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정규직은 외줄 타기 인생, 한 번 추락하면 비정규직으로 남는 비정한 사회입니다. 여성가족부는 '2022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를 발표했습니다. 여성 2명 중 1명이 비정규직(47.4%)이고, 남성은 3명 중 1명이 비정규직(31%)이라며 고용의 질이 악화됐다고 뉴스에 나오고, 여성의 시급은 남성의 70% 수준(시간당 임금 여성 15,804원, 남성 22,637원)에 그치며, '여성 경력 단절'이 그 주요한 원인이라는 분석이 제시됩니다. 뉴스 기사에 의견이랍시고 "여자는 공대 안 가서 그래"라고 댓글을 단 사람 중 누군가는 경영대 출신 대기업 인사과 직원일 것이고, "집에서 애 본다고 그렇지"라고 댓글을 단 사람 중 누군가는 집에 아이를 보는 부인이 있을 겁니다.
정작 비정규직 여성의 목소리는 주목받지 않습니다. 좀 괜찮은 일자리다 싶으면 2년 이상 일을 못 하게 계약만료로 내보내고, 무기 계약직이다 싶으면 저임금으로 뼈마디 안 쑤신 데가 없을 때까지 일 시키다가 사직서 쓰게 만들기 일쑤입니다. 그렇게 실업 상태에 놓였을 때 생계를 위해 보장받는 씁쓸한 소득이 실업급여입니다. '청년과 여성들이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는' 달달한 시럽(syrup) 급여라며 조롱하는 위정자들이 있는데, 아마 소득이 없는 '실업' 상태에 놓여 본 적이 없어서 그 착잡한 심정을 모를 겁니다.
달달한 시럽 급여? 진짜 현실은…
몇 년 전 A 씨는 아이들과 일하는 학습지 교사 일을 했습니다. 센터에서 할당받은 아이들을 교재로 가르치는 일. 무난무난하게 꾸준히 할 줄 알았던 이 일도 2년 정도 일하다 "회사 경영이 어렵고, 판매가 부진하니 계약 해지할게요"라는 말을 듣고 눈물을 훔쳤습니다. 방법을 찾겠다며 찾아간 노무사 상담에서는 "프리랜서는 그냥 잊고 살라"는 말에 두 번 눈물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프리랜서의 실업은 실업급여도 안 줍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