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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너무 비싸서…코로나 기간보다 안 먹고 안 간다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코로나 3년 이제 잦아들고 일상 회복이 시작이 되면서 외식이나 바깥 모임을 좀 자유롭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기대가 있었어요. 그런데 보니까 최근 들어서 오히려 방역 때보다도 외식 소비가 좀 줄었다면서요?

<기자>

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려서 외식하고 또 술도 좀 마시고 하는 그런 소비, 음식점과 주점업 소비가 2분기 들어서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1년 전보다 무려 13.4%나 줄었다는 통계청 집계가 나왔는데요.

관련 데이터인 6월만 놓고 비교하면 차이가 더 커집니다. 1년 전보다 15% 넘게 줄었습니다. 

지금 말씀드린 감소폭은 먹는 사람은 늘지 않았는데 외식비가 비싸져서 나타나는 착시 현상을 배제시키고 본 겁니다.

이를 테면 짜장면 한 그릇이 1천 원이었다가 2천 원으로 오른다고 치면 사 먹는 사람이 둘에서 하나로 줄어들어도 매출은 전과 똑같이 2천 원일 겁니다.

하지만 2명 중 1명은 못 먹게 된 거죠. 그런 착시 현상이 나오지 않게 물가 변화를 반영하고 보니 외식 소비가 이렇게나 줄어든 겁니다.

그제 7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됐는데요. 물가 상승률이 2% 초반대로 낮아졌다는데 납득하는 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 중에 하나로 꺾일 줄 모르는 외식물가 탓도 있다고 봅니다.

지난달에도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6% 가까이 또 올랐습니다. 그나마 낮아져서 이 정도입니다.

<앵커>

음식 값이 비싸진 만큼 음식점 매출이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정작 사 먹는 사람이 줄면 이것도 좀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런치플레이션'이란 말 요새 많이 쓰죠. 점심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밖에서 뭘 먹으려니까 너무 부담스럽다는 겁니다.

지난 3월에 시장 조사 기관인 엠브레인이 직장인들에게 점심 어디서 먹느냐고 조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한창 코로나 기간이었던 2년 전, 2021년에 같은 조사를 했을 때는 61.5%가 코로나지만 밖으로 나간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일상을 회복했다는 올해는 이런 사람이 전체의 절반 정도밖에 안 됩니다.

지금 뉴스를 보면서 출근 준비하시는 분들은 요즘 점심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한데요.

도시락 싸 갖고 다니거나 편의점 도시락 사 먹는 사람도 많고요. 올해 가장 뜬 점심 맛집은 구내식당들이죠.

구내식당 없는 회사는 근처에 밥 맛있다는 다른 회사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고 오는 방법 온라인에서 요새 많이 공유되죠.

구내식당에 음식을 대는 기업들의 올해 1, 2분기 매출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데 이거는 지난해보다 하나같이 20~30% 넘게 늘었습니다. 그만큼 외식을 덜 한다는 겁니다.

직장인 점심값 아끼고, 또 가족끼리 외식도 아끼고 이런 추이가 이어지다 보니까 사실 물가 고정을 거치자는 지난 2분기 전체 외식업 소비는 1년 전보다 2% 정도 살짝 늘기는 했었거든요.

사람들이 전만큼 외식을 못하는데 비싸져서 늘어나 보인 거죠. 그런데 이건 2분기 전체고요. 

역시 관련 최신 데이터인 6월만 놓고 봤을 때 물가보정을 하지 않고 봤을 때도 음식점과 주점업의 소비가 1년 전보다 살짝 줄어든 걸로 나타납니다.

외식비가 너무 오르다 보니 이제 비싼 걸로도 가려지지 않을 만큼 외식 소비가 꺾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앵커>

외식도 이런데 이런 소비 부진이 외식뿐 아니라 여행업, 여행 물가에서도 좀 나타나고 있다면서요.

<기자>

7월에 물가가 제일 덜 올랐던 곳이 제주도입니다. 1년 전보다 1.2% 정도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제주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지고 보통 이런 곳들은 휴가철에 물가가 다른 곳들보다 들썩이는 편인데요. 올해는 오히려 반대였습니다.

해외여행길이 막혀 있었던 코로나 기간에 휴양지 물가 너무 오른 나머지 올해는 거기서 크게 더 오르지 못하는 모습이 나타난 겁니다.

지난해에 비해서 전국적으로 승용차 임차료, 그러니까 렌터카 비용이 17% 넘게 하락했고요. 국내 단체 여행비도 9.3%나  줄었습니다. 

저렴해졌다기보다는 지난해에 너무 올랐다가 다소 진정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수준입니다.

비싸다는 인식이 커지고, 또 국내에서만 여행해야 했던 피서객들이 해외로 분산되면서 더더욱 국내 여행 수요가 폭발했던 코로나 기간에 치솟은 가격을 유지할 수 없게 된 겁니다.

그런데 생산자 쪽, 외식이나 여행업 서비스하는 입장에서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용 자체가 커져서 과거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기 어려운 곳이 많죠.

하지만 너무 비싸서 실제로 이용이 뜸해지면서 곳곳에서 소비 부진이 지속되면 결과적으로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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