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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배출 억제 안 해, 기본권 침해"…스위스 기후 소송 주목

"온실가스 배출 억제 안 해, 기본권 침해"…스위스 기후 소송 주목
▲ 스위스 정부를 상대로 기후 소송을 제기한 노인 여성들

전 세계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스위스 노인 여성들이 과거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 소송이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6일(현지시간) 스위스 환경단체 '기후 보호를 위한 노인 여성' 소속 회원들이 유럽인권재판소에 정부를 제소한 사건을 주목했습니다.

64세 이상의 스위스 여성 약 2천400명으로 구성된 이 단체는 스위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지 않아 자신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2020년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기후 변화는 모든 스위스인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특히 자신들과 같은 노인 여성들이 가장 취약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여름 폭염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서 6만 1천 명 이상이 사망했는데, 이 가운데 대부분이 80세 이상의 여성으로 집계됐습니다.

베른 대학의 연구에 따르더라도 지난해 여름 약 600명의 온열 질환 사망자 중 60% 이상이 지구 온난화의 영향을 받았으며, 특히 나이 든 여성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취리히에 사는 71살 파티마 호이슬러 씨는 뉴욕타임스에 "밖에 나가기가 어렵고 숨쉬기도 힘들다"며 지난해 여름엔 너무 더워 가벼운 집안일조차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70살 이자벨레 외르크 씨도 "예전엔 여름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여름이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더운 날에는 블라인드를 내린 채 어두운 집안에 앉아있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단체는 2016년 스위스 법원에 처음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단체는 스위스 법원이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았다고 보고 유럽인권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유럽인권재판소가 기후 변화로 인한 인권 침해 여부를 심리하는 건 이번이 처음으로, 판결은 내년쯤 나올 전망입니다.

단체는 이번 소송을 통해 노인들이 비록 미래에는 사라질지라도 강력한 기후 옹호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75살 엘리자베트 슈테른 씨는 "통계상 10년 후에는 내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래서 지금 내가 무엇을 위해 싸우든, 이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전 세계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 소송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번 판결 결과가 다른 국가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사진=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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