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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후손'에 없앴던 최재형 선생 묘 복원…103년 만 부부 해후

<앵커>

연해주 독립운동의 대부인 최재형 선생의 현충원 묘가 사라졌다는 소식, SBS가 지난해 이맘때 전해드렸었습니다. 이번에 최재형 선생 부인의 유해가 국내로 봉환되면서 현충원에 새롭게 '부부 합장묘'로 복원됐습니다.

임상범 기자입니다.

<기자>

줄지어 늘어선 묘지들 가운데 텅 빈 공간이 눈에 띕니다.

2009년까지 있었던 묘지 번호 108번, 최재형 선생의 묘 자리입니다.

가짜 후손에 속아 보훈 혜택을 잘못 준 걸 알게 된 현충원이 책임 추궁이 두려워 아예 묘를 없애버리고 진짜 후손에게는 이 사실을 숨겼던 겁니다.

[문영숙/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 : 현충원에 가서 이제 담당자한테 이야기를 하니까 정말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니까 덮으세요.]

잘못은 인정했지만 현충원은 이번에는 묘 주인의 유골이 없어 묘지 복원을 할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7월 국립묘지법이 개정되면서 안장 대상자의 배우자 유골이 있는 경우 합장하는 형식으로 묘를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다행히 최재형 선생의 부인인 최 엘레나 페트로브나 여사의 유골이 중앙아시아 키르키스스탄에 남아 있었습니다.

기념사업회는 키르키스스탄으로 가 최 여사의 유골을 수습해 지난 7일 국내로 모셨습니다.

유골 수습과 국내 봉환에 든 비용이 적지 않았는데, 국민모금과 후원을 통해 어렵게 마련했습니다.

최재형 선생과 달리 부인은 서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문영숙/최재형기념사업회 이사장 : 안중근 의사가 거기에(최재형선생 집) 머물면서 사격 연습도 하고 또 하얼빈 의거를 준비하는 동안 뒷바라지도 하셨을 거고 기록이 없다 뿐이지 엄청난 내조를 했다고 보여집니다.]

텅 비었던 묘 자리에 마침내 부부의 보금자리가 마련됐습니다.

1920년 4월 일제에 비밀리에 총살당한 최재형 선생의 유해는 찾을 길이 없어 연해주 고택에서 담아 온 흙을 최 여사의 유골과 함께 묻기로 했습니다.

103년간 오랜 이별을 끝내는 감격스러운 해후입니다.

일류 보훈을 내걸고 출범한 국가보훈부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적극적인 행정을 해주기를 바라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영상취재: 이승환, 영상편집: 이홍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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