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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비료 사용' 세계 최고 수준…규제서 제외된 이유는? [더스페셜리스트]

지금 보시는 이 과일과 채소들, 아주 탐스러워 보이죠.

이렇게 먹음직스럽게 농산물을 잘 키우는 데 빠지기 어려운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질소와 인산 같은 화학비료의 도움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만큼 화학비료 사용량이 많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화학비료를 많이 쓰다 보니 농지마다 영양분이 너무 많이 쌓이고요.

비가 오게 되면 비를 타고 하천이나 지하수로 흘러 들어가 수질 오염의 주원인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 농경지 토양, 지금 어떤 상태일까요? 직접 가봤습니다.

화학비료 사용량이 전국에서 가장 적다는 친환경 농가, 하지만 이곳 역시 요즘 같은 여름철에는 화학비료를 일부 쓸 수밖에 없습니다.

[시설재배 농민 : 화학비료라는 게 (농산품) 물건도 이쁘게 만들어지고 속성으로 빨리 키우잖아요. (화학비료) 그걸 빨리 안 뿌려주면 더디게 커요. 사실은.]

농업진흥청이 4년 주기로 추적 조사하는 전국 대표 농경지의 화학 성분량 12년 치를 분석해봤습니다.

하천에서 녹조를 일으키는 인산의 경우 논, 밭, 과수원과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재배지 등 모든 농지에서 기준치를 넘었습니다.

특히 과수원과 시설재배지가 심했는데 기준치를 2배 넘게 초과했습니다.

시설 재배의 경우 칼륨과 칼슘, 마그네슘 등 조사 대상 성분 모두가 기준치를 초과한 상태입니다.

[김현정/경기환동운동연합 사무처장 : 시설재배지의 경우에는 휴작 기간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1년 내내 경제성 있는 작물들을 계속 수확하고, 이를 위해서 양분을 계속 투입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화학비료와 함께 퇴비나 액비 형태로 뿌려진 가축 분뇨도 농지 영양분 과잉의 큰 원인입니다.

하지만 분석 결과, 가축 분뇨에서 비롯되는 흙 속의 유기물 농도가 적정 수준인 점으로 미뤄 토양 과영양화에는 화학비료 탓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고질적 문제 때문에 필요한 게 양분관리제라는 것입니다.

농업 선진국들처럼 농지 특성에 따라 필요 양분 적정량을 계산해 더 뿌리지 않게 규제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에서 논의 중인 양분관리제는 화학비료는 놔둔 채 가축 분뇨로 만든 퇴액비만 규제하는 안입니다.

농민들의 화학비료 선호도가 높다 보니 농림부가 규제 신설에 미온적이라 환경부 단독으로 양분관리제를 추진하는 탓입니다.

그동안 퇴액비 제조 유통이 후진성을 면치 못해 화학비료보다 품질은 떨어지고 뿌리기만 더 힘들다는 점도 한몫했습니다.

[이명규/상지대 환경공학과 교수 : 가축 분뇨가 지역마다 축종마다 성분이 전부 다 다릅니다. (반면) 화학비료 같은 경우는 (질소, 인산, 칼륨 등) 전체적으로 성분이 표시돼 있기 때문에 농민들로서는 훨씬 편리한 거는 사실입니다.]

지금 논의대로 반쪽짜리 양분관리제가 만들어질 경우 화학비료 사용량이 더 늘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 지적입니다.

가축 분뇨로 만든 퇴비와 인공적으로 만든 화학비료는 서로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화학비료는 놔둔 채 가축 분뇨만 규제할 경우 농민들은 손쉬운 대로 화학비료 사용량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부작용과 악순환을 막으려면 환경부 혼자서는 안 되고요, 농경지 비료 사용을 주관하는 농림부가 함께 나서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박정현, VJ : 오세관, 영상취재 : 김세경·조창현·신동환, 영상편집 : 이승진, CG : 강경림·최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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