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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붙잡힌 南 첨단 무인기…비상한 北 첨단 무인기 [취재파일]

북한이 열병식과 무장장비 전시회를 통해 미국 무인기를 그대로 본뜬 정찰용, 공격용 무인기를 선보였습니다. 전자광학 카메라와 영상레이더의 성능이 떨어지고 위성이 없어 한계가 클 것이란 분석이 많은데 비행과 사격 장면까지 공개하자 우리 군은 내심 놀라는 눈치입니다.
 
“우리는 저런 무인기 못 만드나”라는 탄식이 아니 나올 수 없습니다. 우리 국방과학연구소도 첨단 중대형 무인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개발은 일찍이 끝났고, 몇 년 전부터 양산에 들어갈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저런 트집 잡혀 빛을 못 보고 있습니다.
 
MUAV로 한국형 리퍼

‘한국형 리퍼’인 중고도 무인기(MUAV)와 ‘한국형 그레이이글’인 차기 군단급 무인기입니다. SBS의 8시 뉴스와 유튜브를 통해 처음 공개된 두 무인기의 영상을 보면 이륙, 비행, 착륙 모두 빼어납니다. 정찰 성능, 체공 시간도 합격점을 받았습니다. 신무기를 개발하는 과정이니 당연히 소소한 결함도 있었습니다. 감사원이 이런 결함을 문제 삼는 바람에 개발 후속 절차가 1년 이상 중단됐고, 국방과학연구소의 무인기 연구원들은 징계 위기에 처했습니다.
 
한국형 그레이이글

신무기 연구개발은 실패를 각오한 도전이자 모험입니다. 개발 과정뿐 아니라 개발 이후에도 결함과 시행착오를 쏟아냅니다. 극복하면 성공이고, 실패해도 그 자체로 다음 도전의 자양분이 됩니다. 사정 당국이 이처럼 어려운 신무기 연구개발을 이해 못 하면 신무기 개발 못  합니다.
 

감사에 질려 8명 떠났고, 5명은 징계 위기


감사원은 작년 5월 ‘무인기 운용 실태 감사’를 개시했습니다. 실전배치된 무인기들이 적절하게 운용되고 있는지를 따지는 감사입니다. 그런데 감사원은 엉뚱하게도 실전배치 전 단계, 즉 개발 막바지의 중고도 무인기와 차기 군단급 무인기를 노렸습니다. 애초 감사 대상과 실제 감사 대상이 안 맞는 것입니다.
 
감사원은 1년여 동안 개발 중의 무인기를 시쳇말로 탈탈 털었습니다. 풍향과 풍속 급변 시 착륙 불안정, 고도 상승에 따른 결빙 제어 이상 등을 결함으로 규정하고, 연구원 5명의 징계를 결정했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군 작전요구성능(ROC)를 충족하고 해결책도 있기 때문에 징계 요구는 부당하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현재 재심이 진행 중입니다.
 
차기 군단급 무인기의 경우 이번 감사 전에도 감사원과 방사청의 감사를 한 차례씩 더 겪었습니다. 이때 연구원 5명은 무인기 추락 사고의 책임으로 무인기 값 67억 원 전액을 변상할 뻔했는데 여론 덕에 겨우 구제됐습니다. 연구개발 환경이 이렇다 보니 작년에만 무인기 연구원 8명이 국방과학연구소를 떠났습니다. 정부는 첨단 무인기 개발해서 북한을 혼쭐 내겠다고 공언하는데 무인기 개발의 본산, 국방과학연구소의 사정은 이와 같습니다.
 

신무기 연구개발 감사의 흑역사

감사원 (사진=연합뉴스)

감사원과 신무기 연구개발은 육식의 야수와 상처 많은 초식동물의 관계와 같습니다. 신무기는 결함투성이로 허약해서 감사원이 물면 100% 무릎 꿇습니다. 참 쉽습니다. 그래서인지 감사원은 신무기 연구개발을 자주 공략합니다. 하지만 끝이 안 좋습니다.
 
감사원은 2015년 대전차 유도무기 현궁 연구개발 과정을 무리하게 건드렸고, 검찰 수사로 이어졌습니다. 공포에 질리고 자괴감에 빠진 한 연구원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현궁 사건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감사원의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국산 헬기 수리온의 수출 실적이 없는 것도 감사원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습니다. 감사원이 개발 과정에서 대형 비리를 찾은 양 홍보하면서 영업 극비인 주요 부품들의 가격을 대거 공개해 버린 것입니다. 역시 수리온 사건도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엉터리 같은 감사였지만 감사 책임자는 감사원 사무총장, 방사청장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감사원 감사 안 받고 연구개발 마친 국산 신무기는 찾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신무기가 소중하다고 해도 국가 예산 들어가는 사업이니 감사원이 들여다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감사는 곤란합니다. 송방원 우리방산연구회 회장은 “개발 실패에서 감사 실적을 챙기는 감사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감사원의 실적 욕심에 연구원들 사기 저하되고, 연구개발 중단되고, 전력 공백 심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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