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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에 나오는 은수저, 독살 막는 데 효과 있었을까

사극에 나오는 은수저, 독살 막는 데 효과 있었을까
▲ 은수저 등 조선시대 궁중유물

원자번호 33번 비소(아비산)는 독극물로 유명한 원소입니다.

맛도, 냄새도 없고 소량만 복용하면 증상이 나타나지 않지만, 누적량이 한계치를 넘으면 목숨을 앗아갑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암살에 주로 사용됐습니다.

비소가 독약으로 유행하자 궁중이나 세도가에선 은수저를 이용해 독살을 막았습니다.

비소에 불순물 형태로 섞인 황과 반응하면 은수저가 검게 변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독살에 대비하기 위해 조선왕조에선 기미상궁이 은수저를, 서양 귀족 가문에선 은식기를 썼습니다.

그러나 비소에는 황이 매우 적게 들어있었습니다.

게다가 비소를 독으로 활용할 때는 들키지 않기 위해 극소량을, 그것도 꾸준히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극소량의 비소 속에 담긴 깨알 같은 황으로는 은수저를 검게 하기 어려웠습니다.

암살에 성공하려면 지난한 노력이 필요했지만, 초반에 의심을 사지만 않는다면 또한 성공 확률도 상당했습니다.

역사상 수많은 사람이 비소의 희생양이 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청나라 말 개혁 군주였던 광서제는 시름시름 앓다가 사망했는데, 사후 독살설이 제기됐습니다.

독살설에 대한 과학적 근거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광서제의 유체를 대상으로 화학 검사를 실시한 결과, 두개골 비소 함유량이 정상 수준의 1천~2천 배가 넘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나폴레옹도 위암이 아니라 비소로 암살당했다는 설이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처럼 악명을 떨치던 '암살자' 비소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역사의 뒤꼍으로 사라졌습니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비소로 암살을 꾀하면 범행이 쉽게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비소는 "어리석은 자의 독"이라 불리며 암살 세계에서 영원히 퇴출당했습니다.

비소의 자리를 꿰찬 건 '폴로늄'이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퀴리 부인이 발견해 고국 폴란드의 이름을 딴 원소로 자연계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폴로늄은 원자로에서 원자핵반응을 일으켜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2006년 런던에서 의문의 독살을 당한 전 러시아 정보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폴로늄의 대표적인 희생자입니다.

런던의 한 스시 바에서 누군가가 리트비넨코가 먹던 초밥에 폴로늄 가루를 뿌렸고, 며칠 뒤 그는 방사성 피폭으로 사망했습니다.

신경작용제도 암살에 쓰입니다.

김정남은 2017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화학무기이자 독극물인 VX 신경작용제 공격을 받고 숨졌습니다.

일본 나고야공업대 명예교수인 사이토 가쓰히로가 쓴 '한 권으로 이해하는 독과 약의 과학'(시그마북스)은 식물·동물·광물 등 수많은 천연물에 들어 있는 독성분을 조명한 책입니다.

저자는 독극물이 어떻게 작용해서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수명을 단축하는지, 그리고 이런 독을 약으로 이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봅니다.

책에는 '독의 강도 순위'도 담겨 있는데,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이 18위라는 점이 충격적입니다.

청산가리(19위)보다 강력합니다.

가장 강력한 독은 보틀리누스균에서 추출한 보툴리눔 독소입니다.

아주까리에서 채취한 '라이신'(3위)보다 독성이 3천 배나 강하다고 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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