입국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단체 관광 재개 이후 중국 관광객들은 다시 열린 하늘길과 뱃길을 통해 한국땅을 밝고 환한 표정을 지었고,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던 국내 여객항은 모처럼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완전히 풀린 것은 2017년 사드 배치로 당국이 단체 비자 발급에 제동을 건 지 6년 5개월 만입니다.

관광업계와 지자체 등은 중추절 연휴 중국인 관광객이 대거 몰릴 것으로 보고 유커 유치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천항과 평택항 등 중국과 연결된 국제여객선 항로를 운영 중인 항만들은 오랜만에 찾아온 중국 손님들을 맞이하느라 분주했습니다.

지난 12일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에는 전날 중국 칭다오에서 118명의 중국 승객을 태우고 출발한 뉴골든브릿지5호가 입항했습니다.

가장 먼저 한국 땅에 발을 디딘 중국인 관광객 리옌타오(40)씨는 "한국에 자주 왔었는데 이번에 여객 운송이 재개돼 가족들과 함께 여행 왔다"라며 "용인 에버랜드를 비롯해 면세점, 아웃렛 등에서 쇼핑까지 즐길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경기 평택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도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입국 행렬이 이어지며 활기를 띠었습니다.

지난 11일 중국 웨이하이에서 출항한 뉴그랜드피스호는 55명을 태우고 지난 12일 평택항에 입항했습니다.

평택항 입국장에 9살 손자와 함께 가장 먼저 도착한 배 모(65·중국 국적)씨는 "3년 7개월 만에 처음 배를 타고 평택항에 입국한 사람이 저라니, 왠지 행복하고 특별한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이번에 손자를 데리고 아들 집에 들르러 왔는데 부산과 제주도, 서울에 있는 유명 관광지에 꼭 가보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한중 국제여객선은 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1월 운항을 중단됐다가 이후 순차적으로 화물 운송만 재개했습니다.

승객 운송을 재개한 것은 3년 7개월 만에 처음입니다.

최용석 한중카페리협회 사무국장은 "이번 운송 재개를 계기로 점진적으로 한국을 찾는 승객이 많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의 경기 회복이 이뤄지면 내년 초부터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유커의 '성지'로 여겨졌던 명동 상점가는 구매력이 큰 중국인 관광객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으로 들썩였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노점에서 '회오리 감자'를 판매하던 김 모(64) 씨는 "중국인들은 1명이 꼬치 2개를 사가니까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들어오면 없을 때보다 매출이 2.5배 정도는 뛴다"며 "중국어 안내문도 다시 붙일까 봐"라며 웃어 보였습니다.

명동에서 10년째 전복 등 해산물 꼬치를 파는 50대 차 모 씨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에 코로나19 유행까지 긴 터널을 지나왔다"며 "명동 거리가 다시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이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명동 거리의 상점들도 아르바이트생을 늘릴 계획을 세우거나 중국어 가능 직원을 뽑겠다는 공고를 내걸며 손님맞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사라졌던 중국어 안내문도 다시 나붙었습니다.

화장품 로드숍인 에뛰드하우스 명동중앙점은 유리창 외벽에 '중국어 가능한 30∼40세 사이의 직원 구함. 중국어·한국어 2개 국어 능통자 선호'라는 안내문을 붙여뒀습니다.

관광업계는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를 계기로 단체관광객이 대규모로 한국을 찾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영매 뉴화청여행사 대표는 "지난 10일부터 거래처에서 연락이 많이 오고 있고 걱정도 되지만,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며 "중국 단체관광에 대한 준비는 항상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더 안 좋은 환경에서도 풀어나갔던 만큼 이번에도 잘 풀어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윤남호 롯데면세점 제주 부점장은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했을 때 현재 매출은 3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회복이 더뎠다"며 "사드 이후 6년 만에 단체여행객이 들어오는 것에 대해 환영의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현재 제주공항 국제노선이 주 100회 정도에서 코로나19 이전 수준인 주 편도 174회로 회복할 것으로 보여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 카지노, 쇼핑몰 등 드림타워 전 분야 매출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중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합니다.

경기관광공사는 중국 단체여행 재개에 맞춰 중국 현지 K-관광 로드쇼 참가, 중국 여행사 초청 팸투어, 중국 핵심여행사와 연계한 방문상품 개발, 개발여행객(FIT) 및 특수목적관광(SIT) 유치 등을 추진합니다.

부산관광공사는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OTA)'과 여행 서비스 플랫폼 트립닷컴을 통해 외국인 전용 관광패스인 '비짓부산패스' 할인 프로모션을 오는 16일부터 진행합니다.

중국 국경절에 대비해 온라인 여행 플랫폼 할인 행사, 축제 테마 온라인 행사, 베이징·상하이 현지 여행사 대상 마케팅도 준비 중입니다.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도 "중국 단체관광시장 개방에 대비해 다양한 콘텐츠 발굴 및 온오프라인 홍보를 진행해 왔으며, 중국 관광객의 트렌드 변화에 따른 맞춤형 여행 콘텐츠 육성 및 홍보를 통해 제주 관광산업의 고품질화를 유도하고 경쟁력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