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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곧 바다로 방류될 후쿠시마 오염수, '수증기 배출' 택하지 않은 이유는

해양 방류 12년史, 그리고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 뉴스쉽 네 줄 요약

·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은 처리되지 못한 방사능 잔해물, 오염수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6년부터 지층 주입, 해양 방류, 수증기 배출 등 5가지의 방안을 검토했다. 그리고 2021년 4월, 후쿠시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공식 결정했다.

· 1973년 스리마일섬 원전 사고 이후 미국은 오염수를 수증기 형태로 증발시키고 남은 방사능 물질을 응고해 폐기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다만 스리마일과 후쿠시마는 사고 규모가 다르고 국제 정치적 상황도 달라서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 IAEA와 주요 강대국들은 일본의 방류 계획을 신뢰한다고 결론을 냈다. 현실이 냉정하다면 우리의 대응도 냉정하는 만큼 강력한 방사성 물질 제거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기술적 검증과 모니터링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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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6년 넘게 다양한 방법을 논의했습니다. 오염수를 지층에 주입하거나 증기로 배출하는 방법은 처리 이후 그 영향을 예측하기 어려웠습니다... 결국, 해양 방류가 결정됐습니다."

지난달 21일,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홍보 영상에서는 해양 방류가 최선이라는 설명이 흘러나왔다. 오염수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6년 넘게 연구했지만, 바다에 내보내는 것만큼 적확한 대안이 없었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일본이 굳이 해양 방류를 고집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에 가까웠다. 일본이 막바지 정치 작업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오염수 방류가 임박했다. 일본 현지 언론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외교 일정을 감안해 이달 말 방류가 유력하다고 쓰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9월 초에는 아세안 정상회의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는 까닭이다. 그 사이 오염수 수문을 열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방류를 반대하고 있는 후쿠시마 어민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계속되고 있다. 기시다 총리도 조만간 어민들을 만난다고 한다. 이해 당사자 설득 최종 단계다.

뉴스를 더 쉽게, 이슈의 맥락을 읽는 재미, 오늘의 〈뉴스쉽〉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상황 속, 해양 방류 결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역사적 궤적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한다. 특히, 미국 스리마일섬(TMI) 원전 사고 당시 오염수 처리 의사 결정 과정도 현지 자료를 통해 분석, 후쿠시마 사례와 비교했다. 당시 미국은 사고로 발생한 오염수를 해양 방류가 아닌 '수증기 배출'로 처리했었다.

일본의 해양 방류 결정 12년史

2011년 3월 후쿠시마 폭발 사고 이후, 원전에는 처리되지 못한 방사능 잔해물이 남았다. 이게 재앙이 됐다. 방사선량이 너무 강해 사람이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문제는 지하수였다. 지하수는 폭발 사고로 생긴 원자로 균열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방사성 물질 가득한 오염수가 됐고, 바로 바다를 향해 흘러나갔다. 이렇게 하루에만 만들어지는 오염수가 평균 100t에 달했다.

일본이 꺼내든 대안은 오염수가 바다로 빠져나가기 전 철제 탱크 안에 가두는 것이었다. 도쿄전력 처리수 포털이 추산하는 오염수 양은 2023년 8월 현재까지 134만 1,613t 정도다. 지금까지 설치된 철제 탱크는 1천 대가 넘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 설치돼 있는 오염수 탱크
오염수가 계속 만들어지다 보니 탱크 만으로는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사고 2년이 지난 시점, 일본 정부는 IAEA에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자문을 구하기 시작했다. 일본의 요청을 받은 IAEA는 2013년 4월과 11월, 실무자들을 두 차례 파견해 후쿠시마 원전을 점검했다. 당시 실무자들은 주로 IAEA의 핵폐기물 관련 부서에 몸담고 있는, 회원국 원전 전문가들이었다. 국제 검토 사절단(The international peer review mission)이란 이름으로 활동했다. 현지 조사를 끝낸 사절단은 2013년 5월과 2014년 2월, 두 차례 보고서를 작성했다.

공식적으로 해양 방류(discharge to the sea)라는 말은 이 보고서에서 처음 나왔다. 보고서는 오염수 문제가 매우 심각한 만큼, 오염수 안에 있는 방사성 물질의 기준치를 낮춘 뒤 바다로 배출하면 된다고 썼다. 지금 일본이 하려는 방식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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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 보고서는 사절단의 개인 의견일 뿐 IAEA의 공식 입장은 아니었다. 하지만, IAEA는 2015년 종합 보고서에서 이들의 의견을 인용하며 구체적인 설명을 보탰다. 보고서의 정확한 표현은 "해양 방류 재개 가능성을 포함해 모든 옵션을 고려해야 한다"였다.

이 때문에 IAEA가 사실상 해양 방류에 힘을 싣고 있다는 말이 나왔고, 자연히 후쿠시마 어민들은 크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반발의 수위가 거세지자, 도쿄전력은 사장 명의의 문서를 통해 "이해 관계자의 이해(理解) 없이는 어떤 처분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도쿄전력이 말을 바꿨다는 비판이 지금껏 나오는 이유다.

