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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혼에게 "임신했냐"는 말이 웃자고 한 소리라고? 그게 바로 성희롱입니다

[대나무슾] '언어적 성희롱' 기준, 모호하다고요? (글 : 이진아 노무사)

스프 대나무슾 (수정)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팀장은 매사 언행이 거친 편이다. 가끔 '미친 거 아니야?'라거나 '어이, 미스 ㅇ'하고 부를 때에도 A 씨는 팀장에게 발끈하기가 뭔가 멋쩍어서 그만 넘어가기도 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회식을 가기 위해 다들 짐을 싸서 나가려고 하는데 팀장이 다짜고짜 비혼 여성인 A 씨에게 '어, A 씨 임신했어?'라고 물었다. 원래도 목소리가 큰 편이라 팀장의 질문에 모든 팀원이 A 씨를 쳐다봤다. A 씨는 순간 너무 불쾌하고 당황스러워서 '네?'하고 되물으며 아니라고 말하려는데 팀장은 '자, 회식 가자!'하면서 앞장을 서는 바람에 반박도 제대로 하질 못했다.

회식 자리에 도착해서야 A 씨는 팀장에게 왜 그런 말씀을 하신 거냐, 아니다, 얘기를 했고, 팀장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아, A 씨 가방에 달린 게 임산부 배지인 줄 알았어'라고 답했다. 결혼하지 않았는데 무슨 아기냐고 사람들 앞에서 사과해 달라고 요청하니 오히려 팀장은 '젊은 사람이 닫혀있네, 생각이' 하며, '오히려 자꾸 나랑 둘이서만 이렇게 얘기하면 사람들이 우리 사이 오해해. 내가 애 아빠냐 묻겠구먼'이라고 덧붙였다.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났지만, A 씨는 더 이상 말을 덧붙여봤자 이상한 얘기들만 더 듣게 될 거 같아서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며칠 뒤, 옆 팀 동기로부터 '너 임신했냐고 너희 팀원이 물어보던데, 무슨 소리야?'라는 연락을 받았고, A 씨는 다시 팀장에게 가서 이상한 소문이 난 거 같으니 팀원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해 달라고 했다. 팀장은 'A 씨, 팀장이 우스워? 선 넘네!'라고 고성을 지르며 도리어 A 씨에게 화를 냈다. 결국 A 씨는 인사팀에 찾아가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으로 신고했다.

팀장은 억울하다고 했다. 본인은 전혀 성희롱적 발언을 할 의사가 없다고 얘기했다. 그저 A 씨 가방에 달린 동그란 키링이 임산부 배지처럼 보여서 그냥 그렇게 말했을 뿐이라고 했다. 자신이 A 씨를 만지기를 했냐, 안기를 했냐고 따지며 성희롱 행위자로 지목된 것을 못내 불쾌해했다. 정말 팀장은 억울한 상황인 걸까?

스프 대나무슾

웃자고 한 소리?…상대방에겐 성희롱

우리는 사회적 발화를 한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모든 생각들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다. 이 말을 하기 적절한 상황이나 상대인가. 이 말을 들으면 상대가 어떤 기분일까, 듣는 사람들이 나를 이상하게 볼 얘기는 아닐까. 순간적으로 따져가면서 말을 한다. 사회적인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한 본능일 거다.

이를테면, 팀장이 대표의 걸음걸이가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고 대표에게 "대표님, 걸음걸이가 웃기시네요"라는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지 않은가.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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