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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라돈 침대와 후쿠시마' 엮는 괴담이라니

설마, 설마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가 정치화되면서 이미 몇 년이나 지난 라돈 침대와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를 엮는 얘기가 설마 나올까 싶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라돈 침대는 전 정부의 탈원전 기조 탓"이라고 주장하던 한 교수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대표 패널로 활약하는 걸 보면서 우려가 더 짙어졌다. 해당 교수의 조선일보 칼럼에 대해선 기자도 몇 년 전 정중히 반박한 적이 있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이었기 때문이다.

- [취재파일] 라돈 침대가 '탈원전 탓'이라는 교수님께 (2020.04.09)

IAEA 보고서, 후쿠시마 오염수

아니나 다를까 설마 했던 부류의 글이 소위 정론지에 버젓이 실리고야 말았다. '라돈 침대와 후쿠시마 오염수'라는 제목으로, 요약하면 '정략적 이해로 과도하게 부풀려지고 있는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 또한 라돈 침대처럼 빠르게 잊힐 것'이란 취지의 칼럼이다. 칼럼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잘 알겠고 그 취지에 일정 부분 공감한다. 굳이 말하자면 기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영향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 보고서를 신뢰하는 쪽이다. 라돈 침대 이슈를 취재하면서 방사능 이슈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당 칼럼에 대해선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괴담을 비판하기 위해 괴담을 생산하는 격이기 때문이다.

IAEA, 일본오염수 방류 검증단 구성 (자료화면)

라돈 침대는 탈원전 정책 탓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주로 내세우는 근거가 검찰이 라돈 침대 회사 대표를 불기소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검찰 수사의 쟁점은 회사 대표의 고의성 여부였지 라돈이 몸에 나쁘냐 마냐가 아니었다. 라돈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고, 1992년 라돈핵종의 인체 피폭 위험도를 평가한 한국원자력연구소 연구는 IAEA와 공동으로 이뤄졌다. 후쿠시마 오염수 영향을 평가한 바로 그 IAEA 말이다. 라돈이 인체에 나쁘다는 건 이미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지 검찰 수사로 가릴 일이 처음부터 아니었다. 담배회사 임직원들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폐암 환자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해서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 아닌 건 아니듯 말이다.

라돈침대

라돈 침대 이슈는 애당초 생활용품에 들어가선 안 될 방사성 물질을 침대에 사용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었다. '음이온'이라는, 과학적 근거 없는 유사과학 때문이었다. 식품이든 가습기 살균제든, 생활용품에 인체에 유해할 수 있는 물질이 있다면 넣지 않는 게 당연하다. 사건을 계기로 방사성 물질을 생활용품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도 개정됐다. 이후 문제의 물질을 침대나 생활용품에 넣는 업체는 사라졌다. 욕조에 풀어 넣는 라돈 입욕제가 팔리는 건 현행법상 엄연히 규제 대상이다. 언론인이라면 비판하거나 신고했어야 할 일이다.

라돈침대

라돈 침대 이슈가 빠르게 잊히는 건 사실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제도적 변화에 따른 현상이고 마땅히 그래야 할 일이다. 언제까지 시민들이 침대에 몸을 누이며 불안해야 한단 말인가. 후쿠시마 오염수 이슈도 마찬가지다. 과학적 결론이 타당하다면 시민들이 언제까지고 수산물과 해수욕을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그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국민을 설득하고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하는 것이 정치인과 학자, 언론의 할 일이다. 괴담과 과학은 마땅히 분리되어야 한다. 라돈 침대 위해성 평가는 수십 명의 학자, 의사, 공무원들이 참여해 내린 과학적 결론이었다. 그마저 의심된다면 감사원 감사나 수사를 의뢰하면 될 일이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또 다른 괴담을 만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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