2015년 도쿄전력이 후쿠시마현 어업조합 질의에 대해 답변한 사장 명의 문서. 도쿄신문 2021년 4월 13일 자.
일본 입장에서도 다른 방안을 조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2016년 11월부터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전문가 소위원회를 꾸린 뒤 여러 경우의 수를 살피기 시작했다. 소위원회가 검토한 방안은 모두 5가지였다. ①지층 주입과 ②해양 방류, ③수증기 배출, ④수소 배출, ⑤지하 매설 순이었다.

①지층 주입은 지하수의 영향을 받지 않은 매우 깊은 곳에 오염수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땅에 구멍을 뚫어 2.5㎞ 밑에 오염수를 가두는 것이다. ③수증기 배출은 보일러로 오염수를 끓여 물을 대기 중으로 내보낸 뒤 방사성 물질 찌꺼기를 최소화시켜 폐기하는 방안이다. ④수소 배출은 오염수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와 산소로 나눈 뒤 대기에 흘려보내는 것, ⑤지하 매설은 오염수를 시멘트 등과 섞어 고형화 시킨 뒤 땅에 묻어버리는 대안이었다.

검토 과정에서도 해양 방류가 최단기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말이 언론을 통해 계속 흘러나왔다. 그리고 2020년 2월, 소위원회는 최종보고서를 발표한다. 소위원회는 이 가운데 해양 방류와 수증기 배출이 적합하다고 제시하면서도, 해양 방류가 훨씬 현실적인 안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에서는 수증기 배출의 선례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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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당시 소위원회는 왜 지층 주입과 수소 배출, 지하 매설 방법이 현실성이 없다고 판단했을까. 보고서는 기술적인 이유가 크다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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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는 지층 주입의 경우 모니터링(monitoring) 방법이 없다고 적었다. 여기서 말하는 모니터링은 오염수 처리 이후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처리 이후 방사성 물질 유출량이 많아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닌지 추적, 관찰하는 것이다. 오염수 처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자연히 입증된 선례가 필요할 텐데, 지층 주입은 체계적인 모니터링 방법이 없어서 기술적 확신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적혔다.

수소 배출 역시 선례가 거의 없어서 처리 시설을 구축하는 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위원회는 분석했다. 사실 이 부분은 주류 원자력 학계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했다.

2020년 소위원회 보고서에 실린 5가지 방안
반면, 해양 방류나 수증기 배출, 지하 매설은 선례가 있었다. 모니터링 그 자체에는 문제가 크지 않았다. 가령, 원전을 운용하는 국가들은 모두 액체 폐기물을 걸러 낸 뒤 바다로 흘려보내고 있고, 인근 해역을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바닷물 표본을 떠서 방사성 물질의 추이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는 식이다. 우리의 경우, 해양수산부가 해안선에서 6km 이내 가까운 바다 52개 지점,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그 이상의 먼바다 40개 지점을 측정하며 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적 실현 가능성보다 경제성 분석이 결정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역시 해당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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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방류를 위해 들어가는 예상 비용 34억 엔, 우리 돈으로 308억 원. 반면, 지층 주입은 180억 엔, 수증기 배출 349억 엔, 수소 배출 1,000억 엔, 지하 매설은 무려 2,431억 엔이 들어가는 걸로 추산됐다. 해양 방류는 지하 매설과 비교하면 불과 1.3%에 불과했다. 일본 입장에서 가장 경제적인 처리 방법이었다. 일본이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해양 안전을 인질 삼았다는 주장이 나왔던 이유다.

다만, 일본 입장에서는 명분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먼저, 지층 주입이나 수소 배출은 앞서 설명한 대로 기술적 불확실성이 컸다. 오염수 처리에서 가장 중요한 과정인 모니터링에도 리스크가 존재했다.

지하 매설을 포함한 고형화 방안은 선례가 있긴 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사반나강 핵시설은 냉전 시설 핵무기 원료인 플로토늄을 생산했던 곳인데, 당시 오염수를 시멘트와 섞어 지상에 보관하는 방법을 택했다. 하지만, 바다와 200㎞나 떨어져 있어서 해양 방류가 쉽지 않았고, 오염수도 후쿠시마에 비하면 매우 적은 양이었다. 특히, 1990년 시설이 폐쇄된 지 3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근처 지역의 지하수 방사능 오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에 지하수가 흘러 들어가 매일 100t 정도의 오염수가 만들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근본적 해결책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IAEA는 위 소위원회 보고서가 공표된 2020년 2월, 사실상 해양 방류를 공식적으로 지지했다. 같은 달 후쿠시마 원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현지 기자회견 통해 "기술적 관점에서 해양 방류는 국제관행에 부합한다"고 말한 것이다. 같은 해 4월, IAEA는 소위원회가 제안한 방안에 대한 검토 보고서를 내고, 해양 방류가 가장 적절하다며 일본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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