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엉망이었던 새만금 잼버리 대회의 공식 일정이 오늘(11일)로 마무리됩니다.
개막한 새만금이 아닌,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폐영식과 K팝 콘서트를 하면서 막을 내리게 되는데요.
큰 비용을 내며 애써 우리나라를 찾았다가 고생만 하게 된 세계 각지의 대원들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텐데요.
이런 상황에서 태풍이 덮치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어제 이뤄진 행사준비를 위한 안전점검에는 이상민 행안부 장관도 참여했습니다.
[현장 관계자 : 돌풍이 조금 위험하긴 한데요. 거기에 대비해서 저희가 안전 점검을 또 하도록….]
새만금 잼버리 야영지를 떠나 전국 각지로 흩어져야 했던 4만여 명의 대원이 오늘 한꺼번에 모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1천100대의 버스가 동원되는데, 입장 시작 시간인 오후 2시부터 서울월드컵경기장 근처 도로 차량 통행까지 제한됩니다.
[한덕수/국무총리 :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입니다. 오늘도 잼버리 대이동이라는 만만치 않은 과제를 안전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4만여 명의 대원들이 1천100여 대의 대형 버스로 상암 운동장에 모이고 행사 이후 또 안전하게 숙소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렇게 마지막 행사에 초비상이 걸린 거는, 지금껏 이뤄진 잼버리 행사가 줄곧 큰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준비 부족으로 대혼란이 일어난 새만금 야영지뿐만 아니라, 사상 초유의 야영지 철수 과정에서도 곳곳에서 허술함이 드러났습니다.
심지어 기본 중의 기본인 참여 인원 파악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았습니다.
조직위가 경기 고양시의 한 시설에 시리아 대원 80명 정도가 지낼 수 있도록 숙소를 배정했는데, 알고 보니 시리아 대원들은 애초부터 입국도 안 했던 걸로 확인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충남 홍성의 대학교의 기숙사가 예맨 대원들의 숙소로 배정돼 학교 측이 청소와 음식 준비 다 해놨더니, 예맨 대원들 역시 한국에 발도 안 붙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스위스 대원들은 숙소 배정 문제가 꼬이면서 장거리 이동을 하는 과정에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이동욱/행정안전부 대변인 (지난 9일) : 스위스 대원들이 출발이 많이 늦어져서 당초 목적지보다 많이 대기시간이 늦어져서 세계 연맹, 한국 연맹, 그리고 조직위가 협의해서 가까운 순천 청소년 수련원에 먼저 입소를 하였다고 그렇게 안내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서 오늘은 이분들이 원래 당초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그렇게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력 동원 과정에서도 잡음이 나왔는데요.
행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금융기관 등 공공기관 직원 1천 명이 급하게 동원됐는데, '업무와는 상관없는 차출'이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일부 노조에서는 성명을 내고 '몰염치한 책임 떠넘기기'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전라북도는 지원 업무를 나간 공무원들에게 도시락 비용까지 청구했다가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대원들이 새만금 야영장에서 철수한 다음 날, 지원 업무에 나섰던 전북도 공무원들에게 1인당 1만 2천 원의 도시락 비용을 청구하는 내용의 공지 문자를 돌렸습니다.
불만이 쏟아지자 전라북도는 "출장비에 포함된 식비를 다시 되돌려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외신들의 지적도 따갑게 이어집니다.
특히 전력을 다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엑스포 유치 문제'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한국의 국제대회 운영 역량이 미흡하다는 외신 보도는 가슴이 아플 정도입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잼버리는 올림픽, 월드컵을 개최한 한국이 대형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줄 기회였지만,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면서, "11월 세계 엑스포 개최국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도 '한국은 적신호를 무시하고 잼버리를 강행했다'는 기사에서 "2016년부터 극한 기상이 예측돼 사전 조치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비하지 못했다"며 대회 운영 문제 전반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1천 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예산 사용처, 그리고 부실 운영의 책임 소재 등을 두고 앞으로 철저한 조사가 벌어지게 될 텐데요.
일단 오늘만큼은 전 세계 대원들이 마지막 일정, 안전하게 마음껏 즐기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