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혈맹이자 사실상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 국가인 이스라엘, 건국 이래 최악의 혼돈에 빠졌습니다. 최근 7개월간 전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주말마다 거리로 나와 시위해서, 총리가 사실상 내전 상태라고 인정할 정도인데요. 그 배경,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을 부추기는 강경파이자 역대 최장수 총리인데요. 자신을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종교 정당들하고 손을 잡고 사법 개혁안을 의회에서 통과시켰습니다.
원래 자신들을 견제할 수 있었던 유일한 눈엣가시, 즉 대법원의 권한을 확 줄인 건데요. 총리가 마음 내키는 대로 극우 정책을 추진하게 되니까, 예전부터 이 낌새를 눈치챈 국민들이 들고일어난 겁니다.
이스라엘군 전력의 한 축을 맡는 예비군 수만 명이 복무 거부를 선언하고, 의사 협회, 금융인 단체, 노동자 연맹 등이 파업에 돌입한 건 물론이고요. 핵 과학자들까지 단체로 사퇴할 거란 기류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사피엔스> 등을 쓴 이스라엘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유발 하라리도 파이낸셜타임스 기고를 시작으로 CNN 등 여러 외신과 인터뷰를 하며, 대놓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유발 하라리 ㅣ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그들은 민주주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당신이 이스라엘에서 상상할 수 없던 일을 보게 된 이유입니다."
이렇게 혼란이 가중되다 보니 경제도 당연히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화폐 단위인 셰켈의 통화가치와 주요 주가지수가 법안 통과 다음 날 모두 하락했고요. 신용평가사 모건스탠리도 국가신용등급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이렇게 건국 이래 최악의 혼란을 자초한 네타냐후 총리, MIT에 하버드까지 나온 엘리트 출신이어서 자기가 무슨 일을 벌이는지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대체 뭘 얻어내려고 이렇게 어마어마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는 걸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