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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서 초대박 난 영화 '바비' 한국에선 왜 맥을 못 출까

북미서 초대박 난 영화 '바비' 한국에선 왜 맥을 못 출까
북미에서 흥행 관련 기록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 중인 영화 '바비'가 우리나라에서는 영 힘을 못 쓰고 있습니다.

오늘(31일) 영화 수입 집계 사이트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바비'는 개봉 8일째인 지난 28일(현지시간)까지 북미에서 총 2억8천700만 달러(3천670억 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이 영화는 개봉 첫날인 21일에만 7천50만 달러(약 909억 원)를 벌어들여 '흥행 대박'의 신호탄을 쐈습니다.

개봉 첫 주 사흘간 수익은 1억6천200만 달러(약 2천70억 원)로, 올해 북미 전체 개봉작 중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썼습니다.

한날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8천250만 달러) 수익의 두 배에 가깝습니다.

'바비'는 '오펜하이머'와 묶여 '바벤하이머'라 불리며 북미 박스오피스를 장악한 것은 물론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두 영화의 쌍끌이 흥행 덕에 미국 거대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카드 보유자들의 엔터테인먼트 분야 지출이 13.2% 급증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북미에서의 흥행과는 대조적으로 '바비'는 우리나라에선 초라한 성적을 내고 있습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바비'는 현재 국내에서 2만7천여 명을 모아 누적 관객 수 43만2천여 명이 됐습니다.

류승완 감독 신작 '밀수',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액션 영화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파트 원'(미션 임파서블 7), 애니메이션 '명탐정코난: 흑철의 어영' 등에 밀려 박스오피스 5위에 머물렀습니다.

'바비'는 개봉일인 지난 19일 6만여 명을 동원해 3위로 출발했습니다.

그러나 개봉 후 첫 주말 하루 5만 명대를 모으는 데 그쳐 4위로 내려앉았습니다.

개봉을 앞두고 주연 배우 마고 로비와 그레타 거윅 감독이 한국을 찾아 홍보활동까지 하고 간 점을 고려하면 실망스러운 성적표입니다.

'바비'가 한국 흥행에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는 페미니즘 유머에 대한 시각 차이가 꼽힙니다.

북미 관객이 블랙 코미디로 웃어넘길 만한 관련 유머가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바비'는 인형들만의 세계인 '바비랜드'를 떠난 바비(마고 로비 분)가 인간 세상으로 나오며 겪는 일을 그린 작품으로, 남성 중심 사회와 성차별에 대한 풍자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바비의 남자친구 켄(라이언 고슬링)이 가부장제에 심취해 돌변하는 모습, 바비들이 켄들의 맨스플레인(남자들이 여자들을 가르치려고 하는 행위) 욕구를 자극하는 모습 등 남성을 희화화한 장면이 많습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북미에서는 사회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바비'에 나오는 풍자를 유머로 받아들이고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있다"며 "반면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는 영화라는 오락물에 관련 메시지가 나오는 데 거부감이 드는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이어 "영화 후반부에서 (성차별에 대해) 설교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며 "남성 관객의 경우 바비 인형이라는 소재에도 관심이 적은데 메시지마저 그렇다 보니 더더욱 볼 마음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바비' 관객층이 20·30대 여성으로 제한돼 대대적인 흥행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바비'를 관람한 사람 중 여성은 81%였고, 연령별로는 20대가 48%, 30대가 28%를 차지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개봉해 350만 관객을 돌파한 '미션 임파서블 7'의 관객 성비가 50대50으로 동일하고, 연령별로도 20대부터 50대까지 각각 20%대로 고루 분포한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영화 시장에서 20·30대 여성이 중요한 관객층 중 하나인 건 맞지만, 중장년층과 가족 단위의 관객을 사로잡지 못하면 흥행엔 한계가 있다"면서 "미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코미디를 남녀노소가 보고 즐기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문화가 아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바비' 개봉 후 온라인에서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두고 남녀 간 설전이 오가고, 평점 테러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네이버 영화 평점에서 남성은 평균 6.04점을, 여성은 9.30점을 매겼습니다.

남성 평점은 한때 5점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습니다.

(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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