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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SNS 피싱 범죄…"누군가 내 폰으로 나를 훔쳐보고 촬영하고 있다" 괴담 아닌 실제

그알
누군가 내 폰으로 나를 훔쳐보고 촬영하고 있다.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2023 휴대폰 괴담 - 누가 당신을 훔쳐보는가'라는 부제로 휴대폰을 해킹해 불법적으로 취득한 촬영물로 협박을 하는 새로운 범죄를 추적했다.

인터넷에는 종종 올라오는 "휴대폰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촬영되는 소리가 났다, 옷을 갈아입는 도중에 핸드폰을 만진 적이 없는데 갑자기 셀카모드가 켜졌다, 너무 무서워서 카메라를 검은색 테이프로 가려버렸더니 그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졌다" 등의 휴대폰과 관련된 경험담. 이는 과연 괴담일 뿐일까?

평소 휴대폰 메모장에 일기를 기록하는 제보자는 지난해 10월 자신이 자주 가는 커뮤니티에 자신의 일기 내용이 그대로 게시되어 충격을 받았다.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해킹당한 적도 없던 제보자는 공포에 떨었고, 급히 들을 내려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너 지금 다 보이고 다 들리고 있다"라는 섬뜩한 대답이 돌아왔다는 것.

이에 제보자는 제발 그러지 말아 달라고 카메라 렌즈를 바라보고 애원까지 했다. 이후 카메라를 가린 제보자. 그러자 "가리지 마라. 못 생긴 얼굴 좀 보자"라는 글이 게시되어 또다시 그가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다.

또 다른 제보자 선아 씨. 그는 어느 날 누군가에게 수십 개의 동영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영상은 모두 선아 씨의 집에서 촬영된 영상들이었다. 그리고 이는 누군가가 집에서 몰래 촬영한 것이 아닌 선아 씨의 휴대폰으로 촬영된 것이었다. 편한 옷차림으로 자연스럽게 생활을 하고, 또 누군가에게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은밀한 일상까지 모두 영상에 담겼던 것. 동영상을 보낸 이는 이러한 은밀한 영상을 빌미로 그를 협박했다.

그렇다면 선아 씨는 어떻게 이런 일을 당하게 된 것일까? 이에 전문가는 선아 씨의 휴대폰을 분석했고 원격제어 앱이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누군가 원격제어 앱을 이용해 휴대전화가 꺼져 있는 상태에서 촬영을 해서 동영상 혹은 이미지 같은 걸로 협박을 한 것. 외부로부터 휴대폰을 조작할 수 있는 이 앱은 설치되는 순간부터 일거수일투족이 외부에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앱은 사용자가 촬영이 되고 있는지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교묘했다.

그리고 방송은 실험을 통해 원격제어 앱이 상대에게 들키지 않고 상대의 일상을 쉽게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화면이 꺼진 상태로 구동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앱. 특히 이 앱은 해당 휴대폰에 사용 흔적이 남지 않아 알기 어려운 것.

전문가는 선아 씨의 휴대폰을 분석해 원격제어 앱을 사용한 가해자의 활동 기록을 확인했다. 24시간 내내 접속해 선아 씨가 가벼운 옷차림으로 있을만한 시간에 특히 집요하게 지켜보았던 가해자.

그렇다면 이 앱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언제 어떻게 설치된 걸까? 방송은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선아 씨의 SNS 메시지를 분석했다. 그리고 그가 받았던 메시지 중 QR코드를 통해 원격제어 앱이 몰래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

선아 씨에게 활동을 제안하며 QR코드를 보냈던 가해자의 계정은 10만 명이 넘는 팔로워 수로 특별히 수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취재진은 해당 계정에서 선아 씨와 비슷한 제안을 받은 이들을 찾았고 그중 계정 운영자를 알고 있는 제보자를 만났다.

제보자는 계정주가 인플루언서 K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제보자에게 중국 언론에 실린 본인의 기사를 보여준 적이 있다고 해 이에 대해 추적했다. 해당 언론사 기자는 해당 기사에 대해 의뢰인이 한화로 7만 원 정도를 지불하고 홍보성 기사 작성을 의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전문가는 게시글도 몇 개 없는 K의 SNS의 팔로워 10만 명은 가짜라며 돈을 주고 샀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취재진은 K가 중국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중국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접근한 제보자를 만났다. K는 그에게도 QR코드를 보냈고, 어플이 깔리지 않는다니까 휴대폰을 보내주겠다며 실제로 휴대폰을 보내왔고, 이후 제보자는 선아 씨처럼 비슷한 협박을 받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인 변호사는 제보자와 K의 대화를 분석해 그가 중국인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 한국식 표현을 쓰는 것을 보아 중국인보다 한국인일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고 했다.

