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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시중 장기대출 자격도 나이로 제한?…미 · 영은 어떻게 하나

<앵커>

친절한 경제, 이번 주도 권애리 기자와 함께 합니다. 권 기자, 금리가 최근에 급격하게 오르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가계 대출 규모가 줄어들기도 했었죠. 그런데 가계 빚이 다시 늘어나는 속도가 심상치 않다고요? 이게 주택담보대출이 이렇게 늘어나는 건가요?

<기자>

사실 주택담보대출만 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가계대출 중에서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같은 금리가 주택담보대출보다 훨씬 더 높은 다른 대출들은 여전히 꾸준히 줄어들고 있기는 합니다. 감소폭은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요.

그런데 주택담보대출이 그보다 훨씬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다시 한번 역대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7월 말을 기준으로 한국의 가계대출 규모는 1천68조 원을 넘었습니다. 그럼 지금 8월 분위기는 어떤가, 아직 전체 집계는 나오지 않았지만요.

1금융권에서도 5대 은행만 따로 추렸을 때 지난 10일까지 열흘 동안 전체 가계대출은 6천700억 원 정도, 주택담보대출은 1조 2천억 원 넘게 또 증가했습니다.

이 추세대로라면 은행권 전체에서 6조 원씩 거듭 늘어난 6월과 7월만큼 이달에도 가계빚이 성큼 불어날 걸로 보이죠.

시중금리는 5월 이후로 다시 오르고 있는데요.

그래도 이자가 6%대를 넘어가는 신용대출 같은 건 조금씩 줄여갈지언정 1금융권에서 대체로 4%대 이자로 빌릴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은 다시 늘어나는 모습이 뚜렷합니다.

<앵커>

일각에서는 최근에 출시됐던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들이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분위기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있던데요?

<기자>

지난주 목요일입니다. 금융 당국들이 모여서 가계부채 현황을 점검했는데 이 회의가 끝나고 나서 내놓은 발표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최근 여러 은행들이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 DSR 규제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면이 없는지 보겠다…" 무슨 얘기냐, 보통 우리 주택담보대출 만기 30년 정도면 장기상품이라고 생각하죠.

그런데 시중 은행들이 최근에 50년 만기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지금 대출규제 중에서 제일 강력한 게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입니다.

한 마디로 내 연간 소득과 대비해서 내가 1년간 갚아야 하는 빚의 원금과 이자가 그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데요.

만기가 50년짜리 대출이 되면 해마다 갚아야 하는 원금의 규모가 단기 대출보다 크게 줄어들겠죠. 결국 내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의 규모가 늘어나는 효과가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의 DSR 규제를 피해 가려고 사람들이 이런 대출을 반기는 거 아니냐,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만약 조치를 한다면 어떤 규제가 취해질 수 있을까요?

<기자>

사실 만기 50년짜리 상품은 시중 은행들이 먼저 내놓은 게 아니라 나라가 내놓은 상품에서 먼저 나온 거기는 합니다.

올해 주택시장에서 가장 대규모의 자금이었다고 할 수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이 50년 만기까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례보금자리론에는 조건이 있습니다. 40년짜리는 신혼부부이거나 만으로 서른아홉, 50년짜리는 서른넷 법적 청년이어야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금 시중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들은 나이제한 있는 상품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시중의 초장기 대출 상품들에 대해서도 특례론처럼 나이 기준을 두는 게 검토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만약에 시중 상품에도 나이 기준, 사실상의 제한이 생긴다면 실제로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좀 느려질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보통 30년 만기든 50년이든 이걸 진짜로 30년, 50년 동안 갚는 대출자가 많지는 않죠. 대출을 갈아타고 옮겨가고 이런 게 보편적입니다.

장기 주택담보대출이 우리보다 먼저 보편화된 서구권도 마찬가지인데요. 이를테면 미국에서는 시중의 주택담보대출에 나이 제한을 두면 불법입니다.

상환능력은 보지만 나이가 많다고 거절할 수는 없습니다. 영국 은행들은 보통 나이 제한을 두는데 역시 상환능력을 보기 위한 거라서 예외가 되는 상품이 많습니다.

생애 첫 집 마련을 돕는다는 정책 목적이 있는 특례보금자리론은 그렇다고 치고요. 

시중상품에도 나이로 딱 제한이 생긴다면 역차별 논란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만기가 긴 대출은 연간 상환 부담은 적지만 또 그만큼 최종 이자가 커지는 걸 감수하는 거고, 담보가 있는 대출이기 때문에 청년이 아니라고 시중 상품까지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게 맞냐는 불만이 생길 수 있겠죠.

근본적으로는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으려고 노력하면서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건 억제하려고 하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가지 노력이 동시에 성과를 내기는 참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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