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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Y] '비공식작전', 피랍된 서기관을 부각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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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이 텐트폴 대전에 뛰어들어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숨은 1mm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비공식작전'은 실종된 동료를 구하기 위해 레바논으로 떠난 외교관 '민준'과 현지 택시기사 '판수'의 버디 액션 영화. 하정우와 연기한 민준과 주지훈이 연기한 판수의 앙상블이 빛나는 작품이다. 여기에 레바논 베이루트를 재현한 모로코의 이국적인 풍광이 관객을 1980년대의 '그 곳'으로 안내한다.

민준이 베이루트 공항에 내리고 택시 기사 판수를 만나면서 본격적인 구출 작전이 시작된다. 여러 시행착오와 고초를 겪은 두 사람은 중반 이후 오재석 서기관을 만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조금 의외인 연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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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준은 오재석 서기관을 차 트렁크에서 발견한다. 이전까지 액션이라는 장르 영화의 무드로 전개됐다면 이 장면에서 만큼은 영화가 현실을 기반한 드라마라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어둡고 좁은 트렁크에서 쭈그린 채로 발견된 오재석 서기관의 모습은 그가 1년 8개월 동안 겪었을 고초를 단 번에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오재석 서기관을 연기한 배우 임형국의 사실적이고 절제된 연기도 극의 리얼리티를 높였다.

그러나 영화는 이 장면 외에는 오재석 서기관을 크게 부각하지 않는다. 그가 겪었을 육체적 고통이나 감정의 고초를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민준과 판수 그리고 재석이 지옥 같은 베이루트는 탈출하는데 집중하는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를 연출한 김성훈 감독은 "'비공식작전'의 토대가 된 외교관 피랍 사건은 1980년대 실제로 일어난 일이었다. 그러나 실존 인물이 어떻게 구출이 됐는지는 외교비화니 알 수 없었다. 외교관이 납치가 됐고, 연락이 두절된 채 2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으며, 정부와 국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그때 누군가 이 분을 구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 누군가의 마음은 사명감이었을까 예의였을까 측은지심이었까' 이런 호기심이 들었다. '터널'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얘기했는데 왜 또 이야기가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그저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는 끊임없이 해도 되는 것 같다. 당연한걸 당연하지 않게 여길 수도 있는 세상이니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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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화 과정에서 김성훈 감독은 실존 인물인 도재승 서기관에게 연락을 취했다. 과거의 일을 영화화하는 데 있어 부담을 느낀다는 것을 안 김성훈 감독은 피랍된 인물을 구하려는 대상으로만 최소화하겠다고 설득해 동의를 얻어냈다.

김성훈 감독은 "그분의 아픔이라던가 고통, 상처를 포커싱 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렸다. 그게 그분에 대한 예의였다. 이 이야기를 구하려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추고 장르적으로 풀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 결과, 임형국이 연기한 오재석 서기관 캐릭터가 탄생했다. 김성훈 감독은 "모든 배역에 공을 들였지만, 오재석 서기관의 캐릭터에 많은 신경을 썼다. 피해자의 고통에 집중하는 영화가 아니기에 오재석 서기관에 대해서도 딱 한 번만 감정을 표하고자 했다. 덤덤하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는데 민준에 의해서 발견됐을 때 그는 20개월 동안 갇혀 있는 상태였다. 고통으로부터 무감각해지지 않았을까. 그래서 그 느낌을 덤덤하고 담백하게 묘사해 달라고 했다. 임형국 배우가 제 의도에 맞게 충실하게 연기를 해주셨다.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피랍된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체중도 엄청 감량하셨다"고 만족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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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두고 영화의 제목이 변경된 것도 이같은 포커싱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비공식작전'의 원제는 '피랍'이었다. '피랍'이라는 제목이 주는 어감이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데다 제목만 보면 자칫 외교관 피랍에 포커싱을 두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영화의 핵심이 구하는 사람들의 고군분투에 있다는 측면에서 봤을 때 민준과 판수가 전개하는 비공식작전에 포인트를 맞춘 제목이 훨씬 적합하다.

'비공식작전'은 지난 2일 개봉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2위를 기록했다. 실관람객 평가인 CGV 에그지수에서 95%를 달성하며 입소문 효과를 기대케 한다.

(SBS연예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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