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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러시아 대신에 그리스?…그리스는 새로운 신화를 쓸 것인가

[경제자유살롱] 2023년 신냉전의 현장…동지중해 천연가스 쟁탈전

스프 경제자유살롱 원고 CG
그리스 앞바다에는 유명하고 아름다운 섬이 많습니다. 하얀 집들로 유명한 산토리니나 중동 부자들의 여름 관광지로 유명한 미코노스도 그 섬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설의 왕 미노스가 지배했다는 크레타 문명의 발상지 크레타 섬도, 포세이돈의 딸 이름을 딴 중세 십자군의 본거지이고, 이번에 큰 불이 났던 로도스 섬도 모두 이곳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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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게 해에는 6,000개가 넘는 그리스의 섬들이 흩뿌려져 있습니다. 이 많은 섬 중에서 사람이 사는 섬은 200개가 조금 넘습니다. 살기에 너무 작은 섬도 많고, 물이 부족한 섬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섬들은 그리스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합니다. 영해의 기준이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그렇게 확보한 바다에서 '천연가스'가 펑펑 쏟아져 나온다면 더욱 소중할 겁니다. 온 유럽이 '주적' 러시아의 천연가스를 완전히 끊고 '친구'의 천연가스를 원하고 있으니까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동지중해의 그리스 바다에서 속속 추가로 발견되고 있는 천연가스 매장지. 천연가스가 그리스 경제의 새로운 신화가 될 수 있을까요?
 

에게 해(Aegean Sea)의 꿈

그리스는 러시아가 누렸던 '천연가스 부국'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그리스 크레타 섬 서쪽과 지중해 동쪽에 있는 키프로스 섬 사이의 바다에서 추가로 대규모 천연가스 매장이 확인되면서 그 인근 바다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와의 복잡한 영해 다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는 '동지중해의 천연가스'를 그리스 경제 도약의 기회로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신냉전과 우크라이나 전쟁 뒤 벌어진 '에너지 패권 전쟁'의 물결에 올라타 보려는 겁니다.

그리스는 특히 이스라엘에서 시작해 키프로스를 거쳐 에게 해 해저구간을 지나 크레타 섬을 경유한 뒤 그리스를 통과해 유럽으로 가는 해저가스관을 계획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0년 이스라엘-그리스-키프로스 세 나라가 협정을 맺고 추진 중인 '이스트메드(EastMed)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해저 가스관 건설 계획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경제성 논란 때문에 그 야심찬 출발에도 불구하고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황입니다.

SBS 경제자유살롱에 출연한 조홍종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스라엘에서부터 약 1,500km 정도 되는 가스 배관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진짜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직경이 한 20m 가까이 되는데, 그런 가스 배관을 1,500km를 깔아가지고 유럽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 영상 보러 가기)

이런 엄청난 설계를 할 만큼 동지중해 천연가스에 관한 기대가 큰 상황인 겁니다.

스프 경제살롱 CG 수정
최근에는 '꿈의 해저 파이프라인'의 오랜 공사기간을 감안해 동지중해의 천연가스를 LNG로 바꿔 유럽으로 수출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동지중해를 영해로 가지고 있는 그리스와 키프로스, 이스라엘는 물론 인근 바다의 탐사권을 얻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가세했습니다. 쉐브론이나 엑손 같은 미국의 대형 정유 회사들도 가세했습니다. 모두 러시아가 가져갔던 엄청난 부를 대체해보려는 꿈을 꾸고 있는 겁니다.

원래 동지중해의 천연가스는 러시아 천연가스의 싼 가격 때문에 큰 주목을 못 받았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이 러시아를 손절하게 되면서 무게감이 달라졌습니다. 서유럽 국가들은, 설혹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더 이상 믿기 힘든 러시아 천연가스를 쓰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에너지를 러시아에 올인했다가 망신당한 독일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조홍종 교수는 "저는 이제 (서유럽이 러시아와) 헤어질 결심을 완벽하게 했다고 봅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독일 같은 국가는, 지금까지 믿고 있던 러시아한테 뒤통수 맞은 거나 다름이 없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 영상 보러 가기)
 

PIGS의 오명을 벗어라?

그리스 경제도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좋습니다. 유럽 경제가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부진한 속에서도 그리스 주가는 올해 어느 나라보다 많이 올랐습니다. 한 때 '유럽의 문제아'라는 PIGS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가운데 하나였지만, 국제 신용평가사 S&P가 신용등급 전망을 올릴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그리스 주가 ASE, 지난 5년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문제 많던 은행들도 'EU의 기준을 지키는 수준'에 근접해 있고, 역시 가혹한 구조조정을 겪었던 그리스 대기업들이 '친환경 에너지'에 뛰어들면서 '고유가 고비용'의 직격탄을 피해 가는 운도 따랐습니다.

무엇보다 2019년 총선에 이어 2023년 총선에서도 선택을 받은 미초타키스 총리와 집권당이 경제 회복을 최우선시하면서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으로 위기에 빠졌던 그리스 경제가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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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국가 부도 사태로 전 세계 최하위 신용등급을 갖고 있던 그리스 경제는 2019년 하버드 MBA 출신의 미초타키스 총리 집권 뒤에는 다른 유럽 국가들을 압도하는 높은 경제 성장률(2021년 8.4%, 2022년 5.9%)을 기록할 정도로 변모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관광 산업도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특히 천연가스 같은 에너지 산업까지 가세한다면, 인구 1천만 명의 작은 나라 그리스는 '신용등급 추락'의 불명예를 확실히 되갚아줄 수 있을 겁니다.
 

키프로스 앞바다의 결투... 그리스 vs 튀르키예

하지만 넘어야 할 고비가 있습니다. 바로 옆나라 튀르키예입니다.

이웃한 두 나라인 그리스와 튀르키예는 에게 해의 '천연가스 매장 해역'을 서로 자신의 해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두 나라 정상이 회담을 가지면서 분위기가 좋아지기는 했지만, 그리스와 튀르키예, 이 두 나라의 앙숙 관계가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게 문제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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