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납치·살해 공범 "이경우가 '죄의식 없어야 한다' 말해"

이른바 '강남 납치·살해' 사건의 주범 이경우가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를 갖고 범행을 계획·지시했고, 범죄자금을 건넨 유상원·황은희 부부도 당시 상황을 보고받았다는 공범의 법정 진술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김승정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경우·황대한(36)·연지호(30)와 유상원(51)·황은희(49) 부부 등 7명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열었습니다.

공판에선 주범 중 한 명인 연지호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습니다.

연씨는 이경우가 범행을 모의하기 위해 처음 만난 날 "이 일을 하려면 죄의식이 없어야 한다", "네가 키우는 강아지도 죽일 수 있겠냐", "나는 북파공작원 출신이라 배웠기 때문에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경우가 "코인을 빼앗고 사람이 살아있으면 안 된다"고 말한 사실을 들었냐는 이씨 변호인 측의 질문에도 "네"라며 "이경우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 답했습니다.

또 이경우가 범행을 모의하며 '장기매매' 등의 단어를 언급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앞서 이경우는 지난 6월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A씨가 보유한 코인만 빼앗으려 했을 뿐 처음부터 피해자를 살해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유상원·황은희 부부가 범행을 알고 공모한 정황에 대한 진술도 나왔습니다.

연씨는 "피해자 A씨를 납치한 뒤 약에 취해 하는 말을 이경우가 스피커폰을 통해 회장님(유씨 부부)과 함께 듣고 있단 얘길 황씨로부터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재판에서는 올해 3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피해자 A씨를 납치할 당시 범행에 사용된 연씨의 차량 블랙박스 영상이 재생되기도 했습니다.

영상에는 납치된 A씨가 "살려달라"며 여러 차례 비명을 지르는 소리와 함께 "무엇을 원하냐", "원하는 걸 말씀해달라"며 애원하는 목소리가 그대로 담겼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