그리고 취재진은 제보자의 휴대폰을 분석해 제보자에게 발송하기 전 중국에서 인터넷에 접속한 흔적을 발견했다. 그리고 K가 자신의 회사라 언급한 회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실존하는 해당 회사는 그가 밝힌 것과 달리 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는 아니었다. 이에 취재진은 직접 사무실이 있다는 중국 샤먼으로 가서 회사에 대해 확인했다. 그 결과 해당 회사는 K가 말한 것과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는 곳이었으며 K가 실존하는 한 회사를 도용했음이 밝혀졌다.

이에 과거 보이스피싱 조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또 다른 제보자는 이 사건은 내막이 훤히 드러나는 범죄의 한 유형이라고 했다. 그리고 K에 대해 과거 범행 대상을 직접 대면하던 방식에서 SNS로 접근하는 비대면 방식으로 수법을 바꾼 피싱조직의 일원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또한 방법이 다를 뿐 범죄 구조는 피싱 조직과 똑같다며 보이스피싱 범죄의 진화한 새로운 형태의 범죄라고 했다.

제보자는 이미지 실추가 큰 타격인 인플루언서가 매력적인 타깃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보이스피싱 범죄 전문가도 "협박을 했을 때 금원 편취가 쉬운, 갈취하기 쉬운 대상으로 인플루언서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런데 이들이 노린 뜻밖의 인물을 만났다. 그 주인공은 프로파일러 표창원 소장.

표창원 소장은 이메일로 자신을 사칭하는 계정을 알려준 사람에 대해서 말했다. 그는 "이메일 계정 세 개에 동시에 메일을 보냈는데 20여 년 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메일에도 보내왔다. 그걸 보고 나를 좀 조사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메일을 보낸 이가 사칭 계정을 개설한 뒤 선의를 가장해 연락해 온 피싱범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채팅을 요청하고 내가 만약 채팅에 응했다면 추가적인 링크를 클릭해서 스파이웨어를 다운로드하게 하든지 혹은 영상 통화를 요청해서 그 영상 통화를 캡처해서 합성하는 형태로 이용하든지 마치 선의의 신고자인 것처럼 저에게 연락을 해와서 거기에 대해서 고마운 느낌을 갖게 만들고 나서는 셋업 범죄를 저지르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이런 유형은 들어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아이돌 출신 권민아 씨는 SNS를 통해 알바 제안을 받았다. 처음에는 쉽게 코인을 벌게 해 주었지만 그 코인을 현금화해 주는 명목으로 여러 차례 돈을 요구하고 결국 돈을 주지 않는 사기에 당한 그는 1800만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그리고 일반인 김민우 씨는 어느 날 갑자기 휴대폰이 먹통이 됐고 이때 3시간 동안 15차례에 걸쳐 계좌에서 7000만 원이 대포 통장으로 이체되는 피해를 입었다. 이는 누군가가 그의 휴대폰을 먹통으로 만들고 원격으로 출금한 것. 그리고 가해자는 그의 정보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민우 씨를 더 기함하게 만들었다.

이에 제보자는 "데이터 파는 데가 있다. 어떤 곳은 해커를 데리고 데이터를 빼오기도 한다. 사소한 정보부터 등본까지 들어가 있는 것도 있다. 싱싱한 데이터를 생데이터라고 하는데 싱싱한 실시간 DB라고 해서 팔면 비싸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전문가는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들을 최신 버전으로 항상 업데이트하시고 인터넷 주소를 함부로 클릭하지 마라. 정상적인 앱스토어에서 내려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면 함부로 설치하지 말라"라고 조언했다.

또한 "평소에 시티즌 코난(경찰대학에서 개발하여 제공하는 악성 앱 탐지 프로그램-무료 다운로드 가능)이나 백신을 깔아서 자주 보는 습관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죽고 싶을 만큼 무서웠다는 피해자, 수사 당국은 SNS 피싱으로 탈취된 개인정보는 고가에 불법 거래, 맞춤형 피싱 범죄의 먹잇감이 될 수도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했다. 특히 피해자의 신원은 보호되니 두려워 말고 신고해 달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방송은 피싱 범죄가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인 만큼 범죄자들의 진화를 뛰어넘는 최첨단 수사와 강력한 국제 공조